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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표심 뒤집힐 줄이야" 尹측 당혹…반문 2030 어디갔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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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지지율이 오른 것은 맞지만, 향후 민주당 대선 후보는 문재인 정부와 선을 그을 것 같다. 반문(反文)만 내세우면 청년 표심은 언제든 돌아설 수 있다.”

9월 3일 중앙일보가 주최한 세대 간담회에서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이 20·30대 지지율 상승 현상을 두고 한 말이다. 당시만 해도 “20·30대가 정부·여당에 완전히 등을 돌렸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젊은 층의 야당 지지세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석 달 뒤 윤석열 대선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젊은 층 지지율 대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당내에선 “청년 표심이 이렇게 단기간에 뒤집힐지 몰랐다”(당 초선의원)는 긴장감이 감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4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후보 직속 '내일이 기대되는 대한민국 위원회'의 토크쇼 '쓴소리 라이브 신장개업'에 깜짝 참석해 윤희숙 위원장 등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4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후보 직속 '내일이 기대되는 대한민국 위원회'의 토크쇼 '쓴소리 라이브 신장개업'에 깜짝 참석해 윤희숙 위원장 등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발표된 한길리서치·쿠키뉴스의 대선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39.2%, 윤 후보 지지율은 29.4%로 이 후보가 9.8% 포인트 앞섰다. 30대 지지율도 이재명 42.1%, 윤석열 40.0% 순이었다. 9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20대에서 윤 후보(28%)가 이 후보(20%)를 앞섰지만, 30대에선 이 후보 45%, 윤 후보 23%로 더블스코어에 가까웠다. 3일 발표된 한국갤럽 정기조사에서도 20대(이 후보 23%, 윤 후보 22%)와 30대(이 후보 32%, 윤 후보 26%) 모두 이 후보가 우위를 보였다. (자세한 내용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달라진 젊은 층의 여론 추세에 국민의힘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당초 야당에서는 “20·30대는 우리 편”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부동산값 폭등과 취업난의 직격탄을 맞은 젊은 층 사이에서 ‘반(反) 문재인’ 정서가 강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에게 몰표에 가까운 지지를 보냈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오 후보는 20대에서 55.3%, 30대에서 56.5% 지지율로 박영선 민주당 후보(20대 34.1%, 30대 38.7%)를 크게 눌렀다. “청년의 보수화”라는 말이 정치권에서 돌았고,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는 20·30대 남성들의 ‘홍준표 팬덤’ 현상이 주목을 받았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10일 저녁 강원 강릉시 한 카페에서 청년소상공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10일 저녁 강원 강릉시 한 카페에서 청년소상공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청년들은 유독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에서는 윤 후보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있다. 윤 후보가 지난달 30일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실을 비롯한 모든 부처에 ‘청년보좌역’을 배치하겠다. 청년을 선거용 장식품으로 쓰고 버리지 않겠다”며 구애에 나섰지만, 여론의 반응은 아직까진 미지근하다.

14일 윤희숙 전 의원이 주도하는 ‘내일이 기대되는 대한민국 위원회’ 출범식에서는 윤 후보를 향한 젊은 층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윤석열 하면 생각나는 대표 정책이 없다”,“검찰 시절 얘기 좀 그만하라”, “술을 억지로 권하는 꼰대 이미지”라는 참석자들의 지적에 윤 후보는 “잘못했고 앞으로 잘하겠다”고 자세를 낮추며 진땀을 뺐다.

이를 두고 “보스 기질이 있는 윤 후보 스타일이 자유분방한 젊은 층과 잘 맞지 않는 것 같다”(야권 관계자)는 해석도 있지만, “잘하겠다는 말만 했지 당과 선대위에서 청년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책이나 공약을 단 하나라도 제시한 적 있느냐”(당 청년 인사)는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익명을 원한 당 청년 인사는 통화에서 “윤 후보의 공약 등을 두고 젊은 층 사이에선 ‘이 후보와의 차별점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3일 전북 전주시 '가맥집(슈퍼마켓 형식의 맥주집)'에서 열린 2030 청년들과의 쓴소리 경청시간'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3일 전북 전주시 '가맥집(슈퍼마켓 형식의 맥주집)'에서 열린 2030 청년들과의 쓴소리 경청시간'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후보는 최근 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인터넷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직접 인증 글을 올리고, 청년 간담회도 잇따라 열며 젊은 층과의 스킨십 확대에 나섰다. 한 국민의힘 인사는 “이 후보는 욕을 먹으면서도 어떤 식으로든 청년의 눈길을 끌기 위해 발버둥 치는 데 야당은 낙관론에 빠진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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