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는 끝났다.”
30일 오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실이 “금일 이후 이 대표의 모든 공식 일정은 취소됐다”는 공지를 보낸 직후, 윤석열 후보 측 인사가 중앙일보에 한 말이다. 당 경선 승리에 따른 컨벤션 효과로 고공행진을 하던 윤 후보 지지율이 조정기로 접어드는 터에 악재가 잇달아 터지는 현 상황을 이렇게 빗댄 것이다.
이 인사의 말마따나 정치권에선 윤 후보가 대선 후보로서의 정치력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선 때 치열하게 붙은 홍준표 의원을 아직 껴안지 못한 상황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초빙하는 문제도 매듭짓지 못했다. 여기에 이준석 대표가 ‘공식일정 무기한 전면 취소’를 선언하며 사실상 당무를 보이콧하는 ‘삼중 악재’가 겹친 것이다.
본선 상대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본격적인 일전을 치르기도 전에 모두 당 내부에서 불거진 문제들로, “대선 후보, 당 대표, 선대위 핵심 인사들 왜 이러냐”(김태흠 의원)는 식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와 관련해 윤 후보는 이날 청주 일정을 소화하던 중 기자들에게 “저는 후보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뿐”이라고 말을 아꼈지만, 후보 측 인사들은 “지금 직면한 위기는 우리 안에서 시작됐다. 내부 갈등을 누르고 누르다 곪아 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물밑에서 벌어지는 ‘자리다툼’ 상황을 전하며 “이 대표 등이 선대위에 넣길 원하는 인사가 있었는데, 수용하기 어려워 이를 거절하는 과정에서 기분이 상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대선 3개월 후 치러질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내부 줄서기와 알력 다툼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한 초선 의원은 “대선이 끝나면 바로 지방선거라 예민한 이들이 많다. (지방선거를 대비해) 나 역시 윤 후보를 보러 가려다가 주변 인사들에 막혀 그만둔 적이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와 가까운 한 인사는 “윤 후보에 비판적인 일부 인사들이 ‘지방선거 공천권 행사에 영향력이 큰 권성동 총장의 임기를 내년 3월 9일까지로 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다닐 정도로 내부 견제가 심하다”며 “사실 권 총장은 이미 대선 직후 자리를 내놓겠다고 이 대표에게 말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를 바라보는 당 주변 반응은 싸늘하다. 당에 오래 몸담았던 한 인사는 통화에서 “경선 승리 후 높아진 지지율에 취하는 사이 당은 내부 힘겨루기 몰두하고 있다”며 “이러다 한 방에 훅 가는 게 대선판인데, 그때 책임을 누가 질 건가”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내부 총질에 바쁜 사이, 본선 상대인 이재명 후보는 실현 가능성을 떠나 국토보유세 등 민감한 정책 화두를 연이어 던지며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다시 꾸리겠다”며 선대위를 일신하는 등 내부적으로도 잰걸음 중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에 비해 중도 외연 확장 위한 이슈 선점이나 신인 영입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뼈아프다”며 “이제 어떤 정책으로 나라를 운영할지 제시해야지 윤 후보의 ‘반문재인, 닥치고 정권교체’ 구호는 약발이 다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