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선두 다툼 尹과 洪 하루종일 싸웠다…당심 놓고 서로 "이겼다"

중앙일보

입력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원 투표 개시를 사흘 앞둔 29일 양강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의 공방 수위가 극에 달했다. 특히, 본경선에서 비율이 50%로 높아진 당심(黨心)이 누구에게로 기울고 있느냐를 놓고 감정 섞인 설전을 벌였다.

포문은 윤 전 총장 측 주호영 의원이 열었다. 이날 BBS 라디오에 출연한 주 의원은 “윤 전 총장이 당심에서 20% 전후의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며 "홍 의원이 상승세인 여론조사도 민주당의 역선택이 10∼15% 반영된 수치일 뿐 진정한 민심은 윤 전 총장에게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곧바로 반격했다. 캠프 사무실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폐지와 대통령 4년 중임제 도입 등 정치공약을 발표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였다. 그는 “책임 당원도 골든크로스를 이룬 것으로 판단된다”며 당심에서의 역전을 자신했다. 또 “당원들 여론이 급격히 돌아선 것은 전두환 발언과 ‘개 사과’인데 그전에 한 조사를 갖고 당협위원장들에게 지지 선언을 강요하고 국회의원 참여를 강요한다”고 윤 전 총장을 비판했다. 이에 윤 전 총장 캠프는 “초등학생 달리기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기분 내키는 대로 내지르는 격”(이상일 공보실장)이라거나 “홍 의원 지지는 민심이 아니라 민주당심”(김근식 비전전략실장)이라는 등 격한 표현을 동원하며 맹공했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왼쪽부터 유승민, 홍준표 후보, 이 대표, 윤석열, 원희룡 후보. 뉴스1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왼쪽부터 유승민, 홍준표 후보, 이 대표, 윤석열, 원희룡 후보. 뉴스1

홍 의원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도 날을 세웠다. 김 전 위원장이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내년 대선은 이재명 대 윤석열의 경쟁이 될 것”이라며 윤 전 총장 편을 들자 발끈한 것이다. 당 사무처 당직자들과의 인사 도중 이를 전해 들은 홍 의원은 “또 한 분의 도사가 나셨네”라며 김 위원장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영남 당원들은 김종인 전 위원장님 좋아하지 않는다. 경선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홍 의원 캠프(여명 대변인)에서 꺼내든 카드는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생 박지만 EG 회장 편지였다. 박 회장은 최근 한 신문사에 보낸 편지에서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후보가 되면 지지하겠느냐는 주변의 물음에는 ‘가족을 힘들게 한 사람을 지지할 수 있겠느냐’는 식으로 대응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홍 의원 측이 이를 거론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을 자극하려는 전략이 읽힌다.

세(勢) 대결도 종일 계속됐다. 윤 전 총장 캠프에서 전국 다문화단체장 73명이 지지 선언을 하자 홍 의원 캠프는 전국 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연대의 지지 선언 소식을 언론에 알렸다. 이후에도 양 캠프는 “큰스님 87인이 함께 한다”(윤 전 총장 캠프)라거나 “탈북민 3만 회원 지지”(홍 의원 캠프) 등을 발표하며 경쟁했다. 이날 윤 전 총장은 국회 소통관을 찾아 호남 4선 출신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 김동철 전 의원이 자신을 지지하는 자리에 함께 섰다.

두 진영의 경쟁에 유승민 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홍준표 모두 정책이나 도덕성에서 피장파장이다. 본선에 올라가면 다 무난하게 질 것”이라며 싸잡아 비판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홍 의원이 자신의 탄소세 관련 질문에 “야비하고 역겹다”고 말한 것에 대해 “질문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아직 국민을 존중하고 두려워하는 지도자의 자세는 아니다”(MBC 라디오)라고 쏘아붙였다.

윤석열-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MBC에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일대일 맞수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MBC에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일대일 맞수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후보들 간 신경전은 마지막 TV 맞수토론장으로도 이어졌다. 홍준표-유승민 맞대결에서 유 전 의원은 홍 의원의 모병제 공약을 집요하게 거론하며 불꽃이 튀었다. 유 전 의원이 “모병제를 왜 주장하느냐”는 물음에 홍 의원은 “지금 군대 자체가 복무 기간도 짧고 사실상 ‘나이롱 군대’라고 하지 않느냐. 군대에 진짜 지원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강군을 만들어야 한다”고 답한 게 발단이 됐다.

▶유승민 전 의원=“저소득 저학력층 집 자제들만 가게 되는데, 강군을 만든다?”
▶홍준표 의원=“유력집안의 자제들도 다 군대 갈 수가 있습니다.”
▶유 전 의원=“홍 의원님, 방위 갔다 오셨죠. 저는 병장 출신입니다. 홍 의원님 군대 체질이십니까.”
▶홍 의원=“저는 군대 체질 아닙디다. 가보니까.”

유 전 의원은 “군대 체질인 사람이 누가 있느냐. 그 괴로운 일을 가난한 집 자제들만 해야 하냐”고 따졌고, 홍 의원은 “그렇게 이분법적으로만 보지 말라”고 맞섰다. 이어 ‘공매도 폐지’ 여부 등을 두고 유 전 의원의 공세가 계속되자 홍 의원은 “경제부총리를 하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 유 전 의원이 “제가 대통령이 되면 홍 의원을 법무부장관으로 할까 싶은데 어떤가”라고 받아치자, 홍 의원은 “시켜주면 좋죠”라고 웃었다.

윤석열-원희룡 맞수토론에선 두 사람이 서로의 발언에 수차례 맞장구를 치는 장면이 연출됐다. 특히 정치 혁신 문제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정치가 진영논리에 갇혀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국민 외면을 받고 있다”며 “소방서에 불이 난 꼴”이라고 비유했다. 이에 원 전 지사가 “호떡을 자를 수 있는 권한을 오빠에게 주고, 여동생이 조각을 선택하게 하면 싸움이 최소화된다”며 ‘호떡론’을 꺼내자 윤 전 총장이 다시 “철학적으로 타당한 말씀”이라고 호응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