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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민 “수봉이가 미래”…허수봉 “형은 폼의 정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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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현대캐피탈 문성민(왼쪽)과 허수봉이 충남 천안 스카이워커스 체육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선수는 팀을 넘어 한국 남자배구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다. 김민규 기자

현대캐피탈 문성민(왼쪽)과 허수봉이 충남 천안 스카이워커스 체육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선수는 팀을 넘어 한국 남자배구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다. 김민규 기자

“저는 과거라는 말과 더 어울리죠. 현대캐피탈의 현재이자 미래는 (허)수봉이 입니다.”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12년째 입고 있는 문성민(35)은 이제 ‘간판스타’라는 말을 부담스러워 했다. 그러면서 옆에 있던 띠동갑 후배 손을 들어줬다. 허수봉(23)은 쑥스러워하며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문성민은 한국 배구를 대표하는 공격수다. 박철우(한국전력)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4500득점을 돌파했고, 국내 선수 최초로 2년(2015~16, 2016~17) 연속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최근 세 시즌은 부상으로 고전했다. 이 기간 합계 430점에 그쳐 2017~18시즌 득점(585점)에도 못 미쳤다.

현대캐피탈의 에이스 바통은 허수봉이 이어받았다. 2016년 고졸 선수 최초로 1라운드에 뽑힌 허수봉은 올 시즌 국내 선수 득점(316점, 전체 6위), 공격 종합(54.61%, 4위) 1위에 올라 있다. 현대캐피탈이 1라운드에서 외국인 선수 없이 4승 2패로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문성민은 “수봉이가 팀을 이끈다. 이제는 형들이 수봉이를 믿고 뛴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문성민과 허수봉은 현대캐피탈을 상징하는 선수다. 문성민은 “수봉이는 나보다 몇 단계 업그레이드가 된 선수다. 내 부족한 점을 채웠고, 인성까지 갖췄다”고 칭찬했다. 허수봉은 “어릴 때부터 성민이 형의 폼을 보며 ‘나도 저렇게 공을 때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폼의 정석”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민이 형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차이가 크다. 형에게는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는 힘이 있다”고 덧붙였다.

문성민은 “상무를 다녀온 후 수봉이의 기량이 더 좋아졌다. 선배이지만 의지할 수밖에 없을 만큼 듬직해졌다.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혼자 이끌다시피 한다”며 “앞으로 더 기대된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배구인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수려한 외모로 인기몰이했던 문성민도 요즘 허수봉 인기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그는 “경기 끝난 뒤 버스에 탈 때 나는 빈손이다. 수봉이는 양손 가득히 (팬들이 준) 선물을 안고 버스에 오른다. 수봉이 인기가 우리 팀에서 최고”라며 “수봉이가 숙소 거실에 선물 받은 빵을 놔두면, 나도 조금씩 뺏어 먹는다”고 웃었다. 둘은 2년째 룸메이트다.

현대캐피탈의 ‘거룩한 계보’

현대캐피탈의 ‘거룩한 계보’

두 아들 시호(5), 리호(3)를 둔 문성민은 육아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 뒤 ‘시호 아빠’로 더 유명해졌다. 두 아들에게도 인기 1위가 허수봉이란다. 시호가 이제는 영상통화 할 때 “(허)수봉 삼촌 바꿔줘”라고 한다. 문성민은 “나보다 (허)수봉이를 더 보고 싶다고 한다. 인기 선수를 알아보는 거다. 나보고는 ‘왜 바깥(웜업존)에 서 있냐’라고 하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조금 섭섭한 점도 있지만, 애들은 거짓말 안 한다”라며 후배 어깨를 두드려줬다.

현대캐피탈은 정규시즌 반환점을 앞둔 23일 기준으로 승점 22(7승 10패)로 7개 팀 중 5위에 올라있다. 지난 22일 삼성화재를 세트스코어 3-0 승리로 꺾고 5연패에서 탈출했다. 외국인 선수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 국가대표 출신 전광인이 전역해 오는 26일 OK금융그룹전부터 나선다. 1월 중순에는 새 외국인 선수 펠리페 안톤 반데로가 합류한다. 그때까진 히메네즈가 계속 뛴다. 허수봉은 “지난해 아픈 경험(6위)을 했으니 올해는 (성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성민도 “마지막에 웃을 일이 생기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문성민의 몸 상태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 그래도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올 시즌 득점 14위(149점), 47.45%의 높은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허수봉은 “어릴 적부터 성민이 형을 닮고 싶었다. 운동선수로 적지 않은 나이에도 형은 여전히 파이팅과 파워가 가장 넘친다. 팀을 위한 헌신도 대단하다. 그 아우라를 닮고 싶다”고 했다.

문성민은 “현대캐피탈이 인기 구단이라는 자부심을 안고 뛴다.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팀이다. 천안 팬들의 응원 역시 최고”라며 “선수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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