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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때 그 아내는 망 봤다" 中테니스공주 기묘한 불륜 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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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중국 테니스 국가대표 선수 펑솨이(彭帥, 왼쪽), 중국 공산당 전 국무원 상무부총리 및 제18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장가오리(張高麗, 오른쪽). [트위터 캡처]

중국 테니스 국가대표 선수 펑솨이(彭帥, 왼쪽), 중국 공산당 전 국무원 상무부총리 및 제18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장가오리(張高麗, 오른쪽). [트위터 캡처]

중국에서 3대 ‘테니스 공주’로 불리는 펑솨이(彭帥, 35세)가 지난 2일 자신의 웨이보(微博) 계정에 올린 핵폭탄급 불륜 ‘셀프 폭로’에 중국이 발칵 뒤집혔다. 그녀가 밝힌 불륜 대상은 중국 전 국무원 상무부총리이자 제18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낸 장가오리(張高麗, 75세)였다. 둘의 불륜 현장은 장가오리의 자택이었고 관계를 맺을 당시 부인 캉제(康潔)가 문밖에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드러났다. 펑솨이의 폭로 글은 올린 지 20여 분만에 삭제됐다. 팔로워가 56만명에 달했던 펑솨이의 웨이보 계정은 현재 검색이 불가능한 상태다. 중국 국내 포털 사이트와 SNS에서는 관련 게시글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해외 웹사이트를 중심으로 논란은 여전히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례적으로 전직 공산당 최고위급 관료의 스캔들이 터진 배경을 두고 여러 음모론도 등장하고 있다.

중국 테니스 여제 펑솨이 미투 폭로 #장가오리 전 부총리와 내연관계 밝혀 #성폭행 당시 부인은 문 밖에 대기해 #中 최고위층 성추문에 파문 일파만파 #

펑솨이는 지난 2일 밤 10시 7분 실명 인증을 거친 본인의 웨이보 공식 계정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불륜 대상이었던 장가오리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펑솨이는 이 글에서 장가오리와 그 부인의 실명을 거론한 것은 물론 만남의 시작과 과정, 장소, 이동 수단, 본인의 심경 그리고 자신의 처지 등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적었다. 간단히 말해, 10년 전 자신과 일회성 관계를 가진 후 떠났던 장가오리가 3년 전 다시 찾아왔고, 최근까지 내연 관계를 유지하다가 다시 그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것이다.

중국 테니스 국가대표 선수 펑솨이(彭帥)가 지난 2일 자신의 웨이보(微博) 공식 계정에 올린 장문의 글. 펑솨이는 이 글에서 중국 전 부총리 장가오리(張高麗)와의 불륜 관계를 매우 상세하게 폭로했다. 해당 게시물은 올린 지 20여 분 만에 삭제됐고 현재 펑솨이의 계정도 검색이 불가능한 상태다. [웨이보 캡처]

중국 테니스 국가대표 선수 펑솨이(彭帥)가 지난 2일 자신의 웨이보(微博) 공식 계정에 올린 장문의 글. 펑솨이는 이 글에서 중국 전 부총리 장가오리(張高麗)와의 불륜 관계를 매우 상세하게 폭로했다. 해당 게시물은 올린 지 20여 분 만에 삭제됐고 현재 펑솨이의 계정도 검색이 불가능한 상태다. [웨이보 캡처]

펑솨이의 폭로에 따르면 장가오리와의 불륜 로맨스는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무렵 톈진(天津)시 테니스팀에서 활약하던 펑솨이는 자신을 찾아온 당시 톈진시 서기 장가오리와 한 차례 관계를 가졌다. 이듬해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한 장가오리는 베이징으로 떠나며 그녀와 연락을 끊었다.

그러다 3년 전인 2018년 무렵 국무원 상무부총리직에서 퇴임한 장가오리는 부인과 함께 펑솨이를 다시 찾아와 그녀를 자택으로 초대했다. 그리고 그는 부인이 방문 앞에 서서 망을 보는 상황에서 펑솨이에게 관계를 요구했다고 한다. 당시 펑솨이는 두려운 마음에 울며 관계를 거부했지만, 7년 동안 그녀를 잊지 못했다는 장가오리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다시금 그를 받아주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펑솨이와 장가오리의 기묘한 불륜 관계는 부인 캉제의 묵인과 동조 속에 최근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얼마 전 이 기형적인 관계는 파국을 맞았다. 펑솨이는 장가오리가 자신을 회피하고 만남을 차일피일 미루자, 작정하고 관계를 폭로한 것이다. 펑솨이의 복잡한 심경은 폭로 글에 그대로 나타났다. 불륜을 저지른 데 대한 자책감과 자기 혐오, 권력 앞에 침묵하고 투명인간이 될 수밖에 없었던 무력함, 장가오리에 대한 애증과 원망 등이 그대로 적혀있었다. 장가오리의 성폭행과 불륜 행위에 동조한 캉제의 이중적인 태도와 가식적인 모습을 드라마 〈옹정황제의 여인(甄嬛傳)〉에 나오는 황후에 빗대기도 했다.

