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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스윙 짧아지면 방향성 좋아지고 되레 더 멀리 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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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8호 31면

박원의 챔피언 스윙

람의 간결한 백스윙. [AP]

람의 간결한 백스윙. [AP]

욘 람(Jon Rahm, 27)은 영어권에서는 ‘존 람’이라 불리는데, 국내에서는 스페인 선수라 스페인어 발음을 따서 ‘욘 람’으로 칭한다.  2015년에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역대 최장기간인 총 60주 동안 그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우승으로 프로로서 세계랭킹 1위에 처음 올랐고, 현재도 세계랭킹 1위이다. 2021년 그는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메모리얼 토너먼트의 타이틀 방어에 나서 3라운드까지 6타차 선두였지만, 코로나19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규정에 따라 마지막 라운드를 기권해야 했다. 하지만 2주 후에 US오픈에서 스페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우승하며 세계 최고의 선수 자리를 굳혔다.

욘 람, PGA서 파워·정확도 모두 상위권

람은 주니어 시절부터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장타를 쳤다. 하지만 볼이 온 사방으로 다 날아갔다고 한다. 람에 따르면 13살 때부터 람을 지도해온 에두아르도 세이에스 코치가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람의 백스윙을 오늘날의 크기로 줄였다고 한다. 람은 현재 PGA 투어에서 백스윙이 가장 짧은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키 188㎝, 체중 100㎏의 큰 체구 때문에 백스윙이 유독 짧아 보인다. 하지만 그의 2020~2021시즌 PGA투어 기록을 보면 의미 있는 사실이 발견된다. 평균 드라이브 거리(309야드, 19위), 300야드 이상의 드라이브 확률(63.64%, 23위), 320야드 이상의 드라이브 확률(30.52%, 18위) 등을 종합한 파워랭킹이 27위다. 그 짧은 백스윙으로는 쉽게 믿기지 않을 만큼 대단한 드라이브 거리를 기록하고 있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정확성이다. ‘장타자들은 정확성이 떨어진다’라는 통설을 무색하게 한다. 그린 적중률(2위, 71.93%), 100야드 밖에서 홀에 근접시키는 능력(6위, 67.54%), 페어웨이 안착률(61위, 63.73%)을 합한 정확도 순위가 31위다. 파워와 정확성 모두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대단한 선수다.

여자 선수로는 중국의 펑샨샨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펑의 스윙에서도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짧은 백스윙이다. 펑의 코치인 게리 길크리스트에게 물었더니 원래 체력훈련은 아예 하지 않고 연습하는 것도 거의 보기 드물다고 한다. 대회를 앞두고 점검받고자 나온 경우에도 20개 이상 볼을 치지 않는다. 조언만 듣고 고개를 끄덕이면 그것으로 훈련은 끝. 그 때문에 코칭 피를 받기가 민망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펑의 경기력은 경이롭다. 첫 우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했다. 그녀의 경기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필자는 펑의 짧은 백스윙에 주목한다. 마지막으로 대회에 자주 참가했었던 2019년에도 드라이브 정확도(81.06%, 8위)와 그린적중률(74.93%, 11위)이 빼어났다.

박원의 챔피언 스윙

박원의 챔피언 스윙

람과 펑처럼 짧은 백스윙을 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백스윙은 다운스윙의 패턴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좋은 백스윙과 나쁜 백스윙의 차이는 탑에서의 클럽헤드 위치와 탑으로 가는 과정에 달려 있다. 백스윙이 길어질수록 클럽헤드는 바람직하지 않은 위치에 놓이게 된다. 탑에서 샤프트가 타깃 라인과 평행을 이루지 않고 타깃 우측을 가리키는 ‘크로스(crossed)’ 그리고 타깃 좌측을 가리키는 ‘레이드 오프(laid-off)’ 현상이다. 모두 백스윙이 길어질수록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 경우 적절한 타이밍에 보정동작이 없으면 클럽헤드가 올바른 다운스윙 궤도를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백스윙이 짧아지면 상대적으로 그 두 가지 오류에서 자유롭고 방향성이 크게 개선된다. 그림1 람의 백스윙 탑 모습을 보자. 드라이버 스윙인데도 4분의 3 스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짧다. 슬라이스나 심한 훅으로 고생하는 골퍼들은 백스윙 크기를 과감하게 줄여보자. 대단히 긍정적인 변화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박원의 챔피언 스윙

박원의 챔피언 스윙

백스윙이 짧아지면 방향성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멀리 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주장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골퍼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원리는 간단하다. ‘래깅(lagging)’ 동작이 이루어지면 임팩트 구간에서 최대의 클럽헤드 스피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래깅이란 백스윙 탑에서 다운스윙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손목 코킹을 풀지 않고 클럽을 끌고 내려오는 동작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손목이 풀리는 타이밍을 늦추는 것이다. 임팩트 구간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손목이 최대 스피드로 풀어짐으로써 클럽헤드 스피드가 빨라져 볼을 더 멀리 칠 수 있는 것이다.

