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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많은데 기준금리 올라가면, 경제성장률 하락 충격 2배

중앙일보

입력

민간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경제성장률 하락 충격이 2배라는 분석이 나왔다. 부채가 적을 때와 비교해서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의 한 시중 은행 대출 상품 관련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지난 26일 오후 서울의 한 시중 은행 대출 상품 관련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런 내용의 ‘민간부채 국면별 금리 인상의 거시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펴냈다. 1999년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실질 국내총생산(GDP), 한국은행 기준금리, 민간부채, 소비자물가 같은 주요 변수를 추적ㆍ분석한 내용이다.

고(高)부채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 3분기(9개월)에 걸쳐 경제성장률이 최대 0.15%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고부채는 경제성장률(실질 GDP 증가율)보다 민간부채가 더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상태를 뜻한다.

반대로 저부채 상황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올라가면 경제성장률 하락 폭은 최대 0.08%포인트였다. 민간부채가 많이 늘어났을 때 금리를 인상하면 경제가 받을 충격이 2배는 크다는 의미다.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서 민간부채가 줄어드는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천소라 KDI 경제전망실 모형총괄은 “단기적으로는 0.25%포인트 금리 인상이 부채 증가의 하락에 가시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민간부채 증가는) 자산 수익률에 대한 기대 등 금리 이외의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데, 이 경우 금리 인상만으로는 부채 증가세를 단기간에 억제하기는 어려울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와 민간부채 자료 : 한국개발연구원(KDI)

실질 국내총생산(GDP)와 민간부채 자료 : 한국개발연구원(KDI)

천 총괄은 지금은 고부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은 집계에 따르면 올 2분기 가계신용(가계빚)은 1805조9000억원에 이른다. 사상 최대다. 한은은 치솟는 가계부채, 물가 등을 이유로 연 0.5%로 역대 최저였던 기준금리를 지난 8월 0.75%로 인상했다. 연내 추가 인상도 저울질 중이다.

천 총괄은 현재 금리 수준이 낮아 과거보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이 더 클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지만 (경기) 회복이 견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빠르게 올릴 경우 경제 성장세가 다소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 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재정ㆍ금융정책 등의 보완책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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