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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고양이를 부탁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가 개봉 20주년을 맞아 리마스터링을 거쳐 극장에 다시 걸렸다. 고등학교 동창인 태희(배두나) 혜주(이요원) 지영(옥지영), 그리고 쌍둥이 자매인 비류(이은주)와 온조(이은실), 이 다섯 여성의 사회 적응기다. 졸업 후 각자 다른 삶의 길에 들어선 그들이지만, 우정만은 여전하다. 20년 만에 다시 본 이 영화는 여전히 새롭다. 생생한 로케이션과 촬영, 배우들의 풋풋한 연기, 첫 장편은 만든 감독의 다양한 시도는 이 영화를 여전히 생명력 있는 텍스트로 만든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정재은 감독은 이야기와 캐릭터만큼이나 비주얼을 통해 새로운 세대의 감수성을 드러내려 하는데, 그중 하나가 텍스트 활용이다. ‘고양이를 부탁해’의 화면엔 다양한 글자가 흐르는데, 2001년 당시로선 전례 없는 발상이었다. 등장인물들은 끊임없이 휴대전화로 소통하는데, 감독은 그 소통의 내용을 소리를 넘어 하나의 미장센으로 사용한다. 이것은 각자의 일로 서로 만날 수 없는 그들이 한 공간에 있을 수 있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장면은 태희가 지영에게 보낸 문자다. 지하철에서 보낸 문자가 창문을 통해 보인 후, 그 내용은 지영의 공간으로 이어진다. ‘지영아! 어떻게 지내냐? 연락 좀 해라 응? =^+ +^=.’ 이 영화에서 따스함을 느꼈다면, 그것은 인물 사이의 감정을 섬세하게 연결하며 배려한 이러한 디테일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