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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미술·영화·사진·패션·광고 넘나들며 달리가 그려낸 초현실 세계로

중앙일보

입력

20세기를 대표하는 천재 예술가, 초현실주의 대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 1904-1989)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요. 자세히 몰라도 독특한 팔(八)자 모양의 뾰족한 콧수염을 가진 화가, 녹아서 흘러내리는 시계 등 몽환적이고 기묘한 상상력의 그림은 본 적 있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살바도르 달리는 평생 천재적인 화가로 칭송받으면서 동시에 각종 기이한 행동으로 기상천외한 괴짜 취급을 받았어요. 평생 시달린 불안감과 광기를 독창적인 예술로 표현한 그는 미술뿐 아니라 영화·사진·연극·패션·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죠.

살바도르 달리. Photo ⓒGerard Thomas d’Hoste / Fundacio Gala-Salvador Dali, Figueres, 2021 Image Rights of Salvador Dali reserved. Fundacio Gala-Salvador Dali, Figueres, 2021

살바도르 달리. Photo ⓒGerard Thomas d’Hoste / Fundacio Gala-Salvador Dali, Figueres, 2021 Image Rights of Salvador Dali reserved. Fundacio Gala-Salvador Dali, Figueres, 2021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했던 그의 도전정신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 소식에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찾았습니다. 살바도르 달리의 국내 첫 대규모 회고전 ‘살바도르 달리: Imagination & Reality’는 전 생애에 걸쳐 장르와 매체 제한 없이 방대한 작업을 펼쳤던 예술 여정을 더욱 쉽고, 깊이 있게 소개해요. 전시 홍보를 맡은 지엔씨미디어 김여은 대리가 “원화 작품 소개는 물론이며, 시기별로 어떠한 인물과 사건을 통해 작품 스타일이 변화했는지 혹은 새로운 시도를 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죠. “달리에 대해 정확하게는 알지 못했던 분들을 위해 달리의 생각과 감정을 대입하여 공감할 수 있게 하고자 노력했어요.” 김 대리는 다양한 다큐멘터리 자료와 상세한 설명, 사진 자료 등을 통해 철학과 이론 등이 복합적으로 뒤섞인 달리의 정신세계를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이해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덧붙였죠.

독특한 팔(八)자 모양의 뾰족한 콧수염으로 유명한 초현실주의의 대가 살바도르 달리. Photo ⓒRobert Whitaker / Fundacio Gala-Salvador Dali, Figueres, 2021 Image Rights of Salvador Dali reserved. Fundacio Gala-Salvador Dali, Figueres, 2021

독특한 팔(八)자 모양의 뾰족한 콧수염으로 유명한 초현실주의의 대가 살바도르 달리. Photo ⓒRobert Whitaker / Fundacio Gala-Salvador Dali, Figueres, 2021 Image Rights of Salvador Dali reserved. Fundacio Gala-Salvador Dali, Figueres, 2021

살바도르 달리 재단과의 공식 협업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스페인 피게레스에 위치한 달리 미술관을 중심으로, 미국 플로리다의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과 스페인 마드리드의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 소장품들로 구성됐어요. 140여 점의 유화와 삽화, 설치 작품, 사진 및 영상 등을 10개 섹션으로 나누어 연대기별로 소개하죠. 김 대리는 관람 포인트로 세계적인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과 협업한 ‘스펠바운드’와 미키 마우스의 창시자 월트 디즈니와의 장기 프로젝트로 탄생한 애니메이션 ‘데스티노’ 상영을 놓치지 말라고 했죠. “무엇보다 세밀하고 섬세한 붓놀림과 정교하고 정확한 원근법 등 달리의 천재적인 재능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달리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길을 개척해 나갔습니다. 또한 수학과 과학, 철학과 종교 등의 다양한 이론과 학문을 종합적으로 작품에 녹여냈기에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전시를 즐겁게 관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열린 마음이 필요하겠죠. “그림 앞에 서서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해석하려 하기보다는 달리의 입장에서 그가 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그림 속에 어떠한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관람한다면 더욱 신비로운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달리와 함께 무궁무진한 꿈같은 영감을 잔뜩 얻어가세요.”

