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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 없습니다, 2021년 신인왕 이의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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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왼손 투수 이의리가 KIA 타이거즈 선수로는 36년 만에 프로야구 신인왕에 올랐다. [연합뉴스]

왼손 투수 이의리가 KIA 타이거즈 선수로는 36년 만에 프로야구 신인왕에 올랐다. [연합뉴스]

해태 타이거즈는 KBO리그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명문 구단이다. 기아자동차에 인수돼 2001년 새로 출발하기 전까지 한국시리즈 우승만 아홉 차례 차지했다. 선동열·김성한·이강철을 비롯한 스타 등용문으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6차례이나 배출하기도 했다. 모든 트로피를 싹쓸이한 타이거즈에 신인왕만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1985년 이순철(현 SBS 해설위원)이 마지막이었다. KIA로 구단 이름을 바꾼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36년 만에 새끼 호랑이가 신인왕에 올랐다. 왼손 투수 이의리(19)가 주인공이다. 그는 29일 서울 임피리얼팰리스호텔에서 열린 2021 KBO시상식에서 총점 417점으로 368점에 그친 2년 차 ‘중고 신인’ 최준용(롯데 자이언츠)를 제쳤다. 최준용은 올 시즌 20홀드를 달성한 불펜 투수였다.

이날 이의리는 유효표 115개 중 1위 표 61개를 얻어 최준용(1위 표 42개)을 앞섰다. 총 득표에선 최준용이 이의리보다 1표 많은 100표를 받았지만, 1위 표 확보에서 승부가 갈렸다. 36년 만에 타이거즈 신인왕에 오른 이의리는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을 받아 영광이다. 후반기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경쟁자) 준용이 형에게도 ‘멋있었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의리는 약속을 지켰다. 그는 지난 4월 28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6이닝 무실점하며 데뷔 첫 승을 거둔 후 당시 중계방송을 한 이순철 위원에게 “(지난 35년 동안 신인상을 못 받은 기록을) 꼭 깨뜨리겠다”고 자신한 바 있다. 이의리는 “이순철 위원님께 드린 약속을 지켜서 더 기쁘다”고 했다.

올 시즌 개막 전까지 이의리는 장재영(키움 히어로즈)·김진욱·나승엽(이상 롯데) 등 다른 ‘슈퍼루키’들에 비해 기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당당히 포함됐고, 4월 등판한 4경기에서 두 차례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해냈다.

간결한 투구폼과 침착한 경기 운영이 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전반기를 4승 3패 평균자책점 3.89로 마쳐 신인왕 레이스에서 독주하는 듯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로 떠난 팀 선배 양현종의 빈자리를 채울 새로운 활력소였다.

그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을 떠올리게 하는 신인이다. 학창시절 거의 던지지 않았던 체인지업을 프로 입단 후 장착했다는 점도 빼닮았다. 이의리는 “김현수 선배에게 그립을 배운 뒤 정명원 투수 코치님과 함께 연구했다. 캐치볼이나 롱토스를 할 때도 (체인지업 그립을) 쥐고 던지면서 익숙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021 KBO시상식 수상자

2021 KBO시상식 수상자

이의리는 한국야구의 미래로 기대받으며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했다. 도미니카공화국과 녹아웃 스테이지 1라운드, 미국과 패자 준결승전에 선발 투수로 나서서 모두 5이닝을 막아냈다. 대회 참가한 투수 중 탈삼진 부문 1위(18개)에 오르기도 했다.

후반기에는 잔부상이 겹쳐 고전했다. 왼 중지 손톱이 깨졌고, 재활 치료를 마친 뒤에는 복귀 과정에서 오른발목 부상까지 당했다. 그 사이 최준용이 차곡차곡 홀드를 쌓아 신인왕 레이스를 혼전 양상으로 끌고 갔다.

이의리의 최종 시즌 성적은 4승 5패 평균자책점 3.61. 지난해 신인왕 KT 위즈 소형준의 성적(13승 6패·평균자책점 3.86)과 비교하면 초라할 수 있다. 하지만 피안타율(0.204)이나 이닝당 출루허용률(1.32)을 비롯한 세부 지표가 누구 못지 않게 준수했다. 결국 신인왕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KIA는 최근 장정석 단장을 선임하며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시상식 현장을 찾은 장정석 단장은 그 누구보다 이의리의 신인왕 수상을 축하했다.

미란다

미란다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는 두산 베어스 투수 아리엘 미란다가 차지했다. 미란다는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했다. 특히 탈삼진 255개를 잡아 1984년 롯데 최동원이 가지고 있었던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223개) 기록을 37년 만에 갈아치웠다. 총 588점을 얻은 미란다는 이정후(키움·329점)를 크게 이겼다. 미란다는 외국인 선수로는 역대 7번째 MVP에 올라 상금 1000만원과 트로피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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