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건으로 368억원, '리코발 태풍' 아직 박병호 남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1 신한은행 쏠(SOL)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5회초 2사 2루 키움 박병호가 삼진 아웃 당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1 신한은행 쏠(SOL)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5회초 2사 2루 키움 박병호가 삼진 아웃 당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겨울 최대 승자는 리코(리코스포츠에이전시)다."

19일 오전 한 구단 관계자가 자유계약선수(FA) 시장 판세를 분석하며 한 말이다.

올겨울 프로야구 FA 시장은 '리코가 쥐락펴락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코는 지난 14일 박건우(31)의 NC 다이노스 이적을 성사시키며 6년, 총액 100억원을 받아냈다. 2018년 12월 양의지(현 NC) 이후 3년 만에 나온 '100억원 계약'으로 FA 시장이 과열됐고 리코는 17일 김재환(33·두산 베어스)과 김현수(33·LG 트윈스)에게 나란히 115억원 계약을 안겼다. 총액 38억원에 잔류한 백정현(34·삼성 라이온즈)까지 더하면 리코가 4건의 계약으로 따낸 총액만 최대 368억원이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대리인의 보수로 '선수 계약 규모의 5%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4건의 계약으로 받을 수 있는 리코의 최대 계약 수수료는 18억원 안팎이다. 선수마다 수수료 비율이 다르게 책정돼 있다는 걸 고려해도 최소 수억 원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야구계 안팎에서 "FA 시장의 진정한 승자는 리코"라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A 구단 관계자는 "FA 권리 행사를 1년 미룬 서건창(LG 트윈스), 징계로 1군 일수를 채우지 못했던 한현희(키움)까지 리코 소속이다. 두 선수까지 FA 시장에 나왔으면 리코의 계약 영향력(FA 7명)은 더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코발 FA 태풍'은 아직 소멸하지 않았다. FA 미계약자인 박병호가 리코 소속이다. 박병호는 현재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와 협상이 원활하지 않다. 지난 7일 고형욱 단장을 만났지만, 안부 정도를 묻는 티 타임 수준이었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오간 것도 아니다. 박병호도 대리인인 이예랑 대표 없이 자리에 나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고형욱 단장은 "한 번 만난 게 전부다. 선수 측에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키움의 간판타자다. 통산 홈런이 327개인 거포. 하지만 최근 두 시즌 성적이 크게 떨어졌다. 올 시즌에는 118경기 타율 0.227 20홈런 76타점에 그쳤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53명 중 타격 최하위. 한 타자가 아웃 카운트 27개를 모두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추정 득점인 RC/27도 4.77(1위 강백호·9.85)로 최악이었다. 나이에 따른 성적 하락을 의미하는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키움과 두 번째 만남은 1월에나 이뤄질 전망인데 그 전에 박병호가 '깜짝 이적'을 선택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수도권 한 구단과 강하게 링크된 것으로 알려져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병호는 FA 등급이 C 등급이어서 그를 영입하는 구단은 올해 연봉(15억원)의 150%인 22억5000만원을 키움에 보상해야 한다. 2~3년 계약만 하더라도 최소 50~60억원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 박병호가 이적할 경우 리코의 FA 계약 총액은 400억원을 넘기게 된다. 계약 수수료는 그만큼 더 커진다.

B 구단 관계자는 "박병호가 설령 이적하지 않더라도 이미 대형 계약 대부분을 리코에서 따냈다. 이번 겨울 최대 승자라고 부르는 게 어색하지 않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