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진핑 "대만 갖고 불장난땐 타죽어…레드라인 넘으면 조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6일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 베이징 인민대회당 1층 동대청. 초대형 산수화 ‘유연금추도(幽燕金秋圖)’앞에 시 주석과 딩쉐샹(丁薛祥) 당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츠(楊潔?) 중앙외사위원회판공실 주임, 셰펑(謝鋒) 미주·정책 담당 부부장(차관)이, 왼쪽으로는 류허(劉鶴) 경제 부총리,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통역이 배석했다. [신화사]

16일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 베이징 인민대회당 1층 동대청. 초대형 산수화 ‘유연금추도(幽燕金秋圖)’앞에 시 주석과 딩쉐샹(丁薛祥) 당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츠(楊潔?) 중앙외사위원회판공실 주임, 셰펑(謝鋒) 미주·정책 담당 부부장(차관)이, 왼쪽으로는 류허(劉鶴) 경제 부총리,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통역이 배석했다. [신화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화상 정상회담에서 “불장난하는 자는 스스로 타죽는다”는 거친 비유까지 써가며 대만 문제에 대한 비타협적 입장을 강조했다. 홍콩·신장·인권·남중국해 등 주요 안건을 구체적으로 지칭하지 않은 채 “중국은 자신의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수호할 것”이란 점도 확인했다.

한반도 정세도 논의…베이징올림픽은 제외 #본지 구체 질문에 자오리젠 “추가 내용 없어”

미·중간 전략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열린 이번 회담은 공동 발표문을 내놓는 데 실패했다. 회담 종료 한 시간쯤 지나 관영 신화사는 “양측이 미·중 관계 발전의 전략성·전체성·근본성 문제 및 공동 관심의 주요 문제에 대해 충분하고 깊이 있는 소통과 교류를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전·후반 194분간 진행된 회담을 3900여 자 장문에 담아 중국 측 입장을 충분히 담았다.

이에 따르면 시 주석은 “대만 당국이 ‘미국에 기대 독립을 도모하고’, 미국 일부 인사가 ‘대만으로 중국을 제어(以臺制華·이대제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이 추세는 매우 위험한 불장난으로, 불장난하는 자는 스스로 타죽는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통일 의지를 강조했다. “우리(중국)은 인내심이 있지만, 최대 성의와 최대 노력으로 평화 통일을 원하지만 만일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이 도발하고,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어쩔 수 없이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비타협적인 입장을 강조한 셈이다.

회담은 우호적 분위기에서 시작했다. 베이징 인민대회당 1층 동대청(東大廳)에 마련된 회담장의 초대형 산수화 ‘유연금추도(幽燕金秋圖)’앞에 시 주석이 앉았다. 오른쪽에 딩쉐샹(丁薛祥) 당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츠(楊潔篪) 중앙외사위원회판공실 주임, 셰펑(謝鋒) 미주·정책 담당 부부장(차관)이, 왼쪽엔 류허(劉鶴) 경제 부총리,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통역이 배석했다.

시 주석은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를 만나 매우 기쁘다”며 말문을 열었다. 지난 오바마 행정부 시기 중국 국가 부주석과 미국 부통령으로 나눴던 관계를 상기했다.

미·중 정상회담 주요 내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미·중 정상회담 주요 내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여기까지였다. 시 주석은 세부 안건에 들어가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중국의 국익을 강조했다. 홍콩·신장·인권·남중국해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칭하지 않은 채 “갈등과 민감한 문제를 건설적인 방식으로 관리·통제해 미·중 관계가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은 자신의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며 “미국이 관련 문제를 반드시 신중히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무역에 대해서도 원칙적 발언에 그쳤다. “미·중 경제 무역 관계의 본질은 상호 윈윈으로, 비즈니스 장에서는 비즈니스를 말해야지 미·중 경제문제를 정치화해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미국을 향해 “미국은 국내 거시 정책의 노출효과를 중시해 책임지는 거시경제 정책을 취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의 과도한 돈 풀기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등이 초래할 국제 금융 충격을 경고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중 관계는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나는 여러 방식으로 대통령 선생과 연락을 유지해 미·중 관계의 방향을 밝히고, 동력을 불어 넣길 원한다”고 밝혔다. 미·중 관계를 자신이 주도할 것임을 예고한 대목이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회담을 3, 4, 2, 1 네 개의 숫자로 정리했다. 우선 ▶상호존중, ▶평화공존, ▶협력 공영의 3대 원칙이다. 이어 4대 우선 사항을 강조했다. ▶대국의 책임, ▶평등 호혜 정신, ▶갈등의 건설적 관리·통제, ▶국제 핫이슈에 관한 협력 강화다.

2는 두 가지 원칙적 컨센서스다. 첫째, 미·중 관계의 극단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둘째, ‘신냉전’을 반대했다. 특히 시 주석은  “미국이 밝힌 ‘신냉전’을 벌이지 않겠다는 표현을 현실화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1은 “불에 타죽을 것, 레드라인”을 거론한 대만에 대한 중국의 엄중한 입장이다.

양국은 한반도 정세도 논의했다.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중앙일보의 질문에 자오 대변인은 “아프가니스탄, 이란 핵, 한반도 정세 등 기타 공동 관심의 국제·지역 문제에 의견을 교환했다”는 신화사 발표를 반복했을 뿐 “추가로 밝힐 내용은 없다”고 대답했다.

미국 언론이 제기한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 여부를 묻는 본지 질문에 자오 대변인은 “올림픽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