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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건물에 4만t 쓰레기산 만들고 튄 조폭…이렇게 92억 벌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 안성시 한 공장건물에 사업장폐기물 약 5942t이 투기돼있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경기 안성시 한 공장건물에 사업장폐기물 약 5942t이 투기돼있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전국의 빈 공장건물을 빌려 폐기물을 무더기로 투기한 뒤 잠적하는 수법으로 92억대 부당이득을 취한 조직폭력배 일당이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폐기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안성지역 폭력조직 파라다이스파 소속 A씨(50대) 등 조직폭력배 5명을 구속하고 폐기물 재활용업체 대표 B씨(40대) 등 59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해 7월부터 지난 4월까지 경기, 충남, 충북, 경북, 전북 지역에서 건물 11곳을 빌린 뒤 폐기물 약 4만6000t을 투기해 92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먼저 폐기물 처리를 할 수 있는 허가업체를 사들였다. 폐기물 처리 설비와 장비 등을 빌린 뒤 지자체의 인허가를 받고 다시 임대업체에 반납하는 수법으로 가짜 폐기물 처리업체를 만들었다. 이어 폐기물 배출업체로부터 폐기물이 들어오면 그중 일부만 올바로 시스템에 등록했다. 합법적인 업체로 보이게 가장한 것이다. 올바로 시스템은 폐기물의 처리 이력을 투명하게 해 무단투기 등 폐기물 불법처리를 방지하는 프로그램이다.

범행은 갈수록 치밀해졌다. A씨 등은 브로커를 통해 25t 화물차 한 대 분량의 적재물 처리비용을 300만 원 내외로 해 준다며 폐기물 배출 업체들을 꼬드겼다. 통상 처리비용인 400만∼450만 원보다 싼 가격을 내세워 생활 및 산업 폐기물들을 수집했다. 빌린 건물에 보증금의 일부만을 계약금으로 낸 뒤 잔금 또는 월세 지급일이 되기 전에 폐기물을 무더기로 투기하고 자취를 감췄다. 폐기물 운반을 숨기기 위해 건물 주변에 4∼6m의 가림막을 설치하고 창문을 검은 천으로 가렸고 주로 밤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투기했다.

충북 청주시 창고건물에 사업장폐기물, 지정폐기물 약 1만2350t이 적치돼 있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충북 청주시 창고건물에 사업장폐기물, 지정폐기물 약 1만2350t이 적치돼 있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A씨 등이 전국 곳곳에 버린 폐기물들은 아직도 창고에 쌓여 있다. 폐기물은 투기한 사람이 처리하지 않을 경우 토지주가 치워야 한다. 처리비용이 1곳당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면서 토지주도 곤란해 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A씨 등에게 폐기물 처리를 위탁한 업체 중 다수는 불법 투기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조폭과 공모해 폐기물 불법 투기에 가담한 업체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폭력배들이 부당하게 취득한 수익금이 폭력조직 운영자금으로 사용됐는지도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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