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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최태원에 '규제혁신' 러브콜…"내가 임원들에 인기 많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재계에 러브콜을 시작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지역 상의 회장들에게 “창의와 혁신을 가로막는 관료적 규제들은 축소하거나 없애야 한다”면서 “명확히 해서는 안될 것을 지정하는 것 외에는 자유롭게 하는 소위 네거티브 방식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 그것이 규제 혁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일부에서 오해하는데, 내가 노동존중 사회를 이야기하니 혹시 반기업적 정치 아니냐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면서 “노동존중과 친기업적 정치·행정은 양립될 수 없는 대치 개념이 아니라 공존·상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이날 대한상의 20층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경선할 때는 오려다가 일정을 못 맞춰서 오지 못했다”며”(당시) 노동계만 갔다고 우려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을 것같아 일부러 상의부터 방문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0일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인들과 간담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21.11.10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0일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인들과 간담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21.11.10 국회사진기자단

친(親) 기업 성향 강조가 이날 이 후보 메시지의 핵심이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이 후보를 맞아 “어찌보면 필요한 만큼은 규제가 돼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지만, 그 규제가 성장을 더 유도할 올바른 방향으로 가서 기업 활동이 나라의 성장 포텐셜(가능성)을 올리는 데도 도움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SK는 경기도에서도 사업을 했지만 우리가 매우 친기업적으로 절차도 생략하고 정말 많이 지원하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인들과 간담회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1.11.10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인들과 간담회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1.11.10 국회사진기자단

최 회장이 “예”라고 말하며 웃자 이 후보는 “내가 보기와 다르게 기업 임원급에서는 꽤 인기가 있다는 객관적 자료가 있다”면서 “매일경제 신문사에서 광역단체장 이미지 조사를 하면서 가장 친기업적 단체장을 꼽았는데 보통 사람이 볼 때 놀랍게도 내가 압도적 1등을 했다. 100명 투표 중 37표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1등이었는데 그걸 잘 몰라주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 전환 ▶관료적 규제 축소 ▶정부 주도 신산업 인프라 구축 ▶미래형 혁신 인재 양성 등이 이날 이 후보가 재계에 제시한 청사진이었다. 최 회장은 지난달 대한상의가 낸 ‘미래를 위한 경제계 제언’이란 책을 이 후보에게 선물했고, 이 후보는 “대한민국 국가 경제가 세계를 선도할 수 있게 함께 힘을 합치겠다”며 재계와의 협력을 약속했다.

최근 이 후보는 친기업 행보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8일 스타트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 역할의 핵심은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혁신과 창의가 제대로 발휘되도록 자유로운 경쟁 활동의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중도 확장이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라면서 “후보가 평소 ‘시장주의자’라는 점을 강조해온 만큼 반기업적이라는 오해를 푸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선대위 출범식에서 “성장의 회복”을 앞세웠던 것과도 이어지는 맥락이다. 출범식에서 이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상상할 수 없는 대규모의 신속한 국가투자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0일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인들과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2021.11.10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0일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인들과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2021.11.10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는 이날 기업인들에게 “(노·사·정 간)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날 일정을 수행한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은 행사 직후 기자들에게 “노동 현안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계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정부가 과감히,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단 입장을 이 후보가 재계에 피력했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관훈클럽 개최 토론회에서도 “민주노총이든 이재명의 가족이든 불법을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된다”면서 “안온한 환경을 누리고 있는 일부 강경·강성노조도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 유연성 확보와 사회안전망 강화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메시지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광진구 비스타워커힐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2021' 행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1.11.10/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광진구 비스타워커힐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2021' 행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1.11.10/뉴스1

다만 지금까지 기본소득 등 분배 공약에 초점을 맞춰 온 이 후보의 기업 중심 성장 담론이 얼마만큼의 진정성을 인정받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지난달 20대 대선 정책 건의서에 ‘규제혁파’와 함께 ‘상법·세법 등 법제 개선’ 최우선 요구사항으로 제시했지만 이 후보는 이와 방향이 다른 “조세 부담률 상향” 등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 후보의 친기업 행보에 대해 “양두구육·표리부동”이라면서“이재명 후보가 급해서 가운데로 오는 것 같지만 변신이 너무 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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