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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올라도 석유를 버리라고?" 기로 놓인 역사적 기업[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록펠러(John D. Rockefeller)가 누군지 아세요? 미국 발음으로는 라커펠러라고 하는데요. 존 D. 록펠러는 1870년에 스탠더드 오일 컴퍼니(석유 뿜뿜)를 세워서 당시 세계에서 제일 가는 부자가 된 사람입니다. 뉴욕에 가면 록펠러 센터도 있죠. 크리스마스 때마다 아이스링크에,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에, 뉴욕의 랜드마크인데요.

오늘 알아보려는 엑손 모빌(Exxon Mobil)은 록펠러가 세운 스탠더드 오일에서 그 뿌리를 찾는, 역사가 긴 기업인데요. 1996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 시가총액 1위도 했고 늘 5위 안에 들었습니다. 암튼 초대박 엄청난 회사인데, 옛날 얘기를 하는 이유는… 지금은 좀 걱정거리가 늘었기 때문인데요. 예상하시겠지만 석유 시추하고 이러는 게 친환경 디지털 시대와 좀 맞지가 않는 측면이 있습니다.

뉴욕 록펠러 플라자의 아이스링크와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 셔터스톡

뉴욕 록펠러 플라자의 아이스링크와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 셔터스톡

올해 5월엔 ‘엔진 넘버원(Engine No. 1; 네, 실제 회사 이름 맞습니다ㅋ)’이라는 헤지펀드가 엑손모빌 지분을 야금야금 사 모은 뒤 이사 3명을 갈아치우고 자기네 사람을 임명하라고 해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이들의 요구는 화석연료 투자를 줄이고, 배당을 늘리고, 신재생에너지 투자 계획을 구체화하라는 것.

굉장히 옳은 얘기 같지만 수십년 동안 석유산업을 해 온 회사 입장에선 그게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오미크론 때문에 주춤하지만 국제유가가 올해만도 엄청나게 뛰었고, 모잠비크 액화천연가스 사업 300억 달러(약 35조원), 베트남 사업 200억 달러… 이렇게 들어온다는데 이걸 다 갑자기 하지 말라는 것이니까요.

엑손 모빌의 고민은 실적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3분기 영업이익 68억 달러(약 8조376억원)를 냈는데 국제유가가 크게 오른 덕이 컸습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작년 3분기 6억8000만 달러 손실을 낸 것과 대조적입니다. 이렇게 석유가 돈을 끌어다 주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요구로 엑손 모빌 이사회가 논의 중인 것은 1) 배당을 얼마나 늘릴 것인가 2) 앞으로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입니다.

텍사스주 댈러스의 엑산 주유소. 셔터스톡

텍사스주 댈러스의 엑산 주유소. 셔터스톡

3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21억 달러. 2014년 3분기 이래 가장 많은 액수. 당장 10월에 배당금을 높여 배당귀족(dividend aristocrat) 지위를 유지했습니다. 39년 연속 배당을 늘린 겁니다. 또 내년에 자사주 매입을 재개해 1~2년에 걸쳐 100억 달러를 매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예전에 1년에 300억 달러 하던 것보다는 못하지만...

앞으로 5년 간 지출과 투자를 보수적으로 할 것이고, 이렇게 돈을 아끼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35달러까지 떨어져도 괜찮을, 10% 이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프로젝트에 투자하겠다고 합니다. 영업이익을 2027년까지 2019년의 두 배로 만들겠다고도 했습니다.

BP나 Shell 등 경쟁사와 달리 엑손 모빌은 화석연료 투자를 아예 그만두지는 않겠다고 합니다. 대런 우즈 CEO는 “대안이 없는 분야에선 우리 상품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탄소를 적게 또는 '제로' 배출하며 기존 상품을 생산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캘리포니아주 패사디나의 모빌 주유소. 셔터스톡

캘리포니아주 패사디나의 모빌 주유소. 셔터스톡

엔진넘버원이 엑손 모빌 이사회에 입성할 수 있었던 것은 블랙락, 스테이트스트리트 같은 대형 운용사들이 55% 지분을 갖고 있는데, 이 운용사들도 기존 이사회가 친환경 신재생 기업으로 가는 데 있어 전문성과 독립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엑손 모빌은 탄소저장, 수소, 바이오연료 등 저탄소 사업부문을 올해 2월 신설했지만 아직 특별한 소식이 들리는 건 없는 상황입니다.

주식 투자자 입장에선 앞으로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배럴당 80달러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 배당이 높아질 것이고 자사주 매입으로 투자자 친화적인 국면이 조성될 것이라는 점 등이 매력적입니다. 다만 장기 투자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당장 배당으로 많은 돈을 써버리고 신재생에너지 등 투자 방향이 명확치 않다는 점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겠습니다. by.앤츠랩

※이 기사는 12월 13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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