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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도발 기미 보이면 미사일 기지부터 때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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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민석
김민석 기자 중앙일보 전문기자

북핵 상쇄전략 

미 핵우산만 믿다가 낭패볼 수도
북핵, 미사일 제거하면 무용지물
KTSSM으로 북 미사일 기지 파괴
김정은 핵희망 포기때 협상 나올 것

최근 북한이 쥐죽은 듯 조용하다. 한국에 대한 비난도 없고 걸핏하면 발사하던 미사일 시험도 없다. 국가정보원이 북한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북한 내부가 복잡한 것으로 보인다. 북핵에 따른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북한 주민의 삶이 크게 열악해졌다는 점은 틀림없지만, 그로 인한 내부 갈등 문제는 확인할 도리가 없다. 최근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북한과 중국은 서로 국경을 차단할 조짐이어서 북한 경제는 더 어렵게 될 것이라고 정보 관계자가 전했다.
그렇지만 북한이 차분하게 핵무기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지난달 말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에 따르면 북한이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를 계속 가동하고 있다. 이 원자로는 매년 플루토늄 6㎏을 생산할 수 있다. 핵폭탄 1개 분량이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북한 평산과 강선에서 핵 관련 활동이 지속하고 있는 징후가 발견된다고 우려했다. 평산에는 우라늄 광산이 있고, 강선에는 우라늄 농축공장이 있다. 이런 북한의 핵 활동은 핵무기 재료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최대 100개쯤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국제사회는 추정하고 있다.

북한이 가동 중인 평양 외곽의 강선 우라늄 농축시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연구소 비확산센터 국장 트위터]

북한이 가동 중인 평양 외곽의 강선 우라늄 농축시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연구소 비확산센터 국장 트위터]

북한이 전술핵무기로 공격하면 방어 곤란
군사적으로는 북한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전술핵무기를 전방지역의 우리 군에 투하한 뒤, 전차 등으로 구성된 기계화부대로 밀고 내려오면 방어 자체가 곤란하다. 북한의 국지적인 전술핵무기 공격에 미국이 대량살상용 전략핵무기로 대응할지에 논란도 있다. 또 미국이 핵우산과 한반도 방어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해 고민하는 사이 북한군 전술핵무기에 우리 군이 먼저 궤멸할 소지도 없지 않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아무런 담보와 신뢰가 없는 종전선언에 매달리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선제 핵 불사용(No First Use: NFU)’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는 미국 핵우산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했다. NFU는 적이 핵무기로 공격하지 않는 한 미국이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정책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신념이라고 한다. 그래서 바이든 행정부가 준비 중인 핵태세검토(Nuclear Posture Review: NPR)에 NFU가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NFU가 NPR에 반영되면 심각해진다. 서울이 북한의 핵공격에 초토화된 뒤에야 미국이 북한에 대한 핵무기 사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북한이 우리를 핵무기로 공격할 상황이면 미국에도 동시에 경고할 소지가 크다. ‘만약 미국이 한국을 도우면 북한은 뉴욕을 핵무기로 타격할 것’이라는 메시지다. 미국은 고민에 빠질 것이다. 미국 내에서 한국 지원을 반대하는 여론이 조성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핵우산이 부도 수표가 된다는 얘기다. 이화여대 박원곤 교수(북한학과)는 “(핵우산이 포함된) 확장억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줘 동맹에 대한 신뢰도가 약화한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전문가 사이엔 걱정이 많다. 국제사회가 지난 30년 동안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막으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북한이 설마 핵무기로 동족인 우리를 공격할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북한이 미국에 대응할 다양한 핵무기를 확보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북한이 핵무기로 한국을 위협하거나 공격할 수도 있고, 미국과 직접 핵군축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북한은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초기에 거의 도발했다. 정권 길들이기 차원에서다.

북한이 2021년 10월 19일 동해상에 있는 잠수함에서 미니 SLBM(잠수함용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이 미사일은 상하 및 좌우 회피기능이 있어 요격이 어려우며, 사거리가 590km 이상이어서 동해에서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조선중앙통신]

북한이 2021년 10월 19일 동해상에 있는 잠수함에서 미니 SLBM(잠수함용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이 미사일은 상하 및 좌우 회피기능이 있어 요격이 어려우며, 사거리가 590km 이상이어서 동해에서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조선중앙통신]

북 '미니 SLBM' 요격 어려워
북한의 핵ㆍ미사일 능력은 간단치 않다. 북한이 지난 10월 19일 시험발사한 미니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은 수직기동과 좌우기동을 모두 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잠수함에서 발사된 미니 SLBM은 상하는 물론 좌우로도 움직이며 레이더 탐지를 피한다는 것이다. 이 미사일에는 핵탄두를 장착할 수가 있다. 사거리가 590㎞ 이상인 이 미사일은 동해에서 남한 전역을 공격할 수 있다.
북한이 지난 수년 동안 개발해 시험발사를 해온 신형 단거리 전술유도무기 4종 세트 가운데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에도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제프리 루이스 미 비확산센터(CNS) 소장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이 소형화한 핵탄두는 직경 60㎝에 무게는 200∼300㎏ 정도다. KN-23도 회피기동 기능이 있어 우리 군의 패트리어트(Pac-3) 등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요격을 피할 수 있다. 더구나 북한이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섞어 쏘면 핵탄두 식별은 더욱 어렵다.

