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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그가 野 경선 승리자"…이준석 리스크 쑥 들어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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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지난 8월 중순까지만 해도 야권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이준석 리스크’였다. 변화와 개혁, 정권 교체에 대한 국민의힘 지지층의 열망이 6·11 전당대회에서 30대 ‘0선’ 정치인 이준석을 제1야당의 대표로 만들었지만 두 달여 만에 ‘경험 부재’에 대한 우려가 커지던 때였다. 당시 ‘1강’ 야권 대선 주자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과의 갈등,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의 녹취록 공방이 잇따라 터지면서 이 대표의 발언권은 급속도로 약화됐다.

‘이준석 리스크’ 논란이 한창일 때 당내에선 11월 5일 대선 후보가 선출되면 이 대표의 설 자리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대선 후보는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하여 가진다’(국민의힘 당헌 74조)는 ‘당무 우선권’ 때문이다. 2007년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2012년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등 그동안 대선 국면에서의 대표 역시 관리형 대표 역할에 머물렀다.

대선 주자와 갈등하며 ‘이준석 리스크’ 부각…석 달 만에 소멸 

하지만 석 달여가 흐른 지금 국민의힘에선 ‘이준석 리스크’라는 말이 사라졌다. 적어도 대선 주자와 각 후보 캠프 중에선 그런 말을 공개적으로 입밖으로 내뱉는 사람이 없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이 대표의 발언권도 다시 강화되는 분위기다. 1일 현재 대선 후보 선출까지 나흘 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동시에 야권에선 이 대표가 과거의 관리형 대표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경선 막판을 뒤흔든 2030세대 돌풍이 대선 본선에까지 영향을 끼칠 걸로 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여권에 우호적이던 2030세대가 야권에 우호적으로 바뀐 상황에서 이들을 본선에서 품어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고, 이를 위해선 이준석 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야권에 자리잡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은 벌써부터 당무 우선권을 사실상 내려놓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나는) 당권에는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당무 우선권이 대선 후보에게 있다 하더라도 권고 정도면 몰라도 이 대표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협의되지 않은 방향으로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잘 하고 있다. 이 대표와 저는 케미가 잘 맞을 것”이라고도 했다.

洪·元, ‘당무 우선권’ 사실상 내려놓겠다 강조

이 대표와 갈등을 빚었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이날 중앙일보에 “(대선 후보가 되면) 이준석 대표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당무 우선권이 있다고 해서 이 대표를 뒷방으로 몰아넣기에는 이 대표는 너무나 좋은 전략 무기”라고 말했다. 이어 “청년층에 어필하고 새로운 정치, 참신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이 대표를 배제한 다른 대안이 없다고 본다”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배경판에 나온 대선 경선 후보자들의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배경판에 나온 대선 경선 후보자들의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가 밀고 있는 지방선거 ‘공천 개혁’도 당분간 이 대표에게 관심이 집중될 수 있는 요인이다. 최근 국민의힘은 내년 6·1 지방선거부터 광역·기초의원 예비 출마자를 상대로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시험(PPAT·People Power Aptitude Test)’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이름은 자격 시험이지만 합격과 불합격을 가리지는 않고 대신 고득점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당협위원장의 입김이 강했던 지방의원 공천에 PPAT라는 정량적 평가가 도입되면 당협위원장의 권한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바꿔 말하면 과거와 같은 ‘줄세우기 정치’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전 총장 측과 홍준표 의원 측이 지방선거 공천권을 무기로 경선 막판 줄세우기 경쟁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기사를 공유하며 “공천을 당 대표나 대선 후보가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국민과 당원에게 공천권을 드린다고 하니 두려워하는 분들은 왜 그럴까요”라는 글을 적기도 했다.

공천 개혁, 종로 출마 등 李 주목도 높일 요인 

이 대표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함께 사실상의 러닝메이트로 서울 종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점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이 대표가 받을 스포트라이트가 극대화될 수 있다. 이 대표의 부인 속에서 야권에선 종로 출마설이 끊이지 않는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경선의 숨은 승자는 이준석 대표”라는 말까지 나온다. 6·11 전당대회 이후 20·30·40대 국민의힘 당원은 7~8배 늘어났고, 기존 당원을 포함해 2030세대 당원 비율은 약 20% 정도 된다. 여기에 40대까지 더할 경우 2040세대 당원은 3분의 1에 달한다. 야권에선 2030세대를 이 대표에 대한 열성 지지층, 40대는 우호층으로 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는 대선 주자가 아니지만 대선 국면에서 자신에게 우호적인 당원을 많이 확보했다”며 “오죽하면 당원 분포만 보면 ‘이준석계’가 최대 계파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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