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지지율이 오른 것은 맞지만, 향후 민주당 대선 후보는 문재인 정부와 선을 그을 것 같다. 반문(反文)만 내세우면 청년 표심은 언제든 돌아설 수 있다.”
9월 3일 중앙일보가 주최한 세대 간담회에서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이 20·30대 지지율 상승 현상을 두고 한 말이다. 당시만 해도 “20·30대가 정부·여당에 완전히 등을 돌렸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젊은 층의 야당 지지세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석 달 뒤 윤석열 대선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젊은 층 지지율 대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당내에선 “청년 표심이 이렇게 단기간에 뒤집힐지 몰랐다”(당 초선의원)는 긴장감이 감돈다.
15일 발표된 한길리서치·쿠키뉴스의 대선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39.2%, 윤 후보 지지율은 29.4%로 이 후보가 9.8% 포인트 앞섰다. 30대 지지율도 이재명 42.1%, 윤석열 40.0% 순이었다. 9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20대에서 윤 후보(28%)가 이 후보(20%)를 앞섰지만, 30대에선 이 후보 45%, 윤 후보 23%로 더블스코어에 가까웠다. 3일 발표된 한국갤럽 정기조사에서도 20대(이 후보 23%, 윤 후보 22%)와 30대(이 후보 32%, 윤 후보 26%) 모두 이 후보가 우위를 보였다. (자세한 내용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달라진 젊은 층의 여론 추세에 국민의힘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당초 야당에서는 “20·30대는 우리 편”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부동산값 폭등과 취업난의 직격탄을 맞은 젊은 층 사이에서 ‘반(反) 문재인’ 정서가 강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에게 몰표에 가까운 지지를 보냈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오 후보는 20대에서 55.3%, 30대에서 56.5% 지지율로 박영선 민주당 후보(20대 34.1%, 30대 38.7%)를 크게 눌렀다. “청년의 보수화”라는 말이 정치권에서 돌았고,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는 20·30대 남성들의 ‘홍준표 팬덤’ 현상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청년들은 유독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에서는 윤 후보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있다. 윤 후보가 지난달 30일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실을 비롯한 모든 부처에 ‘청년보좌역’을 배치하겠다. 청년을 선거용 장식품으로 쓰고 버리지 않겠다”며 구애에 나섰지만, 여론의 반응은 아직까진 미지근하다.
14일 윤희숙 전 의원이 주도하는 ‘내일이 기대되는 대한민국 위원회’ 출범식에서는 윤 후보를 향한 젊은 층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윤석열 하면 생각나는 대표 정책이 없다”,“검찰 시절 얘기 좀 그만하라”, “술을 억지로 권하는 꼰대 이미지”라는 참석자들의 지적에 윤 후보는 “잘못했고 앞으로 잘하겠다”고 자세를 낮추며 진땀을 뺐다.
이를 두고 “보스 기질이 있는 윤 후보 스타일이 자유분방한 젊은 층과 잘 맞지 않는 것 같다”(야권 관계자)는 해석도 있지만, “잘하겠다는 말만 했지 당과 선대위에서 청년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책이나 공약을 단 하나라도 제시한 적 있느냐”(당 청년 인사)는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익명을 원한 당 청년 인사는 통화에서 “윤 후보의 공약 등을 두고 젊은 층 사이에선 ‘이 후보와의 차별점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는 최근 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인터넷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직접 인증 글을 올리고, 청년 간담회도 잇따라 열며 젊은 층과의 스킨십 확대에 나섰다. 한 국민의힘 인사는 “이 후보는 욕을 먹으면서도 어떤 식으로든 청년의 눈길을 끌기 위해 발버둥 치는 데 야당은 낙관론에 빠진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