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연 대화」가 회사 살렸다|「노사화합상」받은 대구 승리기계제작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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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마음을 터놓고 노사가 함께 인간중심의 경영에 나서자.』
만성적자와 악성노사분규로 위기상황에 빠졌던 대구시침산동227 (주)승리기계제작소(대표 김재휴·59)가 페어플레이경영 10년 끝에 대구시가 제정한 「노사화합상」을 수상,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 굴지의 직기메이커인 이 회사가 설립된 것은 1951년3월. 올해로 창립39년을 맞는다.
그러나 그동안 경영부실과 노사분규의 악순환이 되풀이돼 생산성이 떨어지고 채산성 악화로 적자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당연히 자금난까지 겹쳐 창업25년만인 76년에는 끝내 부도가나 회사가 은행관리로 넘어가고 말았다.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은 연일 농성을 벌였고 회사경영은 한마디로 마비상태에 빠져버렸다.
은행측은 채권확보를 위해 경영관리에 나섰으나 좀처럼 정상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78년11월 쌍룡그룹에 경영권을 넘겼다.
쌍룡이 당장 부닥친 것은 노사간의 넘기 어려운 불신의 벽. 아무리 자금과 기술이 확보되었다해도 해묵은 노사관계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은 좀처럼 헤쳐나가기 어려운 난제였다.
80년2월 전문경영인인 현 대표이사 김 사장이 부임했다. 그는 대구공장에 상주하면서 고용·임금·근로시간·재해보상·복지후생 등 노무관리전반을 총괄했다.
김 사장은 우선 『노사간에 마음을 열고 대화부터 나누자』며 『대화를 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지 않느냐』고 근로자들을 설득해나갔다. 1주일에 한차례씩 노사협의회를 열고 그동안 비밀로 취급했던 회사재무구조와 빚더미에 앉은 경영실태를 낱낱이 공개했다.
김 사장은 또 3백60명이나 되는 전체근로자들과 개인상담도 실시, 주로 가정문제를 비롯한 인간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회사에 대한 불만사항을 듣는 등 근로자들이 긍지와 보람을 갖는 직장분위기로 서서히 바꾸어나갔다.
해가 지나면서 노사간에 깊이 쌓았던 불신이 점차 풀리기 시작했다. 노조는 회사가 정상화 될 때까지 하루 1시간씩 무보수연장근무에 들어가는 결의를 자발적으로 하기에 이르렀다.
또 26개 분임조를 편성해 스스로 생산성 향상운동에 나섰다. 이해와 설득은 결국 노사화합의 결실을 맺기에 이른 것이다.
김 사장은 『진솔한 대화로 인간존중의 경영철학을 도입한 결과 10년 이상 장기근속자가 전체근로자의 30%인 1백여명이나 된다』며 『노사합의 없이는 결코 회사가 발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구=김선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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