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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27년, 한센인들의 친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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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제1회 ‘김우중의료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오동찬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오른쪽). 질병 치료는 물론 한센인들과 동고동락하며 그들과 27년 동안 애환을 함께했다. [중앙포토]

제1회 ‘김우중의료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오동찬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오른쪽). 질병 치료는 물론 한센인들과 동고동락하며 그들과 27년 동안 애환을 함께했다. [중앙포토]

“여기보다 더 나은 생활은 없습니다.” 오동찬(53)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치과의사)의 말이다. “왜 도시에 나가 개업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오 부장은 이렇게 답했다. 그는 “마음을 터놓고 의사를 신뢰하는 환자를 보는 의사보다 행복한 의사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오 부장은 1995년 공중보건의로 소록도병원에 왔다. 공중보건의 복무를 마친 뒤에도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 남아 27년째 한센인과 동고동락했다. 소록도병원에서 받은 급여와 대학에서 받은 강의료를 한센인 치료에 기꺼이 보탰다. 안면 기형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안면 재건 수술과 의치·보철 시술 등을 지원했다. 아랫입술 재건 수술법을 개발해 500여 명을 치료했다.

오 부장은 매일 병원에서 진료를 마치면 한센인들이 생활하는 곳을 돌아다니는 게 일과다. 손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선 빨래와 청소를 대신 하고 무거운 짐도 옮겨준다. 오 부장은 “한센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치료가 아닌 치유”라고 말했다. 부인도 소록도에서 간호사로 일한다. 소록도에는 한때 1000명 넘은 한센인들이 있었다. 이제는 절반가량도 남지 않았다. 남은 이들의 평균 나이는 76세다. 오 부장은 이들 곁에 더 머물고 싶다. 그의 두 딸도 “소록도를 떠나지 말자”며 지지를 보낸다고 한다.

대우재단은 고 김우중 대우 회장의 2주기를 맞아 9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제1회 김우중의료인상 시상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오 부장은 ‘김우중의료인상’을 수상했다. 정우남 전남 완도보건의료원 행복의원장(소아과의사), 박도순 전북 무주보건의료원 공진보건진료소장(간호사), 허은순 경기도의료원 포천병원 간호조무사 등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정 원장은 의료 취약지역으로 꼽히는 완도군 노화도에서 10년 넘게 환자를 보고 있다. 노화도 행복의원의 의사 1호다. 노화도 주민 등 1만 명 이상을 진료했다. 박 소장은 89년부터 30년 넘게 간호사로 무주군을 지키고 있다. 기생충 질환인 간흡충(간디스토마) 감염을 퇴치하는 데 앞장섰다. 허 간호조무사는 포천병원에서 30년간 재직했다. 포천 지역에서 각종 의료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김우중의료인상 특별상은 최해관 전 무주대우병원장(현 무주 연세외과의원장)에게 돌아갔다. 78년 무주대우병원장을 맡았던 그는 2000년대 초반까지 대우재단이 운영하는 완도(노화도)·진도(하조도)·신안(비금도)·무주(설천면) 등 4개 지역 병원장을 지냈다. 현재는 첫 부임지인 무주에서 의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의료봉사상을 받은 한국여자의사회는 56년 발족한 사단법인이다. 빈민촌 무료진료 봉사, 결식아동 돕기, 조손가정 후원, 해외 의료봉사, 미혼모 가족지원 등의 활동을 이어왔다. 대우재단은 김우중의료인상 수상자에게는 3000만원, 특별상과 의료봉사상 수상자·단체에는 1000만원의 상금을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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