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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밀착 이어…‘케네디의 딸’ 캐롤라인, 호주대사로 옮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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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주일 미국 대사 시절 캐롤라인 케네디. [AFP=연합뉴스]

2017년 1월 주일 미국 대사 시절 캐롤라인 케네디.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 케네디(64) 전 주일 미국 대사를 주호주 대사로 지명했다. 15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케네디는 이날 성명에서 “호주라는 매력적인 국가와 국민을 알게 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국적인 것들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호주는 미래의 안보와 번영에 필수적인 국가인 만큼 호주 정부와 협력해 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끔찍한 코로나 백신 접근성을 높이고 긴급한 기후 위기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날 케네디 대사 지명 배경으로 “주일 미국 대사 재직 시절 오키나와에서 미군기지 이전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일본 내 여성의 지위 향상을 이끌었다”며 “2017년 국제 시(詩) 교류 프로젝트를 만들어 일본과 한국, 필리핀, 뉴욕의 브롱크스 학생들의 교류를 촉진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12월 케네디 대사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당시 관방장관은 오키나와 미군기지 일부 조기 반환에 합의했다.

‘경험 부족’ 논란에 상원의원 중도 포기  

1960년 11월 아버지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엄마 재클린 케네디 여사와 함께한 3살의 캐롤라인 케네디. [AP=연합뉴스]

1960년 11월 아버지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엄마 재클린 케네디 여사와 함께한 3살의 캐롤라인 케네디. [AP=연합뉴스]

케네디 대사 지명자는 현재로서는 케네디 전 대통령의 유일한 직계 자손이다. 1960년 아버지의 대통령 당선으로 3살에 시작된 백악관 생활은 1963년 아버지의 암살과 함께 2년여 만에 끝났다. 50년이 넘게 흐른 지금도 케네디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한 당시 6살의 캐롤라인 케네디와 의미도 모른 채 거수경례를 하던 3살 동생 고(故) 존 F. 케네디 주니어의 모습은 미국 정치사에서 대표적인 비운의 장면으로 꼽힌다. 동생은 39살이던 1999년 비행기 사고로 숨졌다.

그는 하버드 대학 래드클리프 칼리지를 졸업한 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연구원에서 일하다가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가 됐다. 대학 시절 사진작가를 꿈꾸기도 했지만 온 국민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케네디의 딸’이 다른 사람이나 피사체를 찍어서는 먹고 살기 어렵겠다는 판단으로 진로를 바꿨다고 한다. 미술관 재직 시절 만난 12살 연상의 전시 디자이너 에드윈 슐로스버그와 1986년 결혼해 두 딸과 아들을 뒀다.

정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지난 2008년 대선에서 뉴욕타임스에 버락 오바마 당시 후보를 지지하는 칼럼을 쓰면서다. 이듬해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에 지명되면서 공석이 된 상원의원에 도전하면서 본격적인 정계 진출을 꿈꿨지만, 경험 부족 등 자질 논란에 휩싸이면서 중도 포기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 에드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이 뇌종양으로 숨진 후 사실상 끊기다시피 한 케네디가의 명맥을 이어가겠다는 그의 꿈은 무산됐다.

오바마 히로시마 방문 성사…스가와 절친 

2017년 보스턴의 존 F. 케네디 기념 도서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상을 수여하는 캐롤라인 케네디. [로이터=연합뉴스]

2017년 보스턴의 존 F. 케네디 기념 도서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상을 수여하는 캐롤라인 케네디. [로이터=연합뉴스]

케네디 지명자는 미국 내 대표적인 지일 인사다. 오바마 행정부 2기에서 2013~2017년 주일대사를 지냈다. 당시 일본에 도착한 지 나흘 만에 이키히토 일왕에게 신임장을 제정하는 파격 대우를 받았다. 그가 마차를 타고 신임장을 제정하러 가는 모습은 전국에 생중계됐고, 그가 가는 곳마다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렸다. 주일대사 시절 2016년 미국 대통령 최초로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廣島) 평화기념공원 방문을 성사시켜 미·일 관계를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가 전 총리와도 매달 한두 번씩 식사를 함께했던 케네디 지명자는 2019년 미국에 방문한 스가 총리를 자택에 초대해 일본 연호인 레이와(令和)가 쓰인 케이크를 대접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상대가 퇴임을 6개월 앞둔 스가 총리였던 것도 케네디의 영향력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추측도 나온다. 케네디 지명자는 지난달 일본에서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영예인 욱일 훈장을 받았다.

이번 케네디 대사 지명은 호주와 미국이 대만해협 등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중국을 의식해 국방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지난 9월 호주와 영국, 미국 간 삼각 동맹인 ‘오커스(AUKUS)’를 띄웠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은 지난 11일 G7 외교·개발장관 회의가 열린 영국 리버풀에서 대만해협 안보 문제를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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