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규모 따라 전문화(「금융산업구조」어떻게 바뀌나: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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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ㆍ소형사 특정 업무 취급/업계에서는 현행 「전업주의」고수 바라/단자ㆍ외국사 진출… 내년 격전예상
증권업계는 금융기관의 통폐합과정을 거쳐 금융산업이 개편되더라도 현재와 같이 전업주의(또는 분업주의)가 고수되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예컨대 동종 또는 이종의 금융기관끼리 합쳐져 새로운 은행 또는 증권사가 생겨나더라도 은행은 고유의 여ㆍ수신업무,증권은 현재의 증권업무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개편구도가 증권사들의 바람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 업계의 고민이 있다.
증권업계가 겸업주의 보다는 전업주의를 원하는 것은 겸업체제가 자본력과 인력면에서 한수 위인 은행에 증권업무를 허용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럴 경우 업계로서는 경쟁하기 벅찰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추세가 금융산업간 벽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점차 허물어 가고 있고,특히 자본시장개방을 앞두고 있는 현시점에서의 개편구도는 이같은 흐름을 기본바탕에 깔지 않을 수 없다.
서울대 윤계섭교수(경영학)는 『당장은 힘들지만 중ㆍ장기적으로 볼때 증권업계는 겸업주의에 대비해야할 것』이라고 말한다.
손병두 동서경제연구소장은 『겸업주의로 나아가는 추세는 예상되지만 그에 앞서 우리 업계가 안고 있는 많은 제약요인부터 제거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손소장은 그같은 예로 현재 증권사에 투자신탁업무가 완전히 배제돼 있고 환매채나 회사채인수등 직접금융상품에 대한 각종규제가 행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금융산업개편 및 개방은 금리자율화를 전제로하는 것이므로 1차적으로 이같은 직접금융상품에 대한 금리규제 철폐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증권업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재편구도는 아직 이렇다 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그러나 대형사는 더욱 대형화해 개방시대의 외국사들과 실질적인 경쟁이 가능토록 하고 대신 중ㆍ소형사들은 특정업무로 전문화시킨다는 것이 대체적 줄기다.
즉 규모에 관계없이 현재 모든 증권사가 똑같은 업무를 취급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대형ㆍ소형사의 업무를 차별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자본금 규모등 적정한 기준을 정해 현재 위탁거래ㆍ인수ㆍ상품주식거래 등 크게 세가지로 분류되는 증권업무를 사별로 전문화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나 기존업무를 제한하는 것은 업계반발로 성사여부가 불투명하다.
증권업 내부의 업무분화가 필요하나 업계자율에 의한 재편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어 결국은 정책의지가 증권업 뿐만 아니라 모든 금융산업개편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소형사의 입장에서도 신흥증권의 한 관계자는 『기존 업무에 제한을 가할 경우 그것은 당장의 반발요인은 되겠지만 어차피 개방화시대에 전문화하는 것이 살길이라는 판단이 선다면 업체 스스로가 그쪽으로 진로를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다른 금융기관의 통폐합을 통해 증권사의 신설도 허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중 소형단자회사끼리 합쳐 증권업에 진출하는 것이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내년부터 당장 외국증권사의 지점 및 합작법인 설립이 허용됨에 따라 국내업체의 증권업신규참여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아직 뚜렷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채 각사 나름대로의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정도다.
대우증권의 한근환부사장은 『신설사들이 증권업에 진출할 경우 업계는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므로 증권업계에 투자신탁 업무나 단자회사업무도 부분적으로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 증시침체로 다소 고전하고 있다고는 하나 신규참여가 배제된 상황에서 25개증권사의 평화공존체제가 유지돼온 증권업계가 이제 외국증권사의 진출과 설땅을 침식당하고 있는 단자사의 업종전환,대외개방에 따른 대내개방등으로 내년에는 치열한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심상복기자>­끝­
□증권사 현황 (8월말 현재)
증권사 자본금(억) 지점 해외점포 임 직 원
대우 2,906 71 4 3,027
럭키 2,880 54 4 2,291
동서 2,872 53 4 2,000
대신 2,702 54 4 2,505
한신 1,662 36 1 1,565
고려 1,644 31 4 1,358
쌍용 1,629 40 4 1,638
동양 1,301 23 3 1,186
현대 1,117 35 3 1,594
태평양 929 24 2 919
서울 905 19 ­ 792
제일 844 26 1 1,075
신영 822 17 ­ 590
동남 748 16 ­ 642
대유 736 12 ­ 395
신한 733 11 ­ 388
한흥 724 17 ­ 757
유화 721 12 ­ 346
한양 562 14 ­ 624
부국 541 12 ­ 462
한진 500 14 ­ 525
한국투자 422 11 ­ 420
대한 400 11 ­ 296
신흥 350 6 ­ 255
건설 30 4 ­ 72
계 28,689 623 34 25,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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