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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7년 간의 우여곡절…마지막 문턱 앞에 선 국내산 희귀의약품

중앙일보

입력

상장 종목 중 ‘대박’ 기대감이 가장 큰 건 아무래도 바이오겠죠. 특히 신약 개발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성공만 한다면 엄청난 보상이 따르니까요. 하지만 쉬울 리 없습니다. 해마다 수백 건의 신약 개발 프로젝트가 좌초! 마지막 관문 앞에서 쓰러지는 경우도 허다하죠.

발기부전 치료제가 단심실증 환자 치료제로 #FDA 최종 승인 눈앞…임상~NDA 독자 진행 #희귀의약품이라 경쟁자X…최대 2조원대 시장

글로벌 단계에서 마지막 관문은 미 식품의약국(FDA)의 허가일 겁니다. 국내 제약회사가 신약으로 이 문턱을 넘은 건 손에 꼽을 정도! 그마저도 해외 제약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나갔죠. 2019년 엑스코프리(뇌전증 치료제)로 FDA 품목 허가를 받은 SK바이오팜이 대단한 건 이 때문인데요. 후보 물질 발굴부터, 임상, 신약 허가 신청(NDA)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했죠. 어쩌면 두 번째 사례가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오늘 공부할 종목은 메지온입니다.

심장 이미지. 셔터스톡

심장 이미지. 셔터스톡

'cona***@naver.com', 'tskj***@hanmail.net' 두 명의 독자님이 제안해 주셨는데요. 자체 개발한 단심실증 환자용 치료제 쥴비고(유데나필)의 임상 3상을 마치고, 올해 3월 품목 허가를 신청했는데요. 내년 3월 26일이 답변 기한. 석 달 안에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는 뜻입니다.

메지온은 동아제약에서 분리해 2002년 설립한 동아팜텍이 출발점(2013년 메지온으로 변경)입니다. 당시 동아제약의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의 글로벌 특허를 인수해 분리했죠. 자이데나의 주성분이 바로 유데나필(Udenafil)인데요. 원래는 발기부전·전립선비대증 치료제 등으로 개발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됐습니다. 그런데 심장질환 환자에게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의견에 폰탄 치료제로 방향을 급격히 틀게 되죠.

미 식품의약국. 셔터스톡

미 식품의약국. 셔터스톡

폰탄은 심실이 하나밖에 없는 선천성 심장 기형(단심실증)을 가진 아이들이 받는 수술입니다. 정상적인 경우 심장은 2개의 심방과 2개의 심실로 나뉘죠. 우심방과 우심실은 폐순환을, 좌심방과 좌심실은 체순환을 담당하는데 심실이 하나밖에 없으면 동맥혈과 정맥혈이 섞이게 됩니다. 그래서 태어나서부터 세 차례의 수술을 받는데요. 폰탄 수술이 그 마지막입니다. 몸에서 돌아오는 정맥혈을 우심실을 거치지 않고 폐로 바로 보내도록 하는 수술이죠.

폰탄 수술을 받으면 당분간 살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30대 이후엔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아무래도 산소 공급에 문제가 있어서 운동 능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고, 다양한 합병증에도 노출돼 있기 때문이죠. 유데나필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는 심장에서 폐로 가는 폐동맥을 확장해 피를 잘 돌게 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걸 단심실증 환자에게 적용해 보면 어떨까 했던 겁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임상 계획을 세운 게 2014년. 2015년엔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인정을 받았죠. 환자 수가 적은 희귀병 치료제를 개발할 때 세금 감면, 독점 판매권 등 여러 혜택을 주는 겁니다. 2018년 3상에 돌입했으니 임상 속도도 빨랐는데요. 기대감은 커졌고 2018년 초 4만원대였던 주가는 2019년 11월 25만원대까지 치고 올라갔습니다.

 심장 이미지. 셔터스톡

심장 이미지. 셔터스톡

하지만 곧장 반토막. 11월 발표한 임상 3상 결과가 뭔가 애매! 1차 평가 지표인 ‘최대 운동상태에서의 최대 산소 소비량(Max VO₂)’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그럼 실패라고 봐야 하는데, 그런데! 2차 지표였던 ‘유산소운동에서 무산소운동으로 바뀌는 시점의 산소 소비량(VO2 at VAT)’ 지표는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 성공도 실패도 아닌 뭔가 독특한 결과가 나온 거죠.

당연히 메지온은 VO2 at VAT가 효능을 입증할 더 정확한 방법이라고 주장! 하지만 1차가 안 되니 2차 지표를 강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선도 물론 있었죠. 하지만 FDA는 일단 메지온의 주장을 받아들인 거로 보입니다. 아예 실패로 봤다면 승인 신청조차 못 했겠지만 메지온은 일단 지난해 6월 신약 허가 신청을 제출, 한 차례 보완을 거쳐 올해 3월 다시 접수.

‘폰탄 수술을 받은 환자가 쥴비고를 복용하면 산소 섭취량이 늘고, 운동 능력이 개선된다. 이에 따라 합병증 발생 위험을 줄이고, 환자의 수명을 늘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메지온의 입장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이 주장에 대한 FDA의 최종 판단만 남은 거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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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 확정이 아니긴 하지만 일단 긍정적으로 보고! 미국에서 폰탄 수술을 받은 단심실증 환자는 약 3만5000명 정도. 연령 등을 고려했을 때 2만명가량이 대상일 될 거로 보입니다. 약값은 1인당 연간 5만~10만 달러 정도일 듯. 최대치로 계산하면 시장 규모가 2조원가량. 이중 절반만 복용한다고 해도 1조원 시장이 새로 열리는 거죠. 쥴비고는 첫 치료제이고, 다른 신약이 나올 때까진 경쟁자가 없습니다.

요즘 분위기만 보면 회사는 사실상 최종 승인을 확신하는 듯한데요. 얼마 전 메지온은 전환사채(CB) 발행해 200억원을 조달했습니다. 표면이자와 만기이자 모두 0%, 30년씩 만기를 계속 연장할 수 있는 데다(사실상 영구채), 조기상환청구권도 없으니 메지온 입장에선 너무 좋은 조건인데요. ‘FDA 승인을 받지 못하면 2년 뒤부터 이자를 올려준다’는 조건이 있긴 하지만 사실상 투자자(타이거자산운용)는 승인 이후 주가 상승에 힘을 실은 듯하네요.

간 이미지. 셔터스톡

간 이미지. 셔터스톡

다른 좋은 소식도 전해졌는데요. 하위 연구로 진행한 ‘간질환 개선’ 효과를 확인했기 때문. 폰탄 환자는 혈액순환 구조가 비정상적이라 간이 많은 부담을 안게 돼 간 섬유화를 피하기 어려운데요. 간질환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면 쥴비고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겠죠. 지난달 잠재적 경쟁자였던 존슨앤드존슨(J&J)이 폰탄 치료제 맥시텐탄의 임상을 중단한 것도 호재!

기대가 크지만 모든 게 희망적일 순 없죠. 전제는 최종 승인을 받는 것! 만약 그 결과가 좋지 못하다면 메지온이 입을 타격은 매우 클 거로 보입니다. 사실상 단일 파이프라인이기 때문에 마땅한 대안도 없죠. 7년간의 우여곡절, 큰 기대를 받았던 국내산 희귀의약품은 정말 미국 땅을 밟을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6개월 뒤:

마지막 문턱만 넘어서면 꽃길 열린다

※이 기사는 12월 15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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