스튜디오에서 그린 자화상 Self-Portrait in the Studio, c. 1919 ⓒ Salvador Dali, Fundacio Gala-Salvador Dali, SACK, 2021

스튜디오에서 그린 자화상 Self-Portrait in the Studio, c. 1919 ⓒ Salvador Dali, Fundacio Gala-Salvador Dali, SACK, 2021

살바도르 달리는 1904년에 스페인 피게레스에서 태어났어요. 달리가 태어나기 전, 세상을 떠난 형으로 인해 상심한 부모는 달리를 죽은 형의 환생으로 여겼죠. 이름도 형의 이름을 따 살바도르 달리로 지었습니다. 이는 달리에게 정신적인 상처를 안겼고 죄책감과 강박증, 편집증, 정신 분열 증상인 이중성 혹은 다중성을 갖게 했죠. 달리는 온전한 자신으로 인정받길 원했으며, 그 열망을 온갖 기행과 일탈로 표출했어요. 발작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웃기, 개미에 뒤덮인 박쥐를 입에 넣기, 망토와 왕관을 쓰고 왕 행세하기, 염소 똥으로 만든 향수 뿌리기 등 기상천외한 행동으로 시선을 끌었으며, 괴짜 취급을 받았죠.

첫 번째 섹션에서는 독특한 성격과 세계관에 강한 영향을 끼친 성장 배경과 가족 관계 등 유년시절을 소개합니다. 그가 처음부터 초현실주의 작품을 그린 것은 아니었어요. 10대 시절에는 당시 유행하던 인상주의와 입체주의의 영향을 받았는데,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을 볼 수 있죠. 특히 달리가 만 15세에 얻은 첫 스튜디오에서 그린 ‘스튜디오에서 그린 자화상’을 보면 일찍부터 과학적인 접근법을 시도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 개의 거울을 곁에 두고 반사된 각도를 계산하며 정확하게 그려냈죠.

전시장 곳곳에서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속 갈라를 만날 수 있다. ‘슈거 스핑크스’(사진 왼쪽 그림)에는 넓은 광야를 향해 등을 돌리고 앉아있는 갈라의 뒷모습이 등장한다.

전시장 곳곳에서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속 갈라를 만날 수 있다. ‘슈거 스핑크스’(사진 왼쪽 그림)에는 넓은 광야를 향해 등을 돌리고 앉아있는 갈라의 뒷모습이 등장한다.

이번 전시는 ‘인간 달리’에도 집중합니다. 그는 천재적인 예술가이면서 평생 한 여자만을 사랑한 남자예요. 달리와 갈라의 운명적인 만남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마치 영화 같았던 러브스토리가 펼쳐집니다. 달리는 50년 동안 수많은 갈라의 초상화를 그렸는데, 갈라는 달리의 작품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는 상징 중 하나이기도 하죠. 전시장 곳곳에서 달리의 작품 속 갈라를 만날 수 있어요. ‘슈거 스핑크스’에는 넓은 광야를 향해 등을 돌리고 앉아있는 갈라의 뒷모습이 등장하죠. 그림 속 갈라의 정면에 놓인 사이프러스 나무 사이로 두 인물과 수레가 보이는데 이는 장 프랑수아 밀레의 ‘만종’ 속 인물을 모티브로 삼은 것입니다. 달리는 밀레의 ‘만종’을 본 순간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였고 다양한 해석과 주장을 남겼는데요. “몇 년이나 나를 쫓아다니며 모호한 위기감을 유발시켰다”거나, 감자 바구니가 관으로 보인다고도 했어요. 이후 ‘만종’을 재해석한 그림들을 제작했는데 ‘슈거 스핑크스’도 그중 하나죠.

전시장에는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 세계를 볼 수 있는 작품과 그가 상징적으로 생각하고 모티프로 많이 사용했던 녹아내리는 시계, 개미, 사이프러스 나무 등을 해석해놓은 코너도 있다.

