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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 못넘던 커플 다시 만난다…美, 유럽발 입국제한 해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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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미국 뉴욕의 존 F. 케네디 공항의 모습. 비행기를 타려는 관광객들이 공항에 북적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5월 미국 뉴욕의 존 F. 케네디 공항의 모습. 비행기를 타려는 관광객들이 공항에 북적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학 석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조지아 새뮤얼(호주)은 지난 7월 이후 영국 런던에 있는 남자친구를 만난 적이 없다. 학업을 위해 캘리포니아로 이사를 왔는데, 미국은 영국발 관광객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미국이 영국과 유럽 등을 상대로 했던 입국 제한 조치를 11월 8일부터 해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애를 태우던 두 사람은 11월 14일에 만나기로 했다.  새뮤얼은 가디언에 "금지 조치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으려 여러 달을 보냈지만, 우리에겐 불가능했다"며 "여행 금지령이 해제된다는 발표를 들었을 때 정말 안도했다"고 말했다.

英 버진 애틀랜틱 "미국행 예매 600% 급증"

미국이 오는 8일부터 유럽과 중국 등 33개 국민을 상대로 했던 입국 제한 조치를 완화하면서 뉴욕행 항공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앞서 미국은 이들 지역(영국, 아일랜드, 유럽연합(EU) 소속 26개국, 중국, 인도, 이란,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최근 14일 이내에 머문 적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해왔다. 조치를 해제하는 건 18개월 만이다.

미국에 입국하려는 모든 18세 이상 외국인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승인한 백신(화이자, 모더나, 얀센, 아스트라제네카, 시노팜, 시노백 포함) 접종을 완료했음을 나타내는 증서를 소지해야 한다. 미국행 비행기에 타기 전에는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다는 증서를 내야 한다. 다만 ▲18세 미만 청소년과 어린이 ▲의료 문제로 접종을 못 한 사람 ▲긴급한 인도주의 사유가 있는 사람 등은 예외가 인정된다.

지난 8월 미국 덴버국제공항의 모습. 비행기를 타려는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줄을 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8월 미국 덴버국제공항의 모습. 비행기를 타려는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줄을 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 항공사 버진 애틀랜틱은 미국의 발표 이후 주로 뉴욕을 향한 미국 항공 수요가 600% 폭증했다고 밝혔다. 미국 항공사 델타항공의 최고경영자(CEO) 에드 바스티안은 11월에 미 공항에는 긴 줄이 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며 "여행 '맹공격'이 한꺼번에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여름 이후 떨어졌던 뉴욕의 호텔 가격도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고 한다.

미국은 이날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와 맞닿은 국경 육로도 연다. 입경 조건은 하늘길을 통한 입국 조건과 비슷하다고 한다. 육로 개방 소식에 미국과 멕시코의 이민 가족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멕시코 티후아나에 거주하는 26세 그래픽 디자이너 다이아나 지메네즈는 코로나19가 터지기 이전 몇 달에 한 번씩 국경을 넘어 와이오밍에 있는 언니와 가족을 만났다. 그는 지난해 입경이 제한됐을 때 무척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아버지가 병에 걸려 고생하는데 전처럼 자주 집에 방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메네즈는 제한이 해제되자 "와이오밍에 있는 가족들과 자동차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앞서 지난여름 캐나다와 멕시코의 하늘길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국을 방문하고자 하는 중국과 유럽인들이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14일간 체류한 뒤 미국에 입국하기 시작했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제한 조치를 우회하며 미국을 방문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국가별 입국 제한 조치를 대부분 해제하고 국경까지 열게 되면서 여행 수요는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호텔 플래너 공동 설립자인 팀 헨쉘은 "해외에서 미국을 방문하려는 억눌린 수요가 적어도 몇 년 동안은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번 조치로 한국발 여행객은 미국 입국이 다소 까다로워졌다. 이전까지는 대부분의 18세 이상 관광객이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면 미국에 입국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백신 접종을 완료해야 미국 땅을 밟을 수 있게 됐다.

다음달 8일(현지시간)부터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 가려는 한국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쳐야 한다. 일부 예외 조항이 있기는 하나 기존 음성 확인서 제출 때보다 미국 입국 조건이 까다로워진 셈이다. 백악관은 지난달 25일 조 바이든 대통령 명의 포고문을 내고 이달 8일부터 미국 시민권이 없는 비이민 항공 입국자에 대한 이같은 입국 규칙 조건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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