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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라스트 나잇 인 소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라스트 나잇 인 소호’(이하 ‘소호’)는 호러이자 스릴러이며 궁극적으로는 미스터리다. 패션을 공부하기 위해 런던에 온 엘리(토마신 맥켄지)가 겪는 판타지와 리얼리티를 솔기 없이 꿰맨 듯 엮여 있다. 엘리는 잠이 들면 1960년대 런던의 화려한 세계로 빠져든다. ‘카페 드 파리’. 그곳에서 만난 샌디(애냐 테일러-조이)는 엘리의 뮤즈이자 꿈이자 또 다른 자아다. 여기서 영화는 통로로 거울을 사용한다. 거울 속에 비친 죽은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는 끊임없이 거울 이미지로 이야기를 전진시킨다. 그 관계는 기묘한데, 꿈속에서 엘리가 거울을 보면 그곳엔 샌디가 있고, 거울 속 샌디가 거울 밖으로 나오며, 엘리는 거울 안에서 샌디를 바라보게 된다. 그런 관계는 현실로 이어지는데, 엘리는 샌디에게 영감을 얻은 옷을 디자인하고 그를 닮아 가고 동일시하며, 급기야 샌디의 환영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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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의 영화’라고 불러도 무방할 ‘소호’엔 수많은 대칭 이미지가 있지만, 가장 인상적인 건 잭(맷 스미스)과의 키스 신이다. 뱀파이어처럼 상대방의 목에 파고드는 잭. 이때 엘리와 샌디의 시선이 마주치는데, 엘리는 당황했고 샌디는 여유롭다. 흥미로운 건 웨스 크레이븐의 ‘나이트메어’(1984) 설정처럼, 꿈 속에서 키스를 했는데 현실의 엘리에게 키스 마크가 남아 있다는 사실. 이후 엘리는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며 핏빛 악몽을 경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