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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은 우리땅’ 싸움에…새 중청대피소 건립 한발도 못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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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설악산 단풍이 고지대부터 물들기 시작한 가운데 지난달 28일 중청봉·중청대피소 일대. [연합뉴스]

설악산 단풍이 고지대부터 물들기 시작한 가운데 지난달 28일 중청봉·중청대피소 일대. [연합뉴스]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을 놓고 지역 경계 논란이 일면서 탐방객 안전 위해 필요한 중청대피소 시설 개선 사업이 늦어지고 있다.

2일 설악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등에 따르면 중청대피소는 안전진단 결과 ‘D등급’ 판정을 받아 기존 시설 철거 후 소규모 대피 시설로 변경을 추진 중이다. D등급은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하며, 사용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태다. 하지만 강원 속초시와 양양·인제군 등 설악권 3개 시·군에서 대청봉을 둘러싼 행정 경계구역 갈등을 빚으면서 중청대피소는 지번과 경계가 불분명한 ‘불부합지’로 남겨졌다. 현재 인허가 절차를 진행할 자치단체를 찾지 못한 채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해발 1708m인 설악산 대청봉과 중청봉 사이에 있는 중청대피소는 1983년에 설치됐다. 현재 모습을 갖춘 건 1994년으로, 건축 면적 147㎡에 많게는 115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중청대피소는 그동안 등산객이 쉬어갈 수 있는 숙박 시설과 조난자 대피처 기능을 수행했다. 하지만 수많은 등산객이 이용하다 보니 환경 오염과 훼손 문제로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과 대피소 기능 필요성을 강조하며 철거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공존해왔다.

이 문제는 2016년 11월 기존 시설 철거 후 소규모 대피시설로 변경이 추진되면서 해결되는 듯했다. 당시 중청대피소를 정밀안전진단한 결과 D등급 판정이 나와 철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시설개선 사업을 위한 인허가 과정에서 인제군과 양양군이 서로 중청대피소를 관할하는 자치단체라고 나서면서 문제가 생겼다. 중청대피소는 설치 당시 주소가 양양군 서면 오색리 산 1번지였다. 현재 건축물대장에 양양군 토지로 돼 있다.

하지만 인제군이 앞서 지난 8월 발견된 동부지방산림관리청 국유림경계도를 검토한 결과 “대청봉 표지석 부지는 인제군·양양군·속초시가 공동으로 점유하고, 중청대피소 부지는 인제군 행정구역 안에 있음을 확인했다”며 “대청봉 표지석과 중청대피소 부지에 대한 행정구역 지적경계선 정리를 마쳤다”고 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다시 지폈다. 이에 양양군과 속초시는 인접 시·군과 협의 없이 인제군이 설악산 대청봉 일대 표지석 부근을 직권정정한 것과 관련해 원상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양양군은 “대청봉 표지석 부근 양양군 서면 오색리 산1번지 이격 구간 80㎡가 토지소유자인 산림청 및 양양군과의 협의 없이 인제군 북면 용대리 산12-21번지에 편입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토지소유자 신청서가 첨부되지 않은 인제군의 직권 정정은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양양군과 속초시는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공문을 인제군에 보냈다. 공문을 받은 인제군은 “적법하게 지정해 정정이 불가하다”고 회신했다.

이 때문에 탐방객 안전을 위해 개선이 시급한 중청대피소 시설 개선 사업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설악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행정구역상 지번과 경계가 명확해야 행정절차를 진행하기 수월한데 현재는 어떤 시군에 서류를 내야 할지도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설악산 대청봉은 속초시 설악동 산41번지, 양양군 서면 오색리 산1번지, 인제군 동면 용대리 산12-21번지와 맞물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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