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부터 곪았다”…내부서 터진 삼중악재 시험대 선 尹

중앙일보

입력 2021.11.30 18:05

업데이트 2021.11.30 20:57

“잔치는 끝났다.”

30일 오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실이 “금일 이후 이 대표의 모든 공식 일정은 취소됐다”는 공지를 보낸 직후, 윤석열 후보 측 인사가 중앙일보에 한 말이다. 당 경선 승리에 따른 컨벤션 효과로 고공행진을 하던 윤 후보 지지율이 조정기로 접어드는 터에 악재가 잇달아 터지는 현 상황을 이렇게 빗댄 것이다.

이 인사의 말마따나 정치권에선 윤 후보가 대선 후보로서의 정치력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선 때 치열하게 붙은 홍준표 의원을 아직 껴안지 못한 상황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초빙하는 문제도 매듭짓지 못했다. 여기에 이준석 대표가 ‘공식일정 무기한 전면 취소’를 선언하며 사실상 당무를 보이콧하는 ‘삼중 악재’가 겹친 것이다.

본선 상대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본격적인 일전을 치르기도 전에 모두 당 내부에서 불거진 문제들로, “대선 후보, 당 대표, 선대위 핵심 인사들 왜 이러냐”(김태흠 의원)는 식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와 관련해 윤 후보는 이날 청주 일정을 소화하던 중 기자들에게 “저는 후보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뿐”이라고 말을 아꼈지만, 후보 측 인사들은 “지금 직면한 위기는 우리 안에서 시작됐다. 내부 갈등을 누르고 누르다 곪아 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물밑에서 벌어지는 ‘자리다툼’ 상황을 전하며 “이 대표 등이 선대위에 넣길 원하는 인사가 있었는데, 수용하기 어려워 이를 거절하는 과정에서 기분이 상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대선 3개월 후 치러질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내부 줄서기와 알력 다툼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한 초선 의원은 “대선이 끝나면 바로 지방선거라 예민한 이들이 많다. (지방선거를 대비해) 나 역시 윤 후보를 보러 가려다가 주변 인사들에 막혀 그만둔 적이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와 가까운 한 인사는 “윤 후보에 비판적인 일부 인사들이 ‘지방선거 공천권 행사에 영향력이 큰 권성동 총장의 임기를 내년 3월 9일까지로 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다닐 정도로 내부 견제가 심하다”며 “사실 권 총장은 이미 대선 직후 자리를 내놓겠다고 이 대표에게 말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를 바라보는 당 주변 반응은 싸늘하다. 당에 오래 몸담았던 한 인사는 통화에서 “경선 승리 후 높아진 지지율에 취하는 사이 당은 내부 힘겨루기 몰두하고 있다”며 “이러다 한 방에 훅 가는 게 대선판인데, 그때 책임을 누가 질 건가”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석열 후보. 임현동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석열 후보. 임현동 기자

국민의힘이 내부 총질에 바쁜 사이, 본선 상대인 이재명 후보는 실현 가능성을 떠나 국토보유세 등 민감한 정책 화두를 연이어 던지며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다시 꾸리겠다”며 선대위를 일신하는 등 내부적으로도 잰걸음 중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에 비해 중도 외연 확장 위한 이슈 선점이나 신인 영입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뼈아프다”며 “이제 어떤 정책으로 나라를 운영할지 제시해야지 윤 후보의 ‘반문재인, 닥치고 정권교체’ 구호는 약발이 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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