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상복인데"vs"수치심 유발"…레깅스女 몰카, 4번째 판결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모습. [사진 Pixabay]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모습. [사진 Pixabay]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을 동영상으로 몰래 촬영한 남성에 대한 유죄판결이 파기환송심에서도 유지됐다. 2심 재판부가 "레깅스는 일상복으로 활용돼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해 논란이 일었던 사건이다. 이후 대법원을 거쳐 다시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이같은 판결이 내려졌다.

3일 의정부지법 형사2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의 항소를 전날 재판에서 기각했다고 밝혔다. 피고인이 재상고하지 않으면 1심 재판부가 선고한 벌금 70만원형이 확정된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면서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했다"며 "형량은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서 너무 무겁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 같은 버스에 승차한 피해자 하반신을 몰래 동영상으로 촬영해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춰 볼 때 죄질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재판에선 A씨의 항소 이유인 '1심 양형의 과중 여부'만 살폈다.

버스에서 내리려는 女승객 동영상 촬영 

이 사건은 1심부터 대법에 이르기까지 유·무죄 판결이 뒤집혀 관심을 끌었다. A씨는 지난 2018년 버스를 타고 가던 중 하차하려고 출입문 앞에 서 있는 여성 B씨의 둔부 등 하반신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8초가량 동영상 촬영했다.

B씨는 당시 둔부 위까지 내려오는 다소 헐렁한 어두운 회색 운동복 상의와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레깅스 하의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살이 노출된 부위는 목 윗부분과 손, 발목 등이 전부였다.

1심 "유죄" → 2심 "무죄" 판결 뒤집혀 

A씨는 현장에서 적발돼 경찰에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먼저 1심 재판부는 "촬영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하면서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하지만 2심 재판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성범죄에 해당하는지를 집중적으로 심리했다. 특히 레깅스가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활용되는데 주목했다. 2심 재판부는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 할 수 없다"며 "피고인의 행위가 부적절하고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준 것은 분명하지만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을 직권으로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 "일상복이라고 무죄 근거 될 수 없다" 

하지만 이번엔 검찰의 상고로 대법원까지 사건이 넘어갔고, 판결은 또 뒤집혔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2심을 유죄 취지로 깨고, 사건을 2심 재판부인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레깅스가 일상복으로 활용된다는 게 무죄의 근거가 될 수 없다"며 "몰카 성범죄 대상이 반드시 노출된 신체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개성 표현 등을 위해 공개된 장소에서 스스로 신체를 노출해도 이를 몰래 촬영하면 연속 재생, 확대 등 변형·전파 가능성 등으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범죄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