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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베이징 올림픽 때 남북관계 개선 어려워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9일 “베이징 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하나의 계기로 삼기로 희망했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기대가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내신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남·북·중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묻자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모든 계기를 이용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조기 재가동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용

정의용

정 장관이 올해 지속적으로 외교력을 투입해 온 ‘베이징올림픽 구상’의 현실화가 사실상 어렵다고 인정한 원인은 결국 북한이었다. 베이징 올림픽 구상의 핵심 이슈인 종전선언과 관련, 정 장관은 “종전선언 문안에 관해 (한·미 간에) 이미 사실상 합의가 돼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과의 공유 여부에 대해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북한은 일련의 신속한, 그리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왔지만 좀 더 구체적인 반응이 있기를 저희가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북한의 호응이 없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미국 주도의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선수만 참가하고 정부 대표단은 보내지 않음)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까지 중국의 역할을 기대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정 장관은 이날 “종전선언과 관련해서 중국 측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전달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일 중국 톈진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楊潔篪) 중앙정치국 위원이 회담하기 바로 전날에도 북·중 외교당국 간 접촉이 이뤄져 중국이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을 높였지만 여기서 종전선언 논의는 아예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 장관은 이날 베이징 올림픽 정부 대표단 파견 입장을 내놓았다. 정 장관은 “(정부 대표단이) 어떠한 방식으로 참석할지 여러 상황을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라며 직전 겨울올림픽 개최국 역할 등도 감안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간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에 대한 입장을 물을 때마다 “보이콧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정부 대표단 참석 문제도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는데 정부 대표단을 보내는 쪽으로 한 발 더 나간 듯한 답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가 중국과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한국이) 북한·중국과는 특수 관계에 있고, 여러 가지 우리나라의 안보와 직결돼 협력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런 국제적 노력에 직접 동참은 안 하고 있다” 설명했다. 또 정부는 친중(親中) 후보가 의석을 싹쓸이한 지난 19일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와 관련해서도 “지켜보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히는 등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인권·민주주의 문제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한편 정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상대방의 의지를 믿어주는 방향으로 협상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 2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신뢰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와중에 북측의 선의에 기대 비핵화 협상을 구상하려는 건 안일한 태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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