전시장에는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 세계를 볼 수 있는 작품과 그가 상징적으로 생각하고 모티프로 많이 사용했던 녹아내리는 시계, 개미, 사이프러스 나무 등을 해석해놓은 코너도 있다.

달리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연구한 잠재의식에 강한 충격을 받고 기이하고 몽환적인 꿈의 세계를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그려내는 화가로 거듭났습니다. 초현실주의 예술 운동에서 나온 생각의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자동기술법과 함께 어떠한 사물에 강박적으로 집착하거나 응시할 때 나타나는 왜곡을 표현한 ‘편집광적 비판’이란 기법을 활용했죠. 무의식 속 장면들을 의식적으로 그리고 극사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꿈과 상상의 세계를 현실로 이어지게 하려는 의도였습니다. 달리의 초현실 세계를 볼 수 있는 작품과 그가 상징적으로 생각하고 모티프로 많이 사용했던 녹아내리는 시계, 개미, 사이프러스 나무 등을 해석해놓은 코너도 마련됐어요.

살바도르 달리는 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를 다르게 인식할 수 있는 ‘이중 이미지’ 기법을 다양한 작품에 적용했다. ‘임신한 여성이 된 나폴레옹의 코, 독특한 폐허에서 멜랑콜리한 분위기 속 그의 그림자를 따라 걷다 Napoleon's Nose, Transformed into a Pregnant Woman, Strolling His Shadow with Melancholia amongst Original Ruins, 1945’ ⓒ Salvador Dali, Fundacio Gala-Salvador Dali, SACK, 2021

살바도르 달리는 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를 다르게 인식할 수 있는 ‘이중 이미지’ 기법을 다양한 작품에 적용했다. ‘임신한 여성이 된 나폴레옹의 코, 독특한 폐허에서 멜랑콜리한 분위기 속 그의 그림자를 따라 걷다 Napoleon's Nose, Transformed into a Pregnant Woman, Strolling His Shadow with Melancholia amongst Original Ruins, 1945’ ⓒ Salvador Dali, Fundacio Gala-Salvador Dali, SACK, 2021

살바도르 달리는 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를 다르게 인식할 수 있는 ‘이중 이미지’ 기법을 다양한 작품에 적용했다. ‘볼테르의 흉상 Bust of Voltaire, 1941’. ⓒ Salvador Dali, Fundacio Gala-Salvador Dali, SACK, 2021

살바도르 달리는 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를 다르게 인식할 수 있는 ‘이중 이미지’ 기법을 다양한 작품에 적용했다. ‘볼테르의 흉상 Bust of Voltaire, 1941’. ⓒ Salvador Dali, Fundacio Gala-Salvador Dali, SACK, 2021

제2차 세계대전으로 미국으로 망명한 시기의 대표작들도 시선을 끌었습니다. 달리는 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를 다르게 인식할 수 있는 ‘이중 이미지’ 기법을 다양한 작품에 적용했는데요. 대표적으로 ‘임신한 여성이 된 나폴레옹의 코, 독특한 폐허에서 멜랑콜리한 분위기 속 그의 그림자를 따라 걷다’가 있죠. 작품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반복적으로 그려진 얼굴은 권력을 상징하는 ‘나폴레옹’입니다. 어린 시절 달리의 꿈이었던 ‘나폴레옹’에 대한 강한 집착이 드러나고, 부드러운 곡선형 구조물은 스페인의 위대한 건축가 ‘가우디’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냅니다. 화려한 도상들로 장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달리 특유의 적막함과 우울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작품이죠.

1945년, 히로시마․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은 달리에게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후 많은 작품이 핵과 연관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그려졌죠. 스페인 신비주의적 전통이 가미된 ‘핵-신비주의(Nuclear Mysticism)’ 단계로 접어들면서 달리는 과학의 진보와 고전의 신비함을 자신만의 예술언어로 녹여냅니다. 대표적인 작품 ‘네로의 코 주위의 탈물질화’에서 중력이 소멸된 듯한 풍경 속에 모든 물질의 분열이 일어났음을 볼 수 있었죠. 달리가 회화 소재로 즐겨 삼았던 도상들인 사이프러스 나무와 신고전주의 건물, 잉크병, 유기적인 형체의 인물 등을 통해 자신의 고유한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새로운 사상과 사건을 접목시키면서 끊임없이 시도하고 영역을 확장해 나갔음을 알 수 있어요.

