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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실험 '전국의 경기도화'…정치적 자산인가,부채인가

중앙일보

입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정책 공약은 ‘전국의 경기도화’란 수사로 요약된다. 이 후보는 지난 25일 경기지사 퇴임 기자회견에서 “경기도의 정책이 대한민국의 표준이 됐다. 대한민국이 부러워하는 경기도를 만들었던 것처럼,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도국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경기도 정책을 바탕으로 ‘민생 후보’, ‘유능한 행정가’ 이미지를 굳혀 대선 정책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재명은 합니다’의 동력이었던 경기도 정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도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맞춰 비대면 방식으로 화상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도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맞춰 비대면 방식으로 화상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재명 경기도 정책, 대선 공약 비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재명 경기도 정책, 대선 공약 비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인 ‘기본시리즈’(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는 이미 경기도에서 정책 실험을 거쳤다. 경기도는 만 24세 청년들에게 연 100만원의 청년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는 이 후보의 만 19~29세 연 200만원 청년기본소득 공약과 유사하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홍보관까지 만들어 중점 추진 중인 기본주택(30년 이상 공공임대) 정책은, 대선공약에서 전국 100만호 건설로 확장됐다. 5년 만기 연 1%대 저금리로 300만원을 빌려주는 ‘경기 극저신용대출’은, 전국민에게 1000만원을 장기 저리로 빌려주는 ‘기본대출’ 공약으로 승화됐다.

경기도의 다른 정책 역시 대선 공약화하거나 성과로 적극 홍보 중이다. 경기도의 지역화폐 발행 확대 정책은 전국민 기본소득 지역화폐 지급 공약으로 확장됐다. 2019년 이후 경기도 공공기관 15개를 낙후 지역으로 이전키로 한 결정 역시, 수도권 공공기관 추가 이전 약속으로 재탄생했다. 부동산 개발이익 도민환원제는 국민환수제로 이름표를 바꿔 달았다. 하천·계곡 정비, 수술실 CCTV 시범운영 등도 이 후보가 성과로 내세우는 경기도 정책들이다.

이런 경기도의 정책 목록들은 ‘이재명은 합니다’로 요약되는 추진력 리더십과 시너지를 내며 이 후보를 대선후보 자리로 끌어올린 원동력이 됐다. 이는 이 후보 측 인사들이 “직접 시행한 정책을 국민들이 체감했고 상당수가 좋은 평가를 했다. 정책에 대한 얘기는 많이 나올 수록 좋다”며 자신감을 내비치는 근거로도 작용한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5~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0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4자 구도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 중앙선거여심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 후보 선호도는 호남(54.2%)을 제외하면 인천·경기(39.9%)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대장동 의혹 기점으로 野 공격 포인트 된 경기도 정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들으며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이뉴스1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들으며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이뉴스1

그러나 최근 들어선 이상 기류도 나타난다. 대장동 개발 의혹을 기점으로 ‘이재명표 경기도 정책’이 오히려 국민의힘 등 야권의 주요 공격포인트로 부각되고 있어서다. 국민의힘은 대장동은 개발이익 공공환수의 모범사례라는 이 후보를 향해 “깐부들에 개발이익 몰빵해준 설계”(이영 의원)라며 집중 공격을 퍼붓고 있다. 경기도가 민·관 합동 개발로 추진 중인 평택 현덕지구 개발사업에 대해서도 “대장동과 판박이처럼 진행돼 특정 업체의 배를 불리고 있다”는 주장이 국민의힘에서 나온다.

지역화폐 활성화 정책도 마찬가지다. 야권은 경기 지역화폐 운영대행사가 특혜를 받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역화폐 수수료를 특정 업체에 몰아줘 업체가 연 수백억원의 수익을 올린다”(양금희 의원)는 지적이다. 이는  27일 “시장·도지사가 가진 권한으로 내 편에게 이익을 수천억원씩 몰아주는 경기도식 부패 구조가 대한민국의 표준이 되면 나라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조은희 서초구청장)라는 주장으로까지 번졌다.

다만 지금까지 이 후보의 강력한 정치적 자산으로 작용했던 ‘이재명표 경기도 정책’이 실제 정치적 부채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이 후보가 그간 경기도 정책을 강력하게 홍보해왔지만, 대장동 의혹을 기점으로 의구심을 갖는 시선도 생긴 게 사실이다. 의구심이 강해지면 ‘이재명은 합니다’가 독선으로 비쳐 오히려 정치적 부채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최준영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기도 정책을 전국에 그대로 적용하려면 각 지방의 특수성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충분한 합의 과정 없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정책을 내면, 이 후보의 이른바 사이다 리더십과 맞물려 반발을 부를 수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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