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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닛거리, 잠잘 곳 없어"...‘광야’ 이육사 친필 한문 편지 공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가기록원…체포당시 '집행원부' 첫 공개  

복원된 이육사의 집행원부. 사진 국가기록원

복원된 이육사의 집행원부. 사진 국가기록원

저항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육사(1904~1944) 관련 기록이 복원돼 온라인으로 공개된다. 특히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탄투척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체포된 1928년 당시 일제 경찰이 작성한 기록인 ‘집행원부’가 처음 선보인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국가기록원 누리집(http://www.archives.go.kr)을 통해 복원된 관련 기록을 공개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에 복원된 기록은 국가기록원이 이육사문학관과 협업을 통해 공적ㆍ사적 기록을 발굴함으로써 이뤄졌다. 국가기록원이 소장한 일제강점기 집행원부(1929년)와 친필 한문편지와 엽서(1930~1936년), 육사시집 초판본(1946년) 등 총 7건 341매 분량이다.

이육사의 죄목이 적힌 집행원부. 사진 국가기록원

이육사의 죄목이 적힌 집행원부. 사진 국가기록원

집행원부는 대구지법 검사국이 경찰에서 접수한 피의자 1028명의 처분 결과를 정리한 기록이다. 당시 일제 경찰은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탄투척사건(1927년 10월 18일) 범인으로 이육사와 형 이원기, 동생 이원일 등을 체포했다. 기록에는 이육사의 본명 이원록이 등장하며 죄목은 폭발물취체규직 위반, 정치에 관한 범죄처벌의 건, 치안유지법 위반, 협박과 살인 미수라고 적혀있다.

이육사는 체포 후 폭탄 의거의 주역 장진홍(1895~1930) 의사가 1929년에 체포됨으로써 풀려나게 된다. 집행원부 복원을 통해 이육사 석방일자가 1929년 5월 4일인 점도 재확인됐다.

중외일보 기자시절, 이육사가 친척인 이상하에게 보낸 한문편지(1930년)는 지금까지 전해지는 유일한 친필 한문편지다. 당시 이육사는 이활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으며, 편지내용을 통해 가족의 어려웠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이육사는 “형제가 서로 의지하며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으나 보잘것없어서 아침에는 끼닛거리가 없고 저녁이면 잠잘 곳이 마땅하지 않으니 한탄스럽기 짝이 없을 뿐입니다”라고 적었다.

이상하가 친척인 이상하에게 보낸 한문편지. 사진 국가기록원

이상하가 친척인 이상하에게 보낸 한문편지. 사진 국가기록원

국가기록원은 지난 9월부터 2개월간 기록물 복원처리를 진행했다. 산화된 기록의 중성화를 위한 탈산처리와 원본 재질과 유사한 한지에 천연 염색한 종이를 제작해, 결실부를 보강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특히 ‘한문편지’는 전시로 인해 봉투는 해체되고 뒷면이 배접지로 가려져 변형된 상태였으나, 배접지와 접착제를 제거해 원형 상태로 복원함으로써 가려져 있던 부분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신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복원된 ‘집행원부’는 이육사 생애를 구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록일 뿐만 아니라 지역 민족운동사 복원이라는 측면에서도 높은 사료적 가치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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