그래서 북핵 대응에 가능한 모든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1차적으로 미국의 북핵 억제방안인 핵우산이 포함된 확장억지를 최대한 활용해 북한이 함부로 도발하지 못하게 하는 게 우선이다. 미 국방부는 그제 “북핵 억제를 위한 핵우산 정책은 변함없다”며 “확장억지는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를 안심시켰다. 그런데도 북핵 위협을 직접 받는 당사자인 한국의 걱정은 이만저만 아니다. 미 국방부가 그동안 순환 배치해오던 주한미군 공격헬기 대대와 포병여단 본부를 상시 배치로 정한 것도 앞으로 한반도 안보가 더 위중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조치로 보인다.
미국 핵우산만 믿을 게 아니라 한국 스스로 좀더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우선 북핵을 핵무기로 상쇄하는 방법이다. 미국의 확장억지력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 수립과 훈련이 필요하다.(김광진 전 공군대학총장) 그다음은 유럽의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처럼 미군 전술핵을 공유하는 방안이다.(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 북핵 위협이 더 심각해지면 미군 전술핵 재배치도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전술핵 공유나 재배치에 소극적이라고 한다.(고려대 김성한 교수)

북한 미사일 기지는 신의주-화대군 이남에 대부분 분포해있다.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지는 개마고원 이북의 중국 국경에 가까이 설치돼 있다.[FAS]

북한 미사일 기지는 신의주-화대군 이남에 대부분 분포해있다.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지는 개마고원 이북의 중국 국경에 가까이 설치돼 있다.[FAS]

한국 핵무장, 1년 이상 걸려
미국 핵우산 가동과 전술핵 공유 및 재배치가 안 될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의 핵무장이다. 핵무장은 국가 비상사태 때 핵확산금지조약(NPT) 10조에 따라 가능할 수 있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원자력계 전문가는 “핵무기가 최신 기술은 아니지만 한국이 1년 만에 핵무장 하는건 어렵다”고 말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북한은 핵 개발을 위해 영변 핵단지에 400개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국제사회의 경제ㆍ외교 제재도 감수해야 한다. 한미동맹도 삐걱댈 수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육군 전술지대지유도탄(KTSSM)가 표적을 정확하게 타격하는 모습이다. 사거리는 290km 이상이고 정확도가 2m 이내다. 발당 생산 가격은 20억원이다.[국방과학연구소]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육군 전술지대지유도탄(KTSSM)가 표적을 정확하게 타격하는 모습이다. 사거리는 290km 이상이고 정확도가 2m 이내다. 발당 생산 가격은 20억원이다.[국방과학연구소]

첨단무기로 북핵에 대응하는 방안이다. 유사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기 전에 핵탄두를 쏠 미사일 기지를 제거하는 것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해 200∼300기 생산하기로 한 전술지대지유도탄(KTSSM)을 1000발 가량으로 늘리는 것이다.(육군 예비역 장성) KTSSM은 정확도(CEP)가 1∼2m로 북한 미사일 기지를 핀포인트로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먼저 쏘면 우리도 즉각 KTSSM을 발사하는 것이다. 북한 무수단-신의주까지 타격이 가능하다. 다행히 한ㆍ미 정보당국은 북한 미사일 기지와 발사 장소를 거의 알고 있다.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 벙커버스트 2발을 내부 무장창에 장착하고 북한 상공을 은밀하게 침투해 미사일 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방위사업청]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 벙커버스트 2발을 내부 무장창에 장착하고 북한 상공을 은밀하게 침투해 미사일 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방위사업청]

은밀 침투가 가능한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도 미사일 제거에 효과적이다. 북한 최후방에 있는 중ㆍ장거리 미사일 기지는 ADD가 개발한 현무-4와 신형 고위력 탄도미사일로 파괴할 수 있다. 이 미사일은 6∼8톤이나 되는 강력한 고폭약을 장착해 지하벙커까지 뚫고 들어간다. 북한엔 1000발가량 미사일이 있지만 발사대는 200개 이하다. 그래서 미사일 기지와 연료 공급시설, 미사일 발사대만 제거하면 북한은 핵탄두를 쏠 수 없다. 그래도 살아남은 소량의 미사일이 날아오면 패트리엇과 천궁,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으로 요격한다. 마지막으로 국방부가 준비한 참수작전도 북한 도발 억제방안이다. 공산 독재체제인 북한은 수뇌부에 공백이 생기면 오합지졸이 된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최근 개발한 신형 고위력 탄도미사일. 8톤이 되는 강력한 고폭탄을 탄두로 장착해 북한의 지하벙커를 정확하게 타격해 뚫고 파괴할 수 있다. 사거리는 800km 이상이다.[국방과학연구소]

국방과학연구소가 최근 개발한 신형 고위력 탄도미사일. 8톤이 되는 강력한 고폭탄을 탄두로 장착해 북한의 지하벙커를 정확하게 타격해 뚫고 파괴할 수 있다. 사거리는 800km 이상이다.[국방과학연구소]

 김정은 정권이 믿는 것은 사실상 핵뿐이다. 한ㆍ미가 북핵을 상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과 수단을 갖추고 있을 때 북한은 도발을 포기하고 평화가 유지된다. 북한이 핵무기로는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면 그제야 대화와 협상에 나오지 않을까.

☞NPT 10조: 모든 체결국은 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대한 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을 경우에는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