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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교육 실천에 앞장 선 교사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극단 연우의 『최 선생』은 최종순 교사의 교단일지를 바탕으로 만든 연극이다. 최종순 교사라면 전교조 결성의 열기가 일기 시작했던 작년 봄 『도깨비 빤스』『진달래꽃』처럼 망측스럽거나 불온한(?) 노래를 가르친 교사, 숙제도 내주지 않을뿐더러 헤어져 살아온 45년이란 연호를 사용했다고 해서 떠들썩해지는 바람에 학부모들이 경악해마지 않던 바로 그 국민학교 선생님이다. 그리고 최 선생은 큰 좌절을 겪었다.
그러나 연극『최선생』의 연출은 최 교사의 희생에 대한 감정이나 분노를 극적으로 나타내지는 않는다. 그저 먼 미래에나 있을 법한 평화스럽고 즐거운 수업장면을 아련하게 보여줄 뿐이다.
극중에서 일선학교 교장에게 내려온 문제교사 식별법이라는 공문에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열성적인 교사, 학급신문이나 문집을 만들고 노래·풍물을 가르치는 교사를 요주의하라는 항목이 있는데 이런 점에서 최 교사는 영락없는 의식화교사다.
최 교사는 지나치게 정성스러워 착실한 아이나 문제 있는 아이나 똑같이 사랑을 쏟아 수업을 이끌고, 아이들마다의 개성을 존중해 아이들의 창의성과 자주성을 무엇보다 우선한다. 급훈도 아이들과 의논해「스스로 자라는 아이」「서로 돕는 마음씨」다.
교실에는 학교당국의 일률적인 게시가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토론해 쓴 게시물이 붙어있다. 강압적이고 타율적인 숙제가 아니라 자율적인 계획표에 의해 공부하도록 이끌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인사를 하도록 이끈다.
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은 어른들의 편견에서 벗어나게 한다. 부지런한 개미와 게으른 베짱이 얘기는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예술가와 그 노래로부터 근로의 기쁨과 힘을 얻는 개미의 얘기가 된다. 거북이와 토끼는 경쟁하지 않고 어깨동무해 뛰는 사이 좋은 이웃이다.
지옥처럼 가기 싫은 학교가 모두 함께 어울리는 즐거운 교실이 되고, 스스로 깨우치는 앎의 터가 된다. 그래서 숙제를 내주지 않아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는 부모들의 기대와는 달리 시험성적도 죽기 살기로 경쟁시키는 다른 반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
이럴 때 사람의 교육을 깨뜨리고 아이들을 로봇으로 만들어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이하는 주위여건이나 교육관료들에 맞서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최 교사의 심정은 본능적인 모성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이 연극을 보면서 지난해 최 교사를 매도했던 우리 어른들은 바로 우리아이들을 희생시킨 편에 섰었다는 뒤늦은 회한으로 가슴이 저며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연극은 연극적인 각색을 통한 극적인 구성을 포기하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건조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성공을 거두는 특이함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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