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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홍슈, 미성년자 성적 암시 영상 논란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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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라이프스타일 콘텐트 플랫폼인 샤오홍슈(小红書, Little Red Book)가 최근 미성년자 성적 암시 영상과 부실검증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다.  

*샤오홍슈(小红書): 외래어 표기법상 '샤오훙수'가 맞지만, 현재 더 널리 쓰이는 '샤오홍슈'로 표기했습니다.

지난 5일, 중국 국영방송사 CCTV는 샤오홍슈가 부적절한 미성년자 콘텐트 게재를 방관하고 수시로 이용자에게 관련 영상의 푸시 알림을 발송해왔다고 보도했다.

기자의 샤오홍슈 앱 화면을 가득 채운 문구류 관련 영상 [사진출처=CCTV]

기자의 샤오홍슈 앱 화면을 가득 채운 문구류 관련 영상 [사진출처=CCTV]

보도 내용은 다음과 같다. CCTV 취재 기자는 샤오홍슈 앱을 직접 다운로드해 이용자 연령을 20세로 선택하고, 관심 분야를 "공부(讀書)"와 "다이어리(文具手賬)"로 설정했다. 그러자 문구류 관련 영상이 기자의 샤오홍슈 앱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기자가 몇 차례 스크롤을 내리자 미성년자 이미지를 섬네일로 한 쇼트 폼 동영상들이 연이어 추천되었다.

해당 쇼트 폼 동영상들은 대부분 미성년자 본인이 편한 복장으로 집에서 촬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간혹 옷차림이 지나치게 얇거나 부주의로 인해 특정 신체 부위가 노출되는 경우가 발견됐다.

숙제 영상에 달린 저질 댓글 [사진출처=CCTV]

숙제 영상에 달린 저질 댓글 [사진출처=CCTV]

문제는 몇몇 이용자들의 반응이었다.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쇼트 폼 영상에는 대부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댓글이 판을 쳤다. 일례로 한 청소년이 잠옷을 입고 집에서 숙제하는 모습을 찍어 올린 영상에는 "애인 안 구하니?", "아저씨 좋아하니?" 등의 댓글이 달렸다. 심지어는 직접 연락처를 묻는 댓글도 존재했다.

샤오홍슈의 본래 목적과는 전혀 상관없는, 성적 암시만을 담은 쇼트 폼 영상도 눈에 띄었다.

'선전 교복' 영상에 달린 저질 댓글 [사진출처=CCTV]

'선전 교복' 영상에 달린 저질 댓글 [사진출처=CCTV]

'선전 교복(深圳校服)'이라는 제목으로 업로드된 1분가량의 영상에는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등장했다. 그러자 여김 없이 "어느 학교 교복이냐", "소개 좀 해달라"등의 부적절한 댓글이 해당 영상의 댓글 창을 뒤덮었다.

샤오홍슈 [사진출처=바이두]

샤오홍슈 [사진출처=바이두]

샤오홍슈는 2013년 상하이에서 설립된 회사로, "標記我的生活(나의 생활을 기록하다)"라는 슬로건 아래 이용자들이 자신이 경험한 뷰티, 일상, 맛집, 문화생활 등을 리뷰하고, 더 나아가 추천·판매하는 종합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다. 그간 중국 내에서 인스타그램의 공백을 톡톡히 채우며, 젊은 층의 소통 창구로서 유행을 선도해왔다.

중국 첸과 데이터(千瓜數據)에 따르면 2021년 샤오홍슈는 1억 명 이상의 월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70%가 여성이다. 연령별로 보면 18세~24세가 46.20%, 25세~34세가 36.73%를 차지한다. 이렇듯 젊은 여성 이용자가 대다수인 샤오홍슈에서 미성년자 쇼트 폼 동영상이 부적절하게 소비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그렇다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무엇일까? 샤오홍슈는 그간 쇼트 폼 영상들을 어떻게 관리해왔을까?

