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침대 함께 써도 코로나 전파 안된 커플…'무적 치료제' 찾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 19 바이러스 [MIT]

코로나 19 바이러스 [MIT]

에반젤로스 안드레아코스 아테네 대학교 생의학연구재단 교수(면역학)는 지난달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무적’인 유전자를 찾고 있다. 코로나19에 더 잘 감염되는 유전적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반대로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도 있을 거라는 가설에서 출발한 연구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안드레아코스 교수가 진행 중인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했다.

그동안 이뤄진 대부분의 코로나19 연구는 이 바이러스에 취약한 유전자를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례로 이달 초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은 코로나19에 걸릴 경우 호흡 부전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두 배로 늘리는 유전자 ‘LZTFL1’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에 안드레아코스 교수는 “인간의 게놈은 매우 불균질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취약한 유전자의 반대급부인 무적 유전자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할 때 이뤄지는 과정을 근거로 가설을 세웠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침투 무기’인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해 세포에 침투한다. 이때 세포의 ACE2 수용체가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할 때 인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연구진은 이런 수용체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하는 유전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FT는 연구진이 단서를 찾은 것 같다고 전했다. 침대를 공유하는 배우자는 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 다른 배우자가 코로나19에 지속해서 감염되지 않은 경우에서다. 물론 백신을 맞기 전에 발생한 일이어야 한다. 안드레아코스 교수는 배우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코로나19 PCR 테스트에서 두 번 이상 ‘음성’이 나온 사람들의 유전자를 분석하고 있다. 안드레아코스 교수는 내년쯤 연구 예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무적 유전자’로 식별되려면 이 유전자는 코로나19 환자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무적 유전자가 많이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FT는 연구진이 이런 무적 유전자를 발견하면, 향후 다른 항바이러스 치료의 길을 열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1990년대 케냐의 성노동자들 가운데서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지속적으로 노출됐지만, 감염을 회피한 케이스가 있었다. 이들은 특정 형태의 바이러스가 세포로 침투할 수 있게 하는 핵심 수용체가 없는, 흔하지 않은 돌연변이를 가졌다. 이 케이스 연구는 201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마라비록(maraviroc)이라는 HIV 치료 약 개발로 이어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