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으로 ‘카풀(목적지나 방향이 같은 사람들이 한 대의 차량에 같이 타고 다니는 것)’을 하는 사실을 신고한 남성에게 앙심을 품고 “장애인을 강제추행했다”며 무고한 여성의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 28일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는 이런 내용이 담긴 사건사고보고서를 공개했다. 여성 A씨는 택시를 기다리던 남성 B씨에 접근해 “내가 카풀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자신의 차에 태웠다.
목적지에 도착한 B씨는 비용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A씨 차량이 불법 영업 차량, 즉 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인 것을 알게 됐고 B씨 아버지가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자 A씨는B씨에게 화가 나 그를 ‘장애인 강제추행’으로 신고했다.
A씨가 신체에 장애가 있어 법적 장애인으로 등록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센터는 “A씨가 지적장애가 없고, 사리 분별을 할 수 있고, 운전도 할 수 있는 자”라고 지적했다.
B씨는 A씨와 어떠한 신체적 접촉도 없었다. 하지만 A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B씨가 뒷자리에서 운전하고 있는 나를 추행할 마음을 먹고, 내 윗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만져 강제로 추행했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A씨는 증거로 활용하기 위해 협박성으로 허위문자를 보냈다. “네가 내 X가슴을 주물러 치욕스러움에 잠을 못 잤다. 정신병원 가서 치료해야지”라고 하면서 특정 여성폭력 전문 상담기관을 지목, 그곳에 가서 진술하겠다고도 했다.
A씨는 장애인이기 때문에 일선 경찰서가 아닌 C 여성폭력 전문 상담기관에서 DNA 채취 및 조사 등을 받았다. 그러나 검사 결과 A씨 몸에서는 B씨 DNA가 나오지 않았다.
또 차량 내 성범죄 사건이 발생했다면 블랙박스가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데도 A씨는 이를 제출하지 않았다.
아울러 A씨는 C 기관에서 상담을 받을 때 “(돈을 받고) 유상운송행위를 한 게 아니라 집으로 가던 길에 남자가 비를 맞고 택시를 못 잡고 있어서 데려다주고 친한 지인을 만나기로 했다”고 진술했다. 센터는 이에 대해 “A씨가 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을 숨기기 위해 거짓 진술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센터에 따르면 C 기관은 A씨 진술에 대한 사실관계를 별도로 조사하지 않았다. 그리고 B씨를 소환해 강제추행 피의자로 조사했다.
“가는 길에 태워준 것? 집이 반대 방향인데” 수상하게 여긴 경찰관, 재조사 요청
C 기관의 조사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사람은 지역 경찰청 경찰관이었다. 이 경찰관은 B씨에 대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A씨가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시각에 B씨는 통화 중이었다는 점 ▶A씨 집이 B씨 집과 정 반대 방향이었다는 점을 인지했다.
경찰관은 C기관에 “A씨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며 재조사를 요청했다. 그제야 C 기관은 A씨를 재조사했고 그 결과 ▶A씨가 블랙박스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점 ▶거주지가 반대 방향인 점 ▶A씨가 만나기로 했다는 지인에게 확인 결과 오래전부터 연락도 안 하던 사람인 점 ▶A씨 몸에서 B씨 DNA가 추출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A씨 진술이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B씨는 수사기관에 계좌 이체를 잘못해 3번 이상 오류가 난 내용과 목격자들의 진술 등을 제출했다. 이로 인해 B씨는 경찰에서 최종적으로 ‘증거 불충분(혐의없음)’ 처분을 받을 수 있었다.
센터는 “B씨는 공무원을 목표로 공부하던 사람인데, A씨의 무고로 꿈을 잃을 뻔했다. 그런데도 현재 A씨에 대해선 어떠한 형사 처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수사기관이 성범죄 무고자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