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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명 확진, 민심 들끓어도…'180석 트라우마' 마음 못놓는 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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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9일 캐슬린 스티븐스(Kathleen Stephens) 전 주한미국대사를 만나기 전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9일 캐슬린 스티븐스(Kathleen Stephens) 전 주한미국대사를 만나기 전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임현동 기자

“설마 설마 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내년 대선의 핵심 변수로 또다시 등장했다.”

지난해 4·15 총선을 치른 경험이 있는 국민의힘 관계자가 14일 한 말이다. 1년 8개월 전 총선 정국을 휩쓸다시피 했던 코로나19 사태는 올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부동산 이슈에 다소 밀려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대선 민심을 좌우할 핵심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7일을 기점으로 한때 일일 확진자 수가 7000명을 넘는 등 확산 세가 이어지고 있다. 또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등장하고 , ‘백신 패스’ 논란까지 겹치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을 감지한 국민의힘은 총공세에 나섰다. 윤석열 대선 후보는 13일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은 총체적 실패”라며 “K방역을 내세웠지만 결국 정치 방역이었고, 잘못하고도 대통령을 비롯해 누구 하나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같은 날 “위드 코로나의 잠정 중단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청와대는 즉시 발끈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3일 방송에 출연해 “정부를 비판해야 표가 되는 선거공학은 알지만, 국민이 함께 이룬 성과마저도 폄훼하는 것은 국민 노력과 희생을 헛되게 하는 것”이라고 윤 후보를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 후보는 이날 긴급 성명을 내고 “즉각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그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선제적인 손실 보상과 지원을 위한 국회와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청한다”며 “백신 부작용에 대해서는 백신과 인과성이 명백히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상과 지원을 책임지는 ‘백신국가책임제’ 시행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는 국회도 들썩이게 했다. 당장 추가경정예산(추경) 긴급 편성 여부가 연말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이 13일 성명을 내고 “12월 임시국회 내에 추경을 지체 없이 통과시킬 것을 국민의힘에 촉구한다”고 몰아세우자, 김종인 위원장은 “추경이 필요하면 이재명 후보와 문재인 대통령이 상의부터 해라”고 맞받아쳤다.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 앞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 앞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총선 당시 코로나19 사태는 야당보다는 대체로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이 부동산값 폭등 등 ‘정부 실정’을 내세우며 심판론에 불을 지폈지만, 연초 코로나 19사태가 터지면서 표심이 여당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비례 위성정당을 포함해 민주당이 180석을 가져갔지만, 미래통합당은 103석을 얻는 데 그쳤다. 당시 정치권에선 “코로나가 정부 심판론을 덮었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 확진자 급증 등으로 정부 대응에 물음표가 붙자 민심은 일단 당시와는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10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대한 긍정평가는 지난달 대비 13%포인트 하락한 44%로 조사됐다. 반면 부정평가는 15%포인트 오른 47%로 더 높았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지난해 총선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선거 전까지 방심은 금물”이라는 기류가 상당하다. 코로나를 둘러싼 민심은 시시각각 달라지는 데다가, 방역 주도권을 쥔 정부 대응에 따라 대선 직전 민심이 여권에 유리하게 뒤집힐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인식이다. 수도권 지역 국민의힘 의원은 “적어도 코로나19 사태에 있어서만은 정부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여론이 상당한 게 현실”이라며 “대안 없는 공세는 역풍을 부를 수 있어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15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해외입국자 등 자가격리자들이 서울 강남구 대치2동 제3투표소인 강남구민회관 외부에 설치된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하는 모습. 중앙포토

지난해 4월 15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해외입국자 등 자가격리자들이 서울 강남구 대치2동 제3투표소인 강남구민회관 외부에 설치된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하는 모습. 중앙포토

실제 지난해 2월 이후 한국갤럽이 진행한 24차례 정기조사에서 방역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누른 것은 단 세 차례뿐이었다. 정부에 부정적인 여론이 순식간에 뒤집힌 사례도 있다. 일일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돌파한 지난해 2월 갤럽 여론조사에선 정부 대응에 대한 긍정 평가가 41%, 부정 평가는 51%였지만 약 2주일 뒤 긍정 58%, 부정 34%로 뒤집혔다. 총선 일주일을 앞둔 4월 8일 발표된 조사에서는 긍정 73%, 부정 20%로 “정부가 잘 대응했다”는 여론이 굳어졌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최근 국민의힘이 코로나 19 공약 마련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 선대위 관계자는 “단순 공세보다는 집권 이후의 코로나 대응 플랜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며 “윤 후보와 당이 국민을 안심시킬 만한 구체적인 대안을 조만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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