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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아파 수능 못봐도 책임은 부모탓" 청소년 백신에 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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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행정법원청사 앞에서 함께하는사교육연합 등 학부모단체들이 방역패스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소장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행정법원청사 앞에서 함께하는사교육연합 등 학부모단체들이 방역패스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소장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중순 코로나19 2차 백신을 맞은 고등학생 이모(16)양은 접종 후 약 3주간 학교를 나가지 못했다. 갑자기 찾아온 이상반응 의심 증상 때문이다. 수액을 안 맞으면 걷지 못하는 상태까지 간 이양은 약 2주간 입원을 하고, 이후 집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양은 백신 접종 한달 반이 지난 현재까지도 37도의 미열이 있다고 한다.

이양의 부모인 전승희(45)씨는 “아이가 백신 부작용으로 기말고사까지 보지 못할 정도로 아팠지만, 정부에선 어떤 안내나 도움도 없었다. 맞으라고 등 떠밀더니 부작용이 생기니 모두 부모 몫”이라며 “둘째인 아들이 내년에 청소년 백신 접종 대상자가 되는데, 도저히 백신을 맞힐 수 없다”고 했다.

“심장 통증에 울면서 수능 포기”

 지난 8월 9일 백신 2차 접종을 끝낸 수험생 A(18)군 역시 접종 4개월이 지났지만 백신 접종 이상반응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A군의 어머니는 “아이가 백신 접종 후 심낭염으로 대학병원에 한 달 반 정도 입원을 했다. 당시에는 아이의 심장이 언제 멈출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아이를 품에 안고 지냈다”고 했다.

그는 “입원 후 지금까지도 통원치료를 받으며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고 있다. 아픈 와중에도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겠다’며 수능날 아침에는 도시락까지 싸고 수험장에 갔지만, 결국 심해지는 통증에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A군과 이모양 모두 백신 접종 전 여느 아이와 다를 바 없는 건강한 아이였다고 보호자들은 말했다.

청소년 백신 접종률이 47.8%(28일 2차 기준)까지 올라가면서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을 겪는 청소년의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지난 27일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청소년의 백신 접종 부작용 사례 5건이 1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게재되기도 했다.

지난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청원인은 자신의 딸이 백신 접종 후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지난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청원인은 자신의 딸이 백신 접종 후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백신 접종 등 떠밀고, 책임은 전가”  

 2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소아청소년(12~18세) 예방접종 이상반응 의심 사례는 전체 390만 5021건 중 1만 2338건이다. 10만건 당 316건으로, 20대(592.6건)나 30대(669건)에 비해 낮았다. 하지만 인과성이 인정된 심근염·심낭염의 경우 19세 이하에서 55건으로 20대나 30대보다 10만건 당 발생 건수가 약 2배 높았다.

보호자들은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이 생겨도 부작용 입증이 개인에게 있다는 점에 대해 지적한다. 전씨는 "학교에서 백신 접종을 강조하고, 내년부터 백신을 못 맞으면 학원을 못 간다는 말에 등 떠밀려 백신을 맞았다"며 "하지만 막상 부작용이 생기니 질병청은 연결도 안 되고, 교육청은 ‘안타깝다’는 이야기만 하고 어떤 안내나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했다. A군 보호자는 “퇴원 후 인과성 입증을 위해 신고했다. MRI까지 찍은 중증 환자였는데, 인과성이 없다는 신청 결과가 나왔다”고 하소연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현재 백신 부작용 인과성을 입증하는 몫은 개인에게 있고, 이마저도 입증이 쉽지 않다. 백신 접종은 국가 사업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입증 역시 국가가 해야한다”고 했다. 질병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상반응이 나타나면 접종자나 보호자가 관할 시군구에 보상 신청을 하고, 이후 피해조사반 조사 및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 심의를 통해 인과성이 결정된다.

'방역패스 시행' 반대 목소리도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종로학원 강북본원에 '백신패스(방역패스)' 관련 안내문이 걸려 있다. 정부는 위드코로나 시행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면서 12~17세 소아·청소년 보호를 위해 내년 2월부터 학원 등에도 백신패스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접종 기간이 촉박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소아·청소년 백신패스 시행 시기를 늦춰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종로학원 강북본원에 '백신패스(방역패스)' 관련 안내문이 걸려 있다. 정부는 위드코로나 시행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면서 12~17세 소아·청소년 보호를 위해 내년 2월부터 학원 등에도 백신패스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접종 기간이 촉박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소아·청소년 백신패스 시행 시기를 늦춰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내년 2월 시행 예정인 청소년 방역패스에 대해서도 ‘사실상 백신을 강제하는 조치’라며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신민향 학생학부모인권보호연대 대표는 “청소년 백신 부작용 사례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을 안 맞으면 학원을 못 가게 하고, 백신 접종을 학교에서 강조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관계기관과 방역패스 도입 시기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르면 올해 말쯤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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