소설 ‘돈키호테 데 라만차’와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문학 작품에 싣기 위해 그린 삽화들도 볼 수 있다.

소설 ‘돈키호테 데 라만차’와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문학 작품에 싣기 위해 그린 삽화들도 볼 수 있다.

전사 혹은 ‘로스 엠보자도스’ 미켈란젤로의 로렌조 데 메디치의 무덤에 있는 로렌조 데 메디치 조각상 재해석 The Warrior or ‘Los Embozados’. Lorenzo de' Medici after the Tomb of Lorenzo de' Medici by Michelangelo, c. 1982 ⓒ Salvador Dali, Fundacio Gala-Salvador Dali, SACK, 2021

전사 혹은 ‘로스 엠보자도스’ 미켈란젤로의 로렌조 데 메디치의 무덤에 있는 로렌조 데 메디치 조각상 재해석 The Warrior or ‘Los Embozados’. Lorenzo de' Medici after the Tomb of Lorenzo de' Medici by Michelangelo, c. 1982 ⓒ Salvador Dali, Fundacio Gala-Salvador Dali, SACK, 2021

이어지는 섹션에서는 소설 ‘돈키호테 데 라만차’와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문학 작품에 싣기 위해 그린 삽화들도 볼 수 있습니다. 고전주의 미술의 거장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후기 작품들도 인상적인데요. ‘전사 혹은 ‘로스 엠보자도스’ 미켈란젤로의 로렌조 데 메디치의 무덤에 있는 로렌조 데 메디치 조각상 재해석’을 비롯해 거장들의 작품을 달리가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죠. 특히 영감을 받은 원본 작품 사진을 함께 전시해 두 작품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설치 작품 ‘메이 웨스트 룸’은 배우 메이 웨스트의 눈, 코, 입을 가구와 인테리어 장식 요소로 재구성했다. 착시가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경험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설치 작품 ‘메이 웨스트 룸’은 배우 메이 웨스트의 눈, 코, 입을 가구와 인테리어 장식 요소로 재구성했다. 착시가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경험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달리의 꿈속으로 떠나는 여정’에서는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달리 미술관을 위해 특별 제작된 실감형 멀티미디어 콘텐트 ‘달리의 꿈’이 타 미술관에서는 최초로 공개됩니다. 벽면을 에워싼 몽환적인 화면과 생생한 사운드로 달리의 꿈속에서 벌어졌을 풍경이 현실에서 펼쳐지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라 달리의 꿈속을 걸어 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기념으로 남겨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달리는 할리우드에서 수많은 아티스트와 스타들과 영감을 주고받았어요. 그중 대표적인 설치 작품 ‘메이 웨스트 룸’은 1920~30년대 인기를 끌었던 배우 메이 웨스트의 눈, 코, 입을 가구와 인테리어 장식 요소로 재구성했는데요. 착시가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경험을 전시장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달리는 장르와 매체를 가리지 않고 미술·영화·사진·연극·패션 등 상업적인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는데요. 우리가 잘 아는 사탕 브랜드 ‘츄파춥스’의 로고도 디자인했죠. 예술과 상업 경계를 무너트려 팝아트 탄생의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초현실주의의 대가, 더불어 21세기 예술문화 전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우리의 삶 속에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평소 죽음을 두려워하고 영원히 살고 싶어 했던 달리의 꿈이 이뤄진 겁니다.

살바도르 달리: Imagination & Reality

기간 2022년 3월 20일(일)까지
장소 서울 중구 을지로 281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 디자인전시관 (B2)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입장 마감 오후 7시) *상황에 따라 입장이 조기 마감될 수 있습니다.
관람료 성인 2만원, 청소년 1만5000원, 어린이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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