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지수 주연 '설강화'…"정치·이념보다 '사람' 들여다보려는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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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연 기자

JTBC '설강화'. 블랙핑크 지수는 '설강화' 주연 은영로 역으로 연기 데뷔를 하게 됐다. 사진 JTBC

"초기에 문구 몇 줄이 밖으로 유출되고 조합돼서 받아들이기 힘든 말들이 많이 퍼졌고,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는데…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그런 쪽(의혹)의 어떤 것들은 별로 있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16일 오후 JTBC 새 주말드라마 '설강화'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조현탁 PD는 준비한 듯 단호하게 말했다. 지난 3월 불거진 '민주화 운동 폄훼' 논란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모습이었다.

배우 정해인과 블랙핑크 지수가 '설강화' 주연으로 등장한다. 사진 JTBC

'설강화'는 1987년을 배경으로 한다. 은영로(지수)가 있는 여자대학교 기숙사에 임수호(정해인)가 피투성이의 몰골로 들어가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지난 3월 '남파 공작원과 그를 쫓는 안기부 요원' 등 캐릭터가 일부 공개되고 임수호가 '민주화 운동을 한 청년'으로 해석되면서 온라인에선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을 남파 공작원으로 폄훼한다'며 반대 목소리가 일었다. '설강화' 촬영을 중단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수만명이 동의하기도 했다. 당시 JTBC는 일부 줄거리까지 공개하며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설강화’의 극중 배경과 주요 사건의 모티브는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 1987년 대선 정국"이라며 "간첩 활동 미화, 안기부 미화와 무관하다"고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정치·이념보다는 '사람' 들여다보려"

JTBC '설강화' 제작발표회, 조현탁 PD는 "두 사람이 작은 설렘으로 시작했다가, 극한의 고통을 겪게 된다. 그 사랑이 축복인지 혹독한 저주인지 같이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JTBC

조 PD는 "1차적으로는 (내용이 유출된) 제작진의 관리소홀 책임이라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1987년을 배경으로 하지만, 청춘남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에 더 초점을 맞추기 위해 당시 군부정권·대선정국 상황 외의 모든 인물과 설정, 기관은 가상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현미 작가가 북한 탈북자의 수기를 보고 영감을 받아 시작한 이야기"라며 "소재로 '북한'이 들어가있지만, 정치적이거나 이념적인 것보다는 '사람'에 대해 들여다보려고 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설강화'는 조 PD가 2018년 JTBC '스카이 캐슬'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조 PD는 "‘스카이 캐슬’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이야기였고, '스카이 캐슬'이 끝날 때쯤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다"며 "시대극이라 전국을 떠돌며 1987년의 디테일을 찾아 찍느라 너무 힘들어서, 과장이 아니라 죽다 살아났다.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JTBC '설강화' 제작발표회. 블랙핑크 지수는 대학 신입생 '은영로' 역으로 데뷔작에서 주연을 맡게 됐다. 사진 JTBC

'설강화'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등 로맨스와 'D.P'로 장르물도 소화한 정해인을 내세웠다. 조 PD는 "정해인은 시놉시스 단계부터 염두에 뒀는데, 한 번 까였다가(거절당했다가) 다시 준비해서 승낙받았다"고 했고, 정해인은 "당시 ‘D.P’ 촬영 중인 때라 한 차례 고사한 거였는데, 감독님과 제작진, 다른 배우들이 양해해주셔서 함께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정해인의 상대역인 블랙핑크 지수는 '설강화'에서 주연으로 배우 데뷔를 하게 됐다. 조 PD는 "영로 역을 신인배우로 한다는 생각은 안했는데, 어느 자리에서 지수를 보자마자 '저분이 영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무조건 해야 한다'며 협박과 읍소를 반복했던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지수는 "가장 많은 신을 함께한 정해인이 많이 챙겨주고 고민도 같이 해줬다"며 "80년대를 살았던 부모님께 의상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입고 다녔나' 물어보기도 하고 즐겁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여대 기숙사' 안 '64명'도 눈길

JTBC '설강화' 스틸컷. 조현탁 PD는 "80년대 여자 대학 기숙사 모습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하려했다"고 밝혔다. 사진 JTBC

극 전반에 걸쳐 '여자 대학 기숙사'와 그 안의 64명 학생들이 중요하게 등장한다. 조 PD는 "기숙사 학생들 모두 꼼꼼한 오디션을 통해 뽑았고, 실제 기숙사 안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며 "64명의 연기와 의상, 공간미술 등을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목 '설강화'는 '눈을 뚫고 피는 꽃'이란 뜻이다. 조 PD는 "'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상징"이라며 "기숙사 안에서 감당할 수 없는 무지막지한 사건을 겪지만, 그 속에서 나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