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직업계고 현장실습 사전 실사 의무화…위험 사업장 실습 제한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현장실습제도 보완을 위한 학생 간담회'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고(故) 홍정운 군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는 모습. 교육부 제공

지난달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현장실습제도 보완을 위한 학생 간담회'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고(故) 홍정운 군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는 모습. 교육부 제공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 가운데, 정부가 대책을 내놨다. 모든 현장실습 기업은 사전에 노무사가 현장 실사를 통해 점검하고, 위험이 감지된 기업 리스트를 공유해 학생이 실습을 가지 않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23일 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직업계고 현장실습 추가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여수에서 현장실습 도중 숨진 고(故)홍정운 군 사고 이후 79일 만이다. 교육부는 사고 조사 후 지난달부터 학생‧학부모‧교사‧기업 의견을 듣고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

실습 전 사전 실사 의무화…기업 부담금 줄여 갑질 막는다 

앞으로는 학생이 어떤 기업으로 실습을 가든 노무사, 산업안전보건공단 등이 미리 실사를 나간다. 지금까지는 실습 전 교사가 현장을 보러 가긴 했지만 홍 군이 일한 곳과 같이 5인 미만 사업장(참여기업)엔 안 가는 경우도 많았다. 실습이 시작된 뒤에야 실사를 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모든 실습 기업에 대해 사전 현장 실사를 해야 한다. 건설·기계·전기 등 위험한 업종이라면 산업안전보건공단이나 안전협회 등에서 실사를 나간다.

지난달 7일 민주노총 전국특성화고노조 및 학교부터 노동교육 운동본부 회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청와대를 향해 현장실습생 故홍정운 추모 행진을 하고 잇는 모습. 뉴스1

지난달 7일 민주노총 전국특성화고노조 및 학교부터 노동교육 운동본부 회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청와대를 향해 현장실습생 故홍정운 추모 행진을 하고 잇는 모습. 뉴스1

기업이 현장실습에 들이는 비용도 줄인다. 지금은 실습 비용을 기업이 70%, 국가가 30% 부담하지만, 내년부터 기업 40%, 국가 30%, 시·도 교육청 30%로 바꾼다. 인건비성 비용을 기업이 많이 부담할수록 학생을 교육받아야 할 대상이라기 보다 활용해야 할 인력으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의견 수렴 과정에서는 "기업에선 너희들 실습 시키려고 돈 쓰는데 내 몫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한다. 학생이 실습이 아닌 노동 현장에 보내진다"는 학생 의견이 나왔다.

위험 사업장 정보 공유…학교선 '노동인권' 교육 

위험 우려가 큰 사업장은 고용부가 교육부에 정보를 공유한다. 중대·사망 재해나 중대 산업사고가 발생했던 사업장, 산재 발생 보고의무 위반 사업장을 알려 학교에서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곳에는 학생이 실습을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동안은 고용부에서는 현장실습에 어떤 기업이 참여하는지 모르고, 교육부에서는 어떤 기업이 취약한 사업장인지 알 수 없었다"며 공유 취지를 설명했다.

이외에도 특성화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과목에 '노동인권과 산업안전보건' 을 추가하고, 직업교육훈련촉진법에 부당대우 금지 관련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홍 군 사고 이후 시·도 교육청 취업 지원센터를 통해 급히 마련한 부당대우 신고센터는 상설화한다.

민주노총 전국특성화고노조 및 학교부터 노동교육 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달 7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민주노총 전국특성화고노조 및 학교부터 노동교육 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달 7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일각에선 현장실습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실습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보완하자는 게 이번 방안 마련의 취지다. 안전사고 문제가 있지만 실습을 막으면 고졸 취업의 길까지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병익 교육부 평생교육국장은 "특성화고 교사와 취업지원관, 학생 등 대부분 의견수렴 참여자가 '안타까운 사고를 이유로 현장실습의 기본 틀을 크게 바꿔선 안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직업계고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현장실습을 하면서도 실습 기회가 더 늘어나도록 추가 개선방안을 마련했다"며 "더 이상은 가슴 아픈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