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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사 세숫대야도 없앴다…감춰지는 '반란 수괴' 전두환 흔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전현충원 전두환 친필 현판 안중근체로 교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별세한 가운데 그의 흔적도 상당 부분 사라지거나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옮겨졌다. 대부분 시민단체 등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 등 민주주의를 탄압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흔적을 보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데 따른 것이다.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 '전두환대통령길'에 있던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 연합뉴스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 '전두환대통령길'에 있던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 연합뉴스

대표적인 게 전 전 대통령이 쓴 국립대전현충원 현판이다.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5월 29일 1000여만원을 들여 현판을 교체했다. 현판에는 한글로 ‘현충문’이라고 쓰여 있다.

대전 현충원 헌시비도 바꿔  
교체한 현판 서체는 ‘안중근체’라고 한다.안중근의사기념관ㆍ저작권위원회에서 안중근 의사가 자필로 쓴 ‘장부가’ 한글 원본 자소를 발췌해 개발했다고 현충원 측은 설명했다. 국가보훈처 등은 지난해 7월 대전현충원에 있는 헌시비도 안중근 글씨체로 바꿨다.

헌시비는 전 전 대통령의 글씨체로 ‘여기는 민족의 얼이 서린 곳 / 조국과 함께 영원히 가는 이들 / 해와 달이 이 언덕을 보호하리라’고 적혀 있었다. 대전현충원 현판과 헌시비는 1985년 대전현충원 준공을 기념해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 글씨를 받아 만들었다. 전 전 대통령이 종이에 쓴 글씨를 확대한 뒤 탁본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충북도는 5·18 관련 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해 7월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을 이전 설치하고, 그의 사법적 과오가 담긴 안내판을 추가 설치했다. 전 전 대통령의 동상 뒤편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동상이 보인다. 연합뉴스

충북도는 5·18 관련 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해 7월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을 이전 설치하고, 그의 사법적 과오가 담긴 안내판을 추가 설치했다. 전 전 대통령의 동상 뒤편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동상이 보인다. 연합뉴스

시민단체인 ‘문화재 제자리찾기’는 대전현충원의 현판을 갈아달라고 국무총리실에 요구했다. 이 단체는 "전두환씨는 내란죄와 반란죄 수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며 "전두환 글씨를 국가 정체성의 상징인 국립현충원 현판으로 사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썼던 국립대전현충원 현충문 현판이 교체됐다. 안중근 체로 바뀐 현판을 국립대전현충원 관계자들이 바라보고 있다. 중앙포토

전두환 전 대통령이 썼던 국립대전현충원 현충문 현판이 교체됐다. 안중근 체로 바뀐 현판을 국립대전현충원 관계자들이 바라보고 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잘못된 과거’도 기록으로 남겨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전시민 박모(53)씨는 “현판을 교체하더라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쓴 것은 어딘가 보관해 전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국가보훈처가 국립대전현충원에 설치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을 지난해 5월 교체했다. 사진은 전두환 전 대통령 친필 현판(위)과 교체된 안중근체 현판. 연합뉴스

국가보훈처가 국립대전현충원에 설치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을 지난해 5월 교체했다. 사진은 전두환 전 대통령 친필 현판(위)과 교체된 안중근체 현판. 연합뉴스

청남대 전두환 동상,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이전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 설치한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은 원래 위치가 아닌 다른 곳에 서있다. 충북도가 청남대 관광 활성화를 위해 2015년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 등 역대 대통령 9명과 명의 동상을 세웠다. 그런데 5·18단체가 “예우를 박탈당한 전직 대통령의 동상은 없애야 한다”며 철거를 주장했다. 보수단체 등은 “동상을 그대로 놔두고 잘못된 역사를 기록하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충북도는 지난해 7월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을 청남대 관리사무소 뒤편으로 옮겼다.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에는 안내판도 세웠다. 안내판에는 “1980년 5월 17일 ‘서울의 봄’을 짓밟고 비상계엄 전국 확대”, “1980년 5월 18일 계엄군을 동원하여 5·18민주화운동 무력 탄압”이란 문구를 담았다.

백담사 전두환 물품은 모두 치워

전두환씨가 백담사에서 사용하던 방. 중앙포토

전두환씨가 백담사에서 사용하던 방. 중앙포토

인제 백담사는 30년가량 보존해온 전 전 대통령 흔적을 2019년에 모두 없앴다. 그가 머물던 백담사 화엄실을 철거하면서 보존해 온 의류·목욕용품·거울·이불·화장대·촛대·세숫대야 등도 모두 치웠다. 철거 전 백담사는 사용한 물품 등을 ‘전두환 전 대통령이 머물렀던 곳입니다’라는 팻말과 함께 전시해왔다. 백담사는 전 전 대통령이 퇴임 9개월 만인 1988년 11월 23일부터 1990년 12월 말까지 13개월간 지낸 곳이다. 백담사 관계자는 “스님들이 조용히 지내기를 원했고 속세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철거했다”고 말했다.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 바닥에 설치된 전두환 전 대통령 민박기념비. 이 비석은 1982년 전 전 대통령이 담양의 한 마을을 방문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으며 이를 발견한 5월단체들이 비석을 깨뜨려 옛 망월묘역을 방문하는 참배객이 밟을 수 있도록 땅에 묻어놨다. [뉴스1]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 바닥에 설치된 전두환 전 대통령 민박기념비. 이 비석은 1982년 전 전 대통령이 담양의 한 마을을 방문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으며 이를 발견한 5월단체들이 비석을 깨뜨려 옛 망월묘역을 방문하는 참배객이 밟을 수 있도록 땅에 묻어놨다. [뉴스1]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망월동 구묘역) 입구 바닥에는 '전두환 민박 기념비'가 땅속에 묻힌 상태로 남아있다. 기념비는 전 전 대통령이 부인과 함께 1982년 3월 전남 담양군 고서면 성산마을을 찾아 민박한 것을 기념해 세운 것이다. 광주·전남민주동지회는 1989년 1월13일 기념비를 부숴 망월묘역에 가져와 바닥에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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