영상 추천과 관련해서 샤오홍슈 관계자는 "이용자가 초기에 설정한 관심 카테고리에 맞춰 영상 추천이 진행된다"며 "만약 이용자가 관심 카테고리를 설정하지 않았다면, 시스템에서 무작위로 영상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부적절한 콘텐트 노출에 대해선 "영상이 같은 시간대에 다량으로 업로드되기 때문에 시스템에서 제대로 검사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밝혔다. 업로드되는 쇼트 폼 동영상의 수가 너무 많아서 검열에 허점이 생겼다는 것이다. 샤오홍슈는 부적절한 콘텐트 발견 시 이용자가 직접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보다 "우리도 어쩔 수 없다"라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기 바빴다.

샤오홍슈 이용자 약관 중 아동·청소년 정보 수집 관련 조항 [사진출처=CCTV]

샤오홍슈 이용자 약관 중 아동·청소년 정보 수집 관련 조항 [사진출처=CCTV]

이 밖에, 샤오홍슈의 이용자 약관에도 이번 논란과 관련된 허점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샤오홍슈는 이용자 약관에 "(우리는) 아동 및 청소년의 개인 정보 보호를 중시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세부 조항을 살펴보면 "보호자가 앱 내 일부 정보 게시 기능(社區, 曬單 등)을 이용할 때 아동·청소년의 개인 정보를 자발적으로 제공하면, 미성년자의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데 동의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중국 법률학자들은 이와 같은 약관이 차후 미성년자 쇼트 폼 동영상 관련 문제 발생 시, 샤오홍슈가 "우리는 보호자의 동의하에 해당 영상을 배포했다"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샤오홍슈가 문제의 책임을 교묘하게 보호자에게 떠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출처=바이두]

[사진출처=바이두]

중국 청소년연구센터가 발표한 〈초·중·고교생의 쇼트 폼 동영상 이용 특성 및 보호〉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청소년 10명 중 7명은 쇼트 폼 동영상을 지나치게 많이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법률학자들은 청소년의 쇼트 폼 동영상 이용이 늘어난 만큼 이들의 권익을 확실히 보호할 수 있는 법규 제정과 이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법대학 전파법연구센터의 주 웨이(朱巍) 부주임은 "청소년은 아직 성장이 덜 돼 본인이 촬영한 영상이 훗날 어떠한 파급력을 가져올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며 "(이들은) 사생활 유출의 심각성을 잘 모를 수 있으며, 그렇기에 미성년자 계정은 반드시 별도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CCTV는 일부 초등학생들이 샤오홍슈에서 '다이훠주보(帶貨主播, 라이브 방송에서 물건을 추천·판매하는 사람)'로 활동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초등학교 교복을 입은 소녀가 카메라를 향해 특정 브랜드의 속옷 착용감을 설명하는 등, 샤오홍슈에 입점한 몇몇 브랜드가 미성년자를 앞세워 부적절한 마케팅을 한 정황이 포착되었다. 중국 네티즌들은 "옷 팔려고 남의 아이 얼굴이 인터넷에서 팔려서는 안된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사진출처=셔터스톡]

[사진출처=셔터스톡]

CCTV 보도 이후 논란이 일자 샤오홍슈 측은 뒤늦게 사과를 하며 진화에 나섰다. 샤오홍슈는 "미성년자 사생활 유출 의혹과 부실검증 논란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조만간 새로운 미성년자 계정 관리 프로그램을 가동해 콘텐트 식별 능력을 향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보도된 문제 중 일부는 이미 해결했고, 이번 일이 작은 일이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 이용자 인증을 더욱더 강화해 관련 문제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내 비난 여론은 아직 사그라지지 않은 모양새다. 네티즌들은 샤오홍슈가 사과만 했지 바뀌진 않았다며 "더는 '샤오홍슈(小紅書, Little Red Book)'가 아니라 '샤오황슈*(小黃書, Little Yellow Book)'라고 불러야 한다"며 비꼬았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승승장구하던 '샤오홍슈'가 '샤오황슈'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중국에서 황색(노란색)은 선정적인, 19금에 해당되는 내용을 의미하기도 한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사진출처=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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