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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군대에서 배구의 소중함 느낀 송희채

중앙일보

입력

거수경례를 하는 예비역 병장 송희채. 인천=김효경 기자

거수경례를 하는 예비역 병장 송희채. 인천=김효경 기자

배구공 대신 소총을 잡고 보낸 18개월. 하지만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의 활약이다. 현역병으로 입대했던 송희채(29)가 우리카드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우리카드는 5연패 이후 4연승을 달리고 있다. 최하위까지 떨어졌지만 어느새 순위 싸움에 끼어들었다. 중심에 송희채가 있다. 공격, 수비, 리시브, 블로킹까지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여주며 살림꾼 역할을 하고 있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도 "희채가 온 뒤 팀이 안정적으로 바뀌었다"며 주전으로 기용했다.

배구 선수들은 대개 사회복무요원이나 상근예비역, 혹은 국군체육부대(상무)를 통해 병역을 치른다. 혼자서는 연습하기도 힘들고, 네트를 두고 하는 운동이라 감각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희채는 지난해 5월 일반병으로 입대했다.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상무 입대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송희채가 배치된 곳은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12보병사단. 본부근무대 위병소에서 하루 최대 4시간 근무를 하면 운동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송희채는 "오후 6시에 끝나는 날은 아예 운동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주말엔 근무가 덜해서 오전, 오후로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체육 시설을 쓰기 힘들어 맨몸 운동을 많이 했다"고 했다.

사격 실력이 뛰어나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송희채는 "유산소 운동이 필요할 땐 축구를 많이 했다. 크고 빠르니까 (도르트문트 스트라이커 옐랑 홀란드에 빗댄) '인제 홀란드'로 불렸다"고 웃었다.

우리카드 송희채. [사진 한국배구연맹]

우리카드 송희채. [사진 한국배구연맹]

공을 때리는 훈련은 벽과 그물을 이용했다. 송희채는 "부대에 양해를 구하고, 구단에서 보내온 공을 자주 만졌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벽치기'를 했다. 풋살장 그물에 대고 때리기도 했다. 부대에 야구선수 둘이 있어 캐치볼을 하는데 부러웠다"고 떠올렸다.

배구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았다. 송희채는 "다른 세상에 있다보니 '내가 너무 좋은 환경에 있었구나'라고 느꼈다. 일반병으로 가다 보니 걱정한 사람도 많았는데 남들이 안 해본 걸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배구가 정말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연애 1년, 결혼 1년만에 군대에 갔다. 아내에게 미안해서 결혼반지를 늘 꼈다"고 했다. 전역한 지금도 목걸이에 반지를 차고 코트에 선다.

코로나19로 쓰지 못한 휴가를 모아 한 달 정도 먼저 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송희채는 "네트를 두고 연습하지 못했기 때문에 코어 운동에 집중했다. 다행히 군에서 연습했던 게 도움이 됐는지 아직까진 네트 터치를 하지 않았다. 군대 다녀와서 점프력이 떨어졌다거나 현역으로 다녀온 티를 내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전역한 지 이틀 만에 코트에 섰다. 1년 반을 쉰 탓에 걱정도 컸다. 송희채는 "배구는 빠른 템포의 경기다. 순간순간 1초도 안 되는 사이 결정된다. 그전에는 몸이 바로바로 움직였는데 비시즌 운동을 하지 않아 판단을 내리거나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빠르게 회복하는 중"이라고 했다.

송희채는 입대 한 달 전 삼성화재서 우리카드로 트레이드 됐다. 그는 "전 시즌에 너무 안 좋았고, 입대도 얼마 안 남아서 팀에서 쉬라고 했다. 소속팀이 없는 느낌이었다. 잊혀진 듯도 했다"고 떠올렸다.

모든 것이 그에겐 새롭다. 송희채는 "내가 없는 사이 팀이 챔프전에 올랐다. 너무 부러웠다"며 "이제 시즌이 절반 남았다. 연승중이지만 만족하지 않는다. 밖에서 본 우리카드는 단단한 팀이었는데, 와서 보니 선수들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우리카드가 초반에 부진했지만 상위권과 격차는 크지 않다. 송희채는 "남자부가 역대급 혼전이라는데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하면 충분히 반등할 수 있다"며 "감독님이 '너 자신을 믿으라'고 조언해줬다. 나 자신을 믿고, 팀에 힘을 싣고 싶다. 정신없이 하다 보면 팀도 올라가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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