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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만난 백신 피해 가족들 "원론적 답변뿐, 토요집회 가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협의회 관계자가 2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 앞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의 면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협의회 관계자가 2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 앞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의 면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가 바라는 건 그저 인과성을 인정해달라는 건데 그것조차 정부가 도와주지 않는다. 사랑하는 가족이 이렇게 됐는데 나 몰라라 하는 질병관리청에 대해 더는 아무런 할 말이 없다."

24일 오후 정은경 질병청장과의 면담이 끝난 직후 기자회견에 나섰던 최은영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 부회장은 가슴을 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회견 내내 눈물을 쏟아냈다. 최 부회장은 “처음부터 백신 접종 후 나타날 이상반응에 대해 알려주지도 않고 백신이 안전 지킴이라고 홍보만 해놓고 나몰라라한다”라며 “이제 토요집회에서 보여주겠다. 아무리 추운 날도, 차디찬 곳이라도 가족들이 모여 억울함을 풀어낼 것”이라고 토로했다.

정은경 청장, 코백회 가족과 간담회…예정시간 40분 넘겨

이날 오후 2시 정 청장은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청 청사에서 코백회와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질병청에서는 정 청장과 조은희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안전접종관리반장, 조상현 이상반응연구관, 박재범 공익법무관이 자리했다. 코백회 측에서는 최 부회장과 김두경 회장, 안향옥 충청지부장, 김기윤 변호사가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1시간가량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1시간 40분 넘게 이어졌다.

간담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서 코백회 측 김기윤 변호사는 총 9가지 주제에 대해 정 청장과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피해자 가족들과의 소통 부족 ▶인과성 판단 기준 확대 ▶정보공개 확대 ▶주치의 소견서ㆍ부검소견서와 다른 피해보상위원회 판단 결과 ▶특별법 제정 ▶추후 간담회 일정 등이다.

“정 청장, 원론적인 이야기만 반복”

24일 오후 2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 오송청사에서 코백회 회원과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 전 기자회견하는 모습으로 왼쪽부터 최은영 부회장, 김기윤 변호사, 김두경 회장, 이미영 故김현주씨 어머니, 안향옥 충청지부장 [이우림 기자]

24일 오후 2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 오송청사에서 코백회 회원과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 전 기자회견하는 모습으로 왼쪽부터 최은영 부회장, 김기윤 변호사, 김두경 회장, 이미영 故김현주씨 어머니, 안향옥 충청지부장 [이우림 기자]

하지만 코백회 측은 정 청장이 원론적인 이야기만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주요 쟁점으로 꼽혔던 인과성 판단 기준 확대와 관련해 “‘한국형 인과성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정 청장이 공감하면서도 인과성 기준은 의학적ㆍ과학적 분야라며 안전성위원회에서 판단해줘야 보상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형 인과성 기준 마련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묻자 질병청 측은 “부작용 발생 신고율과 백신 접종 전과 후의 질병 신고 통계 분석, 해외 참고 사례를 분석 중”이라고 답했다고 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정 청장이 안전성위원회에서 새로운 기준이 나오면 기존 사례에도 소급해서 적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질병청, 인과성 판단 심의위에 유가족 참여 적절치 않다는 입장

24일 오후 2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 오송청사에서 코백회 회원과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코백회 제공]

24일 오후 2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 오송청사에서 코백회 회원과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코백회 제공]

코백회 측은 부검 결과나 역학조사관 보고서, 주치의 소견서 등에서 인과성을 일부 인정한 부분을 피해보상전문위원회에서 부인한 이유에 관해 묻자 정 청장이 선을 그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 청장이 ‘역학조사관이나 주치의 소견은 일개 의견에 불과하고 피해보상위에서 판단하는 것이 맞다. 그게 피해보상위원회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또 유족 측이 특별법을 제정해달라고 요구한 건에 대해서는 정 청장이 “국회에서 할 일”이라고 말했으며 인과성 판단을 위한 심의위원회에 유가족이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에는 “적절치 않다. 수용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다만 심의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는 “최대한 상세히 공개하겠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코백회측 “정 청장, 우리 피하려고 차량 바꿔치기 꼼수”

코로나19 백신 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 구성원들이 19일 충북 청주시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추가접종을 받고 병원 밖으로 나서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백신과의 인과성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백신 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 구성원들이 19일 충북 청주시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추가접종을 받고 병원 밖으로 나서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백신과의 인과성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1

정 청장과 코백회 측은 12월 안으로 추가 간담회 일정을 잡는 데 합의했다. 일부 유가족은 정 청장이 간담회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토로했다. 실제 이번 간담회는 지난 19일, 청주시 하나병원으로 부스터샷을 맞으러 간 정 청장을 피해자 유가족이 막아 세우며 성사됐는데 이때 정 청장이 차량 바꿔치기해 유가족들을 피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코백회 한 관계자는 “정 청장이 병원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른 차를 타는 방법으로 우리를 피해가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먼저 나온 차에 정 청장이 타고 있지 않아 기다렸는데 조금 뒤에 다른 차를 타고 나왔다”며 “차에 탄 정 청장을 보고 코백회 회원들이 다가가자 그제야 차 밖으로 나와 인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질병청 측은 "청장의 추가접종을 위해 병원 현장으로 이동 차량이 두 대였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안전사고를 피하기 위함이었다"면서도 "병원 현장에서 유가족들을 적극적으로 면담하지 못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만, 행사 종료 전에 유족대표의 면담 요청에 면담 실시를 확답했고, 일정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정하기로 하고 오늘 성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안향옥 충청지부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원하는 답은 얻지 못했지만, 앞으로 토요 집회에서 요구사항을 관철할 때까지 목소리를 내겠다”며 “질병청 앞에서도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백회 측은 오는 27일 오후 4시~8시까지 서울 지하철 독립문역 5번 출구 앞에서 촛불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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