장가오리(張高麗) 중국 전 부총리의 부인 캉제(康潔), 장 전 부총리가 펑솨이(彭帥)를 성폭행할 당시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바이두 캡처]

장가오리(張高麗) 중국 전 부총리의 부인 캉제(康潔), 장 전 부총리가 펑솨이(彭帥)를 성폭행할 당시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바이두 캡처]

펑솨이는 한때 장가오리와의 달콤했던 내연관계를 시인하는 한편, 그간의 내적 갈등과 자신이 받았던 부당한 대우 그리고 장가오리의 변심에 대해서 낱낱이 밝혔다. 또한 자신은 이 관계로부터 혜택을 받거나 이득을 탐한 적이 없으며, 본인의 기억 외에 녹음이나 영상 같은 증거도 남기지 않았다고 했다. 물론 그녀는 장가오리가 지략과 권세를 이용해 이 일을 덮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듯했다. 그녀는 “당신같이 지체 높은 부총리님은 두려울 게 없다고 했지. 설령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도 혹은 불에 뛰어드는 나방처럼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라도 나는 당신과 있었던 사실을 말 할 거야”라며 비장함을 드러냈다.

지난 2일 장가오리 중국 전 부총리와 불륜 관계를 폭로한 중국 테니스 국가대표 선수 펑솨이(彭帥). 중국 누리꾼들은 그녀가 과거 시합 당시 착용한 ‘Z’ 목걸이가 장가오리 성의 영문 표기인 ‘Zhang’에서 따온 이니셜을 뜻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지난 2일 장가오리 중국 전 부총리와 불륜 관계를 폭로한 중국 테니스 국가대표 선수 펑솨이(彭帥). 중국 누리꾼들은 그녀가 과거 시합 당시 착용한 ‘Z’ 목걸이가 장가오리 성의 영문 표기인 ‘Zhang’에서 따온 이니셜을 뜻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올해 35세인 펑솨이는 리나(李娜), 정제(鄭潔)와 함께 중국에서 ‘테니스 삼 공주’ 중 하나로 꼽히는 테니스 국가대표 선수다. 한때 대만 선수 셰슈웨이(謝淑薇)와의 환상적인 호흡으로 2013년 윔블던과 2014년 프랑스오픈 여자복식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해 세계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나이 75세인 장가오리는 과거 공산당 내 권력 서열 7위에 올랐던 최고위급 지도자 중 한 명이다. 장가오리는 2007년부터 중앙정치국 위원과 톈진시 당 위원회 서기를 역임했고, 2012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임명돼 2013년에는 중국의 ‘경제사령탑’이라 불리는 국무원 상무부총리 자리에 올랐다. 부인 캉제와는 첫 직장이었던 광둥 마오밍(茂名) 석유회사에서 만났다고 알려져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일 보도에서 장가오리 같은 공산당 고위급 인사에 대한 미투(Me too) 폭로는 이례적이라며 작지 않은 파장을 예고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번 폭로가 현 지도부에 의해 의도된 것일 수도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웨이보에서는 폐쇄적이고 치밀한 검열 시스템 때문에 금지어가 포함된 게시글은 아예 업로드되지 않는다. 그런데 고위급 인사의 본명이 들어간 펑솨이의 글이 사전에 차단되지 않았다는 게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지난 2일 펑솨이(彭帥)가 장가오리(張高麗) 중국 전 부총리와의 내연 관계를 폭로한 글은 올린 지 20여 분만에 삭제됐다. 팔로워가 56만명에 달했던 펑솨이의 웨이보 계정은 현재 검색이 불가능한 상태다. [웨이보 캡처]

지난 2일 펑솨이(彭帥)가 장가오리(張高麗) 중국 전 부총리와의 내연 관계를 폭로한 글은 올린 지 20여 분만에 삭제됐다. 팔로워가 56만명에 달했던 펑솨이의 웨이보 계정은 현재 검색이 불가능한 상태다. [웨이보 캡처]

이번 사태를 공산당 내부 권력 다툼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델타 바이러스 때문에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준비가 더디자, 현 지도부가 장가오리를 본보기로 일벌백계(一罰百戒)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장가오리는 부총리 재임 시절 베이징 동계올림픽 업무 영소도조의 조장을 맡아 진두지휘한 적이 있다. 대표적인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라인인 장가오리와 그 영향력이 아직 남아있는 이들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인 셈이다. 폭로의 배후와 목적이 무엇이든, 또 폭로 내용의 진위를 떠나 미투 당사자가 자신의 공식 계정을 통해 직접 입을 열었기 때문에 그 파문은 한동안 걷잡을 수 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까지 올랐던 장가오리. [EPA=연합뉴스]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까지 올랐던 장가오리.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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