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열린 한ㆍ중 경협시대/무역사무소 개설 합의문 초안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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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양국 이해관계 적정수준 조절/공식창구 열어 조기수교 “물꼬”
한중 무역사무소가 앞으로 제대로의 기능을 수행하느냐의 여부는 중국 시장공략의 성패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와도 같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한중 실무자간에 마련된 양국 무역사무소 개설에 따른 합의문 초안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적정수준에서 조절됐다는 점에서 적어도 분위기상으로는 양국간 본격적인 직접교역의 물꼬는 텄다고 봐야 한다.
두나라간 수교까지 이르는데에는 또다른 정치ㆍ경제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겠지만 일단 무역사무소가 개설됨으로써 양국간 접촉의 공식채널이 트였고 그동안 양국교역의 장애물들도 하나하나 제거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같은 분위기의 반영이 최근 중국 정부가 최초로 선경에 대해 한국본사 명의의 북경지사 설치를 공식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동안 국내기업들의 중국 사무소는 주로 홍콩 현지법인의 중국사무소 형태를 취하고 있어 국내기업의 이름을 사용치 못하는 등 표면상 우리기업의 지사로서 행세할 수 없었고 그에 따른 불편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우리기업의 현지지사 설치를 공식으로 인정했다는 것은 한중 무역사무소 개설합의를 전후한 중국측의 성의 있는 조치로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양국간 교역의 최대 장애물로 지적되고 있는 비자발급 문제나 차등과세 문제 등도 조만간 해결될 전망이며 양국간 투자보장협정도 멀지 않은 장래에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두나라간 무역사무소는 이미 지난해 개설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작년 3월 이선기 KOTRA 사장과 정홍업 중국무역촉진위 회장간에 무역사무소 개설 등 업무협력 의향서를 체결한데 이어 그해 5월 마무리협상차 내한한 정회장 등 중국 관계자들에게 우리측이 불쑥 무역사무소와는 별도로 영사관계의 수립을 요구,무역사무소 개설문제가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게다가 대중 창구마저 무공과 국제민간경제협의회(IPECK)로 2원화,중국 정부를 혼란케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소관계가 급진전되면서 우리의 중국에 대한 기본입장도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북방문제에 있어 일관되게 추구해온 정ㆍ경일치 전략을 중국에 대해서만큼은 고집하지 않는 쪽으로 선회했고 민간경제계의 다원화된 대중 공식창구도 KOTRA 하나로 정리했다.
결국 우리쪽의 방향 전환은 상호 무역사무소를 개설하되 상주직원은 그 소속을 구애받지 않는 것으로 한다는 중국의 발전된 태도변화를 이끌어 냈다.
따라서 우리측은 20여명선으로 타결될 전망인 상주인원중 사무소개설의 주체인 KOTRA측 인원의 수를 줄이고 외무부ㆍ상공부 등 정부관리들을 파견할 계획이다.
정부관료들이 정식 외교관은 아니고 중국정부로부터 외교관 대접도 받지는 못하겠지만 정부간 대화창구를 현지에 마련한다는 것은 우리측이 추진하는 양국간 공식수교를 앞당기는 것일 수 있다.
특히 20여명선의 무역사무소라면 다른 나라에 설치된 무역사무소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규모가 큰 것이다.
중국 정부는 합의문 조항과 상관없이 우리측 인원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무역사무소의 개설은 그동안 말만 무성했던 황해경제협력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이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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