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금깡" 野 놀래킨 與 꼼수…지원금 주려 세금유예 꺼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선 후보가 주장하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이 가능하도록 올해 연말로 예정된 세금 납부를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야당이 반발하는 것은 물론,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전국민 위드코로나 방역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내년도 예산에 반영해 내년 1월, 회계연도가 시작되면 최대한 빨리 국민에게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소신을 당 차원에서 수용한 것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11.9 임현동 기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11.9 임현동 기자

이를 위한 재원과 관련해 윤 원내대표는 “초과세수분을 납부유예해서 내년 세입을 늘려서 충당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올해 걷어야할 일부 세금을 내년에 걷어, 내년에 줄 재난지원금의 ‘밑천’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그는 “지원금의 구체적인 지급 규모, 시기ㆍ재원ㆍ절차 등에 관한 논의가 매끄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앞으로 여야정 협의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대선 전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김부겸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법적 제약까지 거론되자 우회적인 방법을 쓰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과 세수가 10조원 정도로 예상되는데,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이는 국가 채무상환과 지방교부세 등에 우선 써야 해 재난지원금으로 활용할 재원이 줄어든다. 올해 안에 추경을 한 번 더 하거나,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인 본예산을 급하게 수정한다고 해도 예산 편성 ‘시간표’ 상 만만찮은 일이다. 이에 여당은 올해 받을 세금을 내년에 거둬 초과 세수가 아닌 정상적 세입으로 잡는 방식으로 절차상 ‘장애물’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야당에선 ‘세금 밑장빼기’, ‘세금깡’ 등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 대변인은 9일 논평을 통해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재난지원금 예산을 마련하려고 연말로 예정된 세금납부를 내년으로 미루려는 꼼수를 부리려 한다”며 “이는 신개념 ‘세금 밑장빼기’라 할 수 있다. 초과 세수가 40조나 있다며 호들갑을 떨다니 이제는 슬그머니 납세 유예인가”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이날 본인 페이스북에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악성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수없이 받아왔음에도 민주당은 세금 납부 시차를 교묘하게 조정해 어떻게든 돈을 뿌리려 시도하고 있다”며 “’카드깡’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건가. ‘세금깡’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사전에 아무런 협의 없이 여당에서 일방적으로 ‘세금 납부 유예’를 공론화하면서다.

원천징수로 거두는 세금은 11월ㆍ12월 두 달밖에 남지 않았고, 신고 세목 가운데 규모가 큰 것은 종합소득세 중간예납분과 종합부동산세 등 2가지 정도다. 또 유예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교통세ㆍ주세 등은 사용처가 정해져 있는 목적세다. 재난지원금 지급 용도로 활용할 세금항목이 많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사실상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세금 납부 시점을 미뤄주는 초유의 선례를 남기게 되는 점도 부담스럽다. 익명을 요구한 기재부 관계자는 “납부 유예 같은 세정지원은 징수법에 근거한 범위에서만 가능해 지원대상과 목적이 명확해야 한다”며 “어떤 세목의 세금을 얼마나, 어떻게 유예시킬지 지 정교하게 플랜을 짜야 하는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