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美, '랜섬웨어 악마' 현상금 118억원…러 해킹집단과 전면전

중앙일보

입력

미국 법무부가 8일(현지시간) 러시아 해커집단 '레빌(REvil)'과 연계된 혐의를 받는 해커 1명을 체포하고, 다른 해커 1명으로부턴 해킹으로 갈취한 자금 600만 달러(약 70억원)를 회수했다고 발표했다.

레빌은 전 세계 기업들을 상대로 해킹을 벌여 돈을 뜯어내는 것으로 악명 높다. 이들은 사이버 공격용 소프트웨어인 '랜섬웨어'를 사용해 전산망을 마비시킨 뒤 돈을 줘야 이를 풀어주겠다고 협박해왔다. 지난 5월 세계 최대 정육업체 JBS와 지난 7월 정보기술(IT) 기업 카세야를 공격한 것도 이들이다. 랜섬웨어는 '몸값(ransom)'과 '소프트웨어(software)'의 합성어이며 레빌은 '랜섬웨어 악마(Ransomware evil)'의 약자다.

8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가 러시아 해커집단 레빌의 조직원 체포 사실을 발표하며 아직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예브게니 폴리아닌의 현상 수배 포스터를 화면에 띄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가 러시아 해커집단 레빌의 조직원 체포 사실을 발표하며 아직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예브게니 폴리아닌의 현상 수배 포스터를 화면에 띄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국무부도 이날 레빌 지도부의 신원이나 소재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최대 1000만 달러(약 118억원)의 현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레빌에 가담한 용의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이에게도 최대 500만 달러(약 58억원)를 주겠다고 했다. 올해 러시아 해커집단의 랜섬웨어 공격으로 미 기업들의 피해가 잇따르자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 해커집단과의 전면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레빌 조직원 체포, 갈취한 70억원 '압수' 

CNN 등은 이날 미 법무부가 폴란드에서 체포된 우크라이나 국적의 야로슬라브 바신스키(22)를 기소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바신스키는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지난 7월 4일 플로리다에 본사를 둔 IT 기업 카세야를 해킹해 전 세계 약 1500개 기업을 랜섬웨어에 감염시켰다. 이 공격 당시 바신스키는 시스템을 푸는 '몸값'으로 7000만 달러(약 824억원)를 요구했고, 실제로 230만 달러(약 27억원)를 챙겼다고 CNBC는 전했다.

이와 함께 미 법무부는 레빌의 또 다른 조직원인 러시아 국적의 예브게니 폴리아닌(28)이 해킹으로 획득한 자금 600만 달러를 몰수했다고 밝혔다. 3000여 건의 해킹에 가담한 그는 해킹과 자금 세탁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신병은 아직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메릭 갈랜드 미 법무장관이 8일 레빌 조직원 체포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메릭 갈랜드 미 법무장관이 8일 레빌 조직원 체포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온 힘을 다해 랜섬웨어 조직원들을 추적하고 그들이 미국인들로부터 훔친 돈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이번 발표는 바이든 정부가 랜섬웨어에 맞서 전방위 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룬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라고 평했다.

바이든 "뿌리뽑겠다"…푸틴 압박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는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미국인과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집권 초기부터 사이버 안보는 핵심 우선 순위 중 하나"라며 "우리는 사악한 사이버 범죄를 뿌리뽑기 위해 연방 정부 차원의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은 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지난 6월 회담 당시에도 미국은 사이버 범죄에 강력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경고한대로 러시아 해커집단에 강력한 조치를 취했단 의미다. 바이든은 그간 이 문제를 놓고 푸틴을 압박해왔다. 지난 6월 정상회담 당시 사이버 공격을 주요 의제로 올린 데 이어 7월엔 푸틴에 전화를 걸어 러시아 정부가 나서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해커들이 러시아를 공격하지 않는 한 자국에서 활동하는 해커 추적을 꺼려왔다고 CNN은 평했다. 매체는 갈랜드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정부가 레빌의 활동에 관해 알고 있었거나 묵인했느냐"는 질문을 받았으나 답변은 피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바이든과 푸틴이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월 바이든과 푸틴이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연간 해킹 피해액 최소 4100억원  

미 정부는 랜섬웨어 공격에 대응해 동맹·우방국과의 공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달 한국·영국·일본 등 30여 개국을 모아
'랜섬웨어 대응 이니셔티브 화상회의'를 열기도 했다. 지난달 한국은 미국 기업에 대한 랜섬웨어 공격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인을 미국으로 송환했고, 루마니아 당국은 지난주 레빌 조직원 2명을 체포했다.

이처럼 미 정부가 해킹 범죄와의 전쟁에 나선 건 랜섬웨어 공격에 따른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CNN에 따르면 지난 한해 랜섬웨어 피해자들이 시스템 해체를 위해 해커들에게 '몸값'으로 지불한 돈은 최소 3억5000만 달러(약 4123억원)에 달한다. 러시아 해커집단 레빌이 해킹으로 갈취한 돈만 최소 2억 달러(약 2356억원)라고 미 법무부는 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