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세금깡’이란 野마저···"지역화폐 확대" 의견일치 왜

중앙일보

입력 2021.11.25 05:00

“노벨상 수상한 석학들이 21세기는 기본소득과 지역화폐를 좀더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11월 5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 부분 예산 삭감하자는 건 소상공인 살리자는 정부 방침과는 어긋난다.”(11월 11일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1~12일에 걸쳐 진행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간곡한 ‘지역화폐 규모 확대’ 호소가 이어졌다. 앞서 정부는 국회에 제출한 2022년도 본예산에서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올해 15조원 발행(국비 1조522억원)에서 내년 6조원 발행(국비 2400억원)으로 77.2% 삭감해 제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주요 당직자 일괄 사퇴 관련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주요 당직자 일괄 사퇴 관련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24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에 따르면 여야는 최근 예산심사를 거쳐 지역화폐 예산규모를 정부안보다 증액하는 데 합의했다. 구체적인 규모는 추가 심사를 통해 확정할 계획이다. 국회 예결위 국민의힘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역화폐 예산확대는 여야 간사가 이미 합의점을 도출했던 사안”이라며 “코로나19 위기로 힘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전했다.

지역화폐 확대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주요 대선공약 중 하나다. 앞서 이 후보는 전국민 대상 ‘방역지원금’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할 것을 주장했으나, 여당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를 철회했다. 대신 민주당은 또다른 ‘이재명표 예산’인 지역화폐에 대해 “예산을 6조원에서 21조원 규모로 대폭 상승시키겠다”(19일 송영길 대표)고 밝혔다.

방역지원금 편성에 대해선 “세금깡”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던 국민의힘도 지역화폐에 대해선 ‘조용한 찬성’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역구 의원들은 코로나19로 피해가 막대한 소상공인을 위해서 지역화폐는 필요성이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정부가 주관해 집행하는 재난지원금과 달리,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해 발행하는 지역화폐의 경우 지역구 의원의 ‘업적 홍보수단’이 될 수 있다. 지난해 국민의힘은 지역화폐 확대를 주장하며 국책연구기관과 마찰을 빚은 이 후보를 향해 “희대의 포퓰리스트”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그랬다가 지금은 태도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현장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현장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2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지방정부가 재정적 책무성이 강하지 못한 상황에서 특정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지방 정부가 이를 낭비할 수도 있다”며 “지방정부 입장에선 권한이 늘어나기 때문에 (지역구 의원들이) 표 얻기도 좋다. (지역화폐에) 정치적인 것들이 많이 섞였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전국 지자체 243개 중 228개(94%)가 지역화폐를 발행했다.

앞서 국책연구기관들은 지역화폐 효과를 비판하는 보고서를 잇따라 발간해 여당과 마찰을 빚었다. 특히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해 9월 발간한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송경호ㆍ이환웅 부연구위원)는 “단기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정확하게 동일한 규모의 인접 지자체 경제 위축을 대가로 하고 있다”, “모든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사라지고 발행비용, 소비자 후생손실,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예산 낭비 등 부작용만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놓고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는 “얼빠진 기관”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해 10월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지역사랑상품권의 의의와 주요쟁점’ 보고서에서 “지자체의 과도한 할인율 경쟁, 포인트ㆍ캐시백 제공 등은 장기적으로 지자체의 재정부담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조세 관련 전문가는 “추가 데이터가 쌓이고 있지만 지역화폐가 큰 효과가 없다는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에서 지역화폐 운용업체들이 소비자들이 지역화폐를 구매해 충전한 충전금을 유용하는 등 관리부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경기도 지역화폐 운용대행업체 ‘코나아이’는 최근 몇천 억 단위의 지역화폐 충전금을 회사채 등 금융자산에 투자한 사실이 드러났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지역화폐가 효과가 있는 측면도 있다”며 “데이터가 부족해 제대로 된 분석이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강동우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의 근간산업이 무너져 지역경제가 급격히 침체된 지역에서는 지역화폐가 소비진작에 상당히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다만 현재로선 지자체에서 집계하는 데이터 자체가 부정확해서 이를 토대로 지역화폐 효과 유무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그게 가장 큰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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