셋업·탑에서의 척추 기울기 유지해야

하지만 대다수의 골퍼는 백스윙이 길어질수록 래깅 없이 손목만 일찍 풀리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정작 임팩트 구간에서는 헤드스피드를 최대로 내지 못하게 된다. 탑에서 힘이 들어가면 손목은 더 빨리 풀어진다. 아무리 힘을 빼려 애를 써도 잘 안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런 경우 백스윙을 줄여 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백스윙이 짧으면 그만큼 좀 더 임팩트 구간에 가까운 시점에서 손목이 빠르게 풀어지며 헤드스피드를 높이고 볼을 더 멀리 칠 수 있게 된다.

람의 스윙에서 배울 수 있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척추 기울기(Spine Tilt)’다. 거의 모든 골퍼를 위한 원포인트 레슨으로써 소위 그 가성비가 엄청나게 뛰어난 것이 척추 기울기 교정이다. 람의 스윙을 보자. 그림2의 셋업에서 척추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람의 백스윙 탑인 그림3에서 셋업 때 기울인 척추와 머리 위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운스윙이 시작되면 머리는 제자리에 고정해 놓고, 지면을 박차며 타깃 쪽으로 밀고 나가는 힙턴으로 그림4 임팩트와 그림5 팔로스루를 만들어 낸다. 즉, 임팩트와 팔로스루에서는 척추가 더 기울어진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머리가 타깃 반대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힙이 타깃 쪽으로 이동하면서 척추가 더 기울어진다.

척추가 더 기울어지는 정도는 얼마나 적극적인 하체의 움직임을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 있다. 피니시에 이르면서 비로소 상체가 타깃 쪽으로 일어나며 척추가 세워진다. 많은 골퍼는 하체를 잘 사용하지 못하고 상체가 주도하는 다운스윙과 팔로스루를 만들어 낸다. 엎어 치는 스윙이며 볼도 잘 뜨지 않고 방향성과 비거리의 손실을 겪는다. 척추를 람처럼 기울여 유지하면 엎어 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 클럽헤드가 자연스럽게 인사이드에서 임팩트로 나아간다. 좋은 탄도, 정확한 방향성, 비거리 증대를 얻게 된다. 백스윙까지 길지 않으면 그 효과는 훨씬 더 커진다. 셋업 때 기울인 척추를 그대로 유지하며 스윙을 하자. 다운스윙 때 람처럼 척추가 더 기울어지는 다이내믹한 하체의 움직임을 못하더라도 최소한 셋업과 탑에서 유지한 척추 기울기만큼은 그대로 유지하자. 가성비 최고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일러스트 : 허영주

방문 틀 이용한 올바른 스윙 자세 연습법

◆ 양발 붙이고 스윙하기
① 가정에서 실제 볼을 칠 때처럼 셋업자세를 만들되 양 발만 나란히 붙여 놓고 연습스윙을 많이 하자.
② 머리는 가상의 볼 뒤에 두고 힙은 타깃 쪽으로 나아가며 피니시 때 밸런스를 유지한다. 이때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척추 기울기를 느끼며 익숙해지자.
③ 연습장에서 똑같은 자세와 동작으로 실제로 볼을 치자.
④ 정상적인 스탠스의 클럽별 비거리의 90%를 치는 것으로 생각하고 볼을 치자.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척추 기울기를 그렇게 익히자.

◆ 방문 틀을 힙으로 부딪히며 스윙 연습
① 집이나 사무실 등의 문을 열고 문틀 선상에서 실제 볼을 치듯 셋업을 한다. 이 때 왼발 뒤꿈치와 문틀의 간격이 10㎝ 가 되도록 한다
② 셋업 자세를 유지한 채로 양손을 허리 뒤쪽으로 옮겨 뒷짐을 진다.
③ 뒷짐 진 셋업자세에서 머리는 지면을 바라보며 고정한 채 몸동작만으로 연습스윙을 하자.
④ 다운스윙과 임팩트 자세에서 골반뼈가 아닌 왼쪽 힙의 두툼한 근육으로 왼쪽의 방문 틀을 강하게 부딪히는 힙턴을 한다. 이때의 척추 기울기, 힙과 방문 틀의 충돌에 익숙해지도록 매일 반복하자.
⑤ 실제로 볼을 칠 때도 그렇게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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