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 피한 것" "뺑소니 명백"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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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체증을 유발하는 대규모 도심 집회에 대해 시민의 불만이 높아가는 가운데 집회 행렬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던 운전자가 시위대 4명을 차로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운전자인 김모(26.서비스업)씨는 "시위대에 항의하다 폭행을 당해 도망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고의로 치었다"고 주장했다.

8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마친 전국빈민연합 소속 회원 2500명이 회현사거리를 가로질러 행진하고 있다. 시위대가 청계광장까지 2개 차로를 막고 행진하는 바람서울역과 퇴계로 일대 교통이 몸살을 앓았다. 신동연 기자

◆ 발단=8일 오후 전국빈민연합 소속 노숙자.노점상.철거민 등 2500명은 서울역 광장에서 '2006 전국 빈민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최저생계비 현실화, 노점상 강제철거 중단 등을 요구했다. 집회가 끝난 뒤 시위대는 2개 차로를 막고 회현동 신세계백화점 앞~을지로1가~청계광장까지 행진을 벌였다. 1㎞가 넘는 행진 대열로 서울역과 퇴계로 일대 교통이 2시간 가까이 수라장이 됐다.

회현사거리 일대가 심하게 정체되자 경찰은 오후 4시20분쯤 정체된 차량들을 일부 빼내기 위해 시위 행렬을 잠시 차단했다. 그러자 행렬 뒤쪽의 100여 명이 이에 반발, 도로에 주저앉았다.

◆ 뺑소니인가, 정당방위인가=무교동 직장에 출근하기 위해 승용차를 몰고 가던 김모씨는 회현고가차도 밑에서 30분가량 오도가도 못하게 됐다. 화가 난 김씨는 교통을 통제하던 차에서 내렸다. 의경에게 "길을 열어줘야 할 게 아니냐"고 요구하려다 시위대와 시비가 붙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차량을 시위대 속으로 몰고가 남모(42)씨 등 전국노점상연합(전노련) 회원 4명을 잇따라 치었다. 김씨는 을지로1가 방향으로 차를 몰고가다, 시위대가 뒤따라오자 다시 명동 I호텔 지하주차장까지 갔다. 그러나 결국 뒤쫓아 온 시위대 수십 명에게 붙잡혀 폭행당했다.

시위대는 "김씨가 시위대 한 명과 멱살을 잡고 주먹다짐을 한 뒤 차로 시위대를 들이받고 뺑소니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씨는 "시위대 10여 명이 갑자기 달려들어 심하게 때리고 한 명은 내 차 위에까지 올라왔다"며 "생명의 위협을 느껴 달아난 것이지 일부러 사고를 낸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차에 치인 시위대 4명은 인근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고, 김씨도 시위대에 얼굴 등을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현장의 CCTV를 입수해 김씨를 폭행한 시위대를 파악, 폭력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또 김씨에 대해서도 뺑소니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 차량)를 적용할지 검토 중이다.

한애란 기자<aeyani@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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