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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민원인 액체테러…포항시, 청원경찰 늘리고 CCTV도 확대

중앙일보

입력

119구급대원들이 얼굴과 눈에 액체를 뒤집어 쓴 직원을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뉴스1

119구급대원들이 얼굴과 눈에 액체를 뒤집어 쓴 직원을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9일 경북 포항시청 대중교통과. 한 60대 남성이 생수통에 든 정체불명의 액체를 담당 공무원에게 뿌렸다. 얼굴 등에 액체를 뒤집어 쓴 공무원은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공무원은 각막과 피부에 손상을 입고, 현재 서울지역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경찰에 붙잡힌 60대 남성은 택시 등 자동차 매매 알선업을 하는 A씨로 확인됐다. 그는 포항시가 택시 감차 정책을 펼치자 거래 물량이 감소했다며 시청에 여러번 찾아와 불만을 표시했고, 이날 결국 담당 공무원에게 이른바 '액체 테러'를 저지른 것이다.

포항시가 악성 민원인에 대한 공무원 보호 대책을 마련했다. 1일 포항시에 따르면 우선 보호 장비를 갖춘 청원경찰을 청사 내에 보강키로 했다. 특히 민원인이 많이 오가는 지하 1층과 청사 1층·2층에 청원경찰을 각각 1명씩 전담 배치할 예정이다. 구청과 읍·면·동사무소에도 청원경찰을 파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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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 출입통제시스템도 별도로 구축키로 했다. 또 민원부서엔 폐쇄회로TV(CCTV)를 추가로 설치해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할 방침이다. 경찰 즉시 출동이 가능한 비상벨도 마련한다. 포항시 관계자는 "폭행·폭언·성희롱 등 유형별 대응방법과 법적 절차를 담은 『악성민원 대응매뉴얼』도 전문 기관 도움을 받아 만들기로 했다"고 했다.

녹화 장비도 보급한다. 몸에 부착할 수 있는 '웨어러블 캠'이다. 악성 민원인이 공무원 몸에 부착한 캠을 의식해 폭행·폭언을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다. 웨어러블 캠은 차량용 블랙박스처럼 악성 민원인의 폭행·폭언 발생 시 법적 증거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밖에 심리상담, 의료비 지원 등을 포함한 악성민원에 대한 공무원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도 별도로 만들 예정이다. 포항시 측은 "민원인들의 고충 해결을 위해 '고충 민원전담제'를 지정해 운영하면서, 대시민 소통강화로 악성 민원인 발생을 예방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악성 민원인의 공무원 위협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19년 3만8054건이던 폭행·폭언 행위는 지난해 4만6079건으로19.7% 늘었다. 폭행·폭언 수준은 더 흉폭해지고 있다. 욕설을 하고 책상을 걷어차는 수준을 넘어 성희롱에 흉기 집어던지기, 수치심을 일으키는 '뱜 때리기'와 '복부 걷어차기', '액체테러'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지자체들은 '매맞는 공무원' 근절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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