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왜 HIV치료제와 같이 먹나…코로나 알약 모든 것 [Q&A]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에서 다음달부터 쓸 수 있게 된 화이자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관심이다. 재택치료 환자는 바로 처방받을 수 있는지,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원인 바이러스인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는 왜 같이 먹어야 하는지 등 여러 궁금증도 커진다. 팍스로비드를 둘러싼 주요 궁금증을 문답으로 정리해봤다.

팍스로비드. AP=연합뉴스

팍스로비드. AP=연합뉴스

치료제가 3알로 구성됐는데 HIV 치료제가 포함됐다.
팍스로비드는 한 번에 3알을 복용한다. 항바이러스제인 니르마트렐비르 2알과 HIV 치료제로 오래 써 온 리토나비르 1알이다. 이를 12시간 간격으로 하루 두 차례 5일간 먹는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 들어와 RNA(리보핵산)을 배출한 뒤 단백질 덩어리를 만든다. 바이러스를 복제하려면 이 덩어리를 쪼개야 하는데 니르마트렐비르는 이때 필요한 단백질 분해 효소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리토나비르를 같이 먹어야 이런 약효가 오래 간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간에서 사이토크롬이라는 효소가 니르마트렐비르를 분해해 약효를 떨어뜨리는데, 리토나비르는 이를 차단한다”며 “약물 농도를 높이고 약효를 오래 유지시켜주는 ‘부스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반감기(혈중 내 약물 농도가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도 길게 해 12시간마다 두 번 먹으면 된다. 반감기가 짧으면 투약 횟수가 더 늘 수 있다.
구체적인 투여 대상은.
원칙적으로 경증, 중등증 코로나19 환자이면서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은 성인이면 누구나 복용할 수 있다. 12세 이상 청소년도 체중이 40㎏ 넘는다면 가능하다. 그러나 물량이 제한적인 만큼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큰 고령자, 비만·당뇨 등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코로나19 환자에 우선 쓸 예정이다. 구체적인 대상자는 전문가 의견을 들어 결정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감기약 같은 알약을 생각하면 되나. 
팍스로비드가 그간 코로나19 치료제와 다른 건 의사 처방전에 따라 집에서 알약을 복용하면 된다는 점이다. 정맥 주사 방식 치료제인 렉키로나주는 병원에 가서 한시간 동안 주사를 맞아야 한다. 비교적 손쉽게 복용하지만 그렇다고 감기약처럼 받아들이기엔 부작용 등을 잘 관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임상시험에서 확인된 부작용은 미각 이상, 설사, 혈압 상승 및 근육통 등이다. 대부분 경미했고 약물 투여를 끝내면 호전되는 경과를 보였다고 한다. 다만 김우주 교수는 “새로 나온 약물이라 백신처럼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영국 등에서의 상황을 잘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한다.
팍스로비드 복용시 주의사항.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팍스로비드 복용시 주의사항.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함께 먹으면 안 되는 약이 있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런 약 28가지를 안내했다. 진통제(페티딘, 피록시캄, 프로폭시펜), 항협심증제(라놀라진), 항통풍제(콜키신), 진정·수면제(트리아졸람, 경구용 미다졸람) 등 22개 성분은 팍스로비드와 같이 쓰면 해당 약물의 농도가 과하게 오를 수 있다. 농도가 오르면 약효가 좋아질 수 있지만 독성이 나올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생명을 위협할 수준의 이상반응까지 생길 수 있어 병용을 금기한다”고 말했다. 항암제(아팔루타이드)와 항경련제(카르바마제핀, 페노바르비탈, 페니토인) 등 6개 성분은 팍스로비드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어 금기 대상에 포함됐다. 이런 약을 끊거나 다른 약으로 대체하기 어렵다면 투여가 불가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의료진이 처방할 시 환자의 병용 금기 약물 복용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도록 기존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를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작용기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작용기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임신 중에도 먹을 수 있나.  
식약처에 따르면 팍스로비드는 동물실험에서 고용량 투여 시 태아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권장하지 않지만 코로나19 감염시 태아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의사 판단 하에 먹을 수 있다. 수유 중이라면 투여하는 동안 수유를 중단하라고 식약처는 권고했다. 
금기 대상은. 
중증 간·신장 장애가 있다면 투여가 권장되지 않는다. 임상시험에서 약물의 체내 노출을 확인했는데 신장애 환자의 경우 중등증일 때 체내 노출이 정상의 2배 수준이었고, 중증일 때는 더 높았다. 따라서 중등증 신장애 환자는 용량을 반으로 줄여 복용하고 중증일 땐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간장애 환자의 경우 경증, 중등증이라면 용량 조절 필요없이 복용 가능하지만 중증에 대해 노출 정도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권장하지 않는다. 이런 환자 등에 대해서 질병청은 항체 치료제 등 대체 치료제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약값은. 약국에서도 살 수 있을까. 
환자는 무료로 처방받는다. 코로나19 치료 비용은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전액 정부가 부담한다. 2009년 신종플루 때는 별다른 확진 검사없이 일선 의료진 판단 하에 의심 환자에도 치료제를 처방했는데 이런 식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우주 교수는 “타미플루는 치료 뿐 아니라 예방 효과도 80~85% 가량 됐는데 팍스로비드에 대해선 아직 관련 연구가 없다”라며 “제한적으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강립 식약처장은 2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정부가 전체를 구매해 의료현장에서 어떻게 유통, 투약되는 것이 안전하고 적정한지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일반 약국에서 전문의약품 처방해 사먹듯 그렇게 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확진되면 누구나 복용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증거를 확보해 가며 판단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환자가 언제부터 처방받을 수 있을까.
정부는 다음 달 중순쯤 팍스로비드를 국내에 들여올 것이라고 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중순이라는 건 국내 도착 기준”이라며 “세관과 협의됐고 유통회사와도 계약이 끝나 배송이 지체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루, 이틀 정도면 전국에 배송이 끝나 환자에 쓸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승인은 언제쯤일까.
정부는 현재 팍스로비드 이외 미 제약사 머크앤컴퍼니(MSD)의 몰누피라비르도 24만2000명분 선구매한 상태다. 지난달 17일부터 긴급사용 승인 검토에 들어갔지만 아직 결론 나지 않았다. 김강립 처장은 27일 브리핑에서 “안전성, 특히 효과성 자료에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효능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5만명분을 선구매했다가 계약을 취소하기도 했는데 이런 가능성에 대해 당국은 “식약처의 긴급사용 승인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만 밝혔다. 김우주 교수는 “몰누피라비르는 팍스로비드 대비 약효도  떨어지고 안전성 우려도 있다”며 “두 가지 약물을 어떤 우선순위에 따라 줄 것인지 전문위원회를 열어 투약 기준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