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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외국인에게도 주민투표권' 두고 "국가 해친다" 거센 논란

중앙일보

입력

최근 일본 도쿄(東京)도 무사시노(武蔵野)시가 추진 중인 외국인 주민투표 참가 조례안을 둘러싸고 일본 내에서 논쟁이 일고 있다. "외국인에게도 지방 자치에 참여할 권리를 줘야 한다"는 시의 주장에 맞서 자민당 보수파와 우익단체들은 "외국인에게 참정권을 줄 수 없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14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무사시노시 의회 총무위원회는 전날 시가 제출한 '외국인의 주민투표 참가를 인정하는 조례안'을 찬성 다수로 가결했다. 21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조례안은 채택된다.

13일 외국인 주민투표권 조례안에 대해 시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마쓰시타 레이코 일본 도쿄 무사시노시 시장. [NHK 방송화면 캡처]

13일 외국인 주민투표권 조례안에 대해 시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마쓰시타 레이코 일본 도쿄 무사시노시 시장. [NHK 방송화면 캡처]

무사시노시의 이번 조례안은 이 지역에 거주한 지 3개월이 넘은 18세 이상 외국인에게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 시정 현안에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주민투표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마쓰시타 레이코(松下玲子) 시장은 지난달 19일 이 조례안을 시 위원회에 제출하면서 "시민 자치를 진행시키기 위해 국적에 관계없이 지역 과제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이미 일본의 지자체 중 영주권 취득자 등 일정 자격을 충족한 외국인을 주민투표에 참가하도록 한 지자체는 43곳에 이른다. 무사시노시처럼 일본 체류기간 등의 조건을 두지 않고 외국인을 내국인과 동등하게 대우하는 조례안을 가진 곳은 가나가와(神奈川)현 즈시(逗子)시, 오사카(大阪)부 도요나카(豊中)시 두 곳이다.

극우단체 몰려와 연일 반대 시위

지금까지 다른 지자체에서 비슷한 조례가 통과될 당시엔 특별한 반대의 목소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무사시노시 조례안에는 집권당인 자민당 의원들까지 참여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사시노시를 지역구로 둔 나가시마 아키히사(長島昭久) 자민당 소속 중의원 의원은 지난달 28일 시내 가두연설을 하면서 "참정권은 일본 국민 고유의 권리"라면서 조례를 철회하라고 시에 요구했다. 이어 자민당 내 보수파 의원들이 지난 9일 "외국인 유학생이나 기능실습생도 (주민투표 참여) 대상이 된다"며 "외국인에게 참정권에 준하는 권리를 안이하게 인정하려는 조례안에 명확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극우 성향의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자민당 외교부회장은 지난달 20일 "하려고 마음먹으면 15만 명인 무사시노 인구의 절반이 넘는 8만 명의 중국인을 일본 국내에서 (무사시노로) 전입시키는 것도 가능하다"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남기기도 했다. 조례에 반대하기 위해 일본 내 '반(反)중국' 정서를 자극한 것이다.

극우 정당인 '일본제일당' 등 우익단체들은 지난달 말부터 지역 내에서 "국가를 파괴하는 행위" "반일 시장은 물러나라" 등을 외치며 연일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민 70%는 조례 도입 '찬성'

외국인에게 지역 대표를 뽑는 선거권도 아닌 시정에 찬반을 표하는 주민투표권을 주는 데 대해 이처럼 반대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일본 사회의 우경화와 만연한 외국인 혐오를 보여준다. NHK는 "일찍 비슷한 조례안이 도입된 지역에서도 중국인 등 외국인 주민 비율이 늘었다는 기록은 없다"고 보도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앙케이트 조사에선 약 70%가 "외국인도 지역 문제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며 이번 조례 도입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오는 21일 시의회 표결에는 시의원 25명이 참여하며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은 의원들이 있어 가결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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