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정년 없애 대장동 결재자 재임용…野 "성남 패거리 꼼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각종 의혹에 휩싸여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의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각종 의혹에 휩싸여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의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경기도 산하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성남시 출신 인사를 재임용하기 위해 정년규정을 삭제했다는 의혹이 야당으로부터 제기됐다. 해당 인사는 성남시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대장동 개발사업의 결재라인에 있던 인물로, 최근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성남시 패거리 인사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했다.

19일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GH 곽현성 전략사업본부장(전문직 특1급)은 지난해 8월 3일 임용됐다. 앞서 곽 본부장은 2019년 6월 경기도시공사(현 GH)의 도시재생본부장(전문직 특1급)으로 임용됐는데, 계약 기간 2년 중 임기 1년을 남긴 지난해 6월 30일 정년(만 60세)을 채워 퇴직했다. 결과적으로 퇴직 두 달 뒤 같은 직급의 다른 자리로 옮겨간 것이다.

인사이동이 아닌, 퇴직 뒤 재임용을 거친 자리 이동을 두고 야권에선 “성남시 고위 공무원 출신인 곽 본부장을 위한 ‘원포인트 사규 개정’”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곽 본부장은 성남시 도시개발사업단장이던 2014년 당시 대장동과 제1공단 결합 개발 사업 추진 내용이 담긴 보고서의 결재자였다. 또 ‘제2 대장동 사업’으로 불리는 백현동의 이른바 ‘옹벽 아파트’ 인ㆍ허가가 진행되던 2017~2018년엔 관련 사업 책임자인 성남시 도시주택국장이었다.

GH 공문 등에 따르면 곽 본부장이 도시재생본부장으로 임용될 당시 채용공고의 임기 규정엔 “최초 계약 기간은 2년으로 하고, 2년 범위 안에서 1년 단위 계약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단, 계약 기간은 정년(만 60세)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기존 사규에 따르면 1960년 6월생인 곽 본부장의 경우 지난해 6월이 정년이라 계약 기간을 모두 채울 수 없고, 같은 직급의 자리에 재임용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GH는 곽 본부장 퇴직 두 달 전인 지난해 4월 9일 공고를 통해 ‘전문직 특1급’의 정년 규정을 폐지한다는 개정예고문을 냈다. “열린 채용, 임원급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것”이란 이유였다. 공고 후 실제로 ‘전문직 특1급’의 60세 정년 규정이 폐지됐고, GH는 곽 본부장이 퇴직하기 나흘 전인 지난해 6월 26일 ‘전문직 특1급’ 자리인 전략사업본부장과 도시개발본부장을 각 1명씩 채용하겠다고 공고했다. 공고 후 곽 본부장은 다시 GH에 지원했고, 퇴직 두 달 뒤 전략사업본부장에 임용됐다.

김은혜 의원은 “이재명 후보의 아킬레스건인 백현동과 대장동의 실체를 보은 인사로 감추는 원포인트 사규 개정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특히 당시 사규 개정에 관여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사가 모두 이재명 후보의 성남시 라인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당시 사규 개정을 주도한 사규심의위원장은 전형수 GH 경영기획본부장으로, 이 후보의 성남시장 및 경기도지사 시절 각각 비서실장을 지냈다. 지난달 퇴임한 이헌욱 전 GH 대표는 이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고문변호사였다.

김 의원은 “인사 수혜자는 물론이고 당시 규정 변경 심의위원장, 기관 대표까지 모두 최종 책임자인 이재명 후보의 패밀리”라며 “대장동ㆍ백현동 게이트의 골목을 지키고 있는 조직원들에게 자리를 나눠주는 듯한 꼼수 인사로, 사적 목적을 위해 공적인 권력을 활용한 단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전형수 본부장은 통화에서 “외부 전문가 채용 시에 나이 제한이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아 내부 검토를 통해 정년 규정을 없앤 것”이라며 “사규 개정 시점과 곽 본부장의 퇴사가 겹쳐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곽 본부장을 위한 사규 개정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곽 본부장은 관련 문의에 답하지 않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