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훈 “형보다 먼저, 아빠처럼 우승해야죠”

KT 허훈이 복귀하자마자 맹활약하고 있다. 내년 5월 입대하는 그의 목표는 우승이다. 김현동 기자

복귀전 부담감이요? 제가 단순하고 낙천적이거든요. 경기 막판에 사레 걸리고 힘들어 죽을 뻔했지만, 즐겁고 행복하고 꿈만 같았어요.”

18일 수원 KT 올레 빅토리움에서 만난 프로농구 수원 KT 가드 허훈(26)이 웃으며 말했다.

부상으로 고생했던 KT ‘에이스’ 허훈이 화려하게 돌아왔다. 지난 14일 창원 LG전에서 22분만 뛰고도 20점을 몰아쳐 승리를 이끌었다. 16일 울산 현대모비스전에서는 7점, 5어시스트를 올려 2연승에 기여했다.

허훈은 “(지난 14일) 형이 현대모비스와 경기에서 졌길래, 나를 잘 보고 배우라고 놀렸다. 경기 후 형이 ‘너 버스 탔더라’고 하더라. 팀 승리에 무임승차했다는 뜻이었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냐. 내가 팀 분위기 다 살렸는데’라고 답했다”며 허웅(28·원주 DB)과 에피소드를 전했다.

평소에는 티격태격해도 가족애는 어쩔 수 없다. 동생이 재활 훈련을 하는 동안 형은 “나도 발목 수술을 해봤다. 성급히 복귀하면 안 돼”라고 걱정했다. 아빠 허재(56)는 “얼마나 더 걸릴 것 같냐”고 물으며 안쓰러워했다고 한다.

허훈은 개막을 앞둔 지난 9월 25일 전주 KCC와 연습경기에서 왼발목을 다쳤다. 일주일 뒤 뛰다가 발목이 퉁퉁 부어 복귀가 더 늦어졌다. 허훈은 “오프 시즌에 예능 프로그램 촬영을 했다. (훈련이 부족하다는) 오해를 사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시즌을 준비했는데…. (부상을 입어) 참 답답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일주일 전 진통 주사를 맞고 복귀전을 뛰었다. 현재 몸 상태는 70% 정도다. 부상 트라우마가 남아있어 저도 모르게 소극적인 플레이가 나올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KT 허훈이 복귀하자마자 맹활약하고 있다. 내년 5월 입대하는 그의 목표는 우승이다. 김현동 기자

가장 어려운 시기에 팬들이 큰 힘을 줬다. 허훈은 “팬들이 본가 앞 백화점 광고판에 생일 축하 영상을 띄워줬다. 너무 멋있어서 사흘 내내 그곳을 다녀왔다. 데뷔 4주년을 기념해 팬들이 내 모교인 삼광초, 용산중·고, 연세대에 간식 선물도 보내줬다. 나도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었다”고 했다. 허훈은 허웅과 함께 지난 16일 결식아동을 위해 3000만원을 기부했다.

지난 시즌 허웅이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댄스를 따라 해 화제가 됐다. 허훈도 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걸그룹 에스파 ‘넥스트 레벨’ 커버 댄스를 준비 중이다. 허훈은 “전 에스파 멤버 ‘윈터’ 역할을 맡은 ‘서머’다. 형과는 춤 레벨이 다르다”며 웃었다.

허훈은 예능에서도 입담을 뽐냈다. 그러나 난해한 패션 탓에 그는 ‘패션 테러리스트’라 불렸다. 팬들은 ‘아빠(허재)가 젊은 아들보다 옷을 잘 입는다’며 혹평했다. 허훈은 “아빠보다 못 입는다니…. 패션을 잘 아는 분들이라면 날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승부처에서 고전했던 KT는 허훈의 복귀로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훈은 “내가 경기 감각을 더 끌어올리면 ‘훈풍’이 불 거라 생각한다. 투지 넘치는 (정)성우 형, 재능 있는 (양)홍석이 등이 있어 든든하다. 외국인 선수 라렌을 신나게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2위 KT는(10승 4패) ‘통신사 라이벌’ 서울 SK를 반 경기 차로 추격하고 있다. KT는 허훈이 없을 때 SK에 2패를 당했다. SK 최준용이 “우리를 따라올 팀이 없다”고 자신했다. 이 말을 들은 허훈은 “재미있는 형이다. 그 말을 후회하게 해주고 싶다. 진정한 승부는 3라운드”라고 말했다.

허훈은 “올 시즌이 끝난 뒤 5월에 군 입대(상무) 예정이다. 멤버도 좋고 올해가 (우승할 수 있는) 적기다. 형(허웅)보다 먼저, 아빠(허재)처럼 우승하겠다”며 웃었